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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아이폰만 퍼주고…우리가 봉이냐”

헤럴드경제 | 입력 2010.04.09 13:58 | 수정 2010.04.09 16:16
약정장려금까지 부담하라
이통업체 제조사에 요구
외산폰은 이통사가 부담
과도한 통신분담금 규제
고스란히 출고가 인상으로…
업체들 국내선 수익성 악화


"더 내놔라"(이동통신사) vs. "더는 못준다"(휴대폰 제조사)
 보조금 분담 등 비용 전가를 놓고 국내 휴대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간의 파열음이 일고 있다. 특히 방송통신위원회의 마케팅 비용 규제와 맞물려, 할부 뿐아니라 약정 장려금까지 부담 것을 요구하자, 국내 휴대폰업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약정 장려금은 소비자가 의무적으로 일정기간을 사용할 경우, 통신사들이 지급하는 보조금을 말한다.

 제조업체들은 "할부 및 약정 비용은 이동통신사가 가입자를 유치해 미래수익을 내다보고 투자하는 것"이라며 "수익은 이통사가 가져가는데 제조사에 그 비용까지 분담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이통사의 지나친 횡포"라며 맞서고 있다.

반면 통신사들은 "실질적인 유통과 판매를 서비스업계에서 담당한다는 것을 고려할 때, 판매를 위한 비용을 제조사도 일정부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의 발단은 외산업체들과의 역차별. 여기에 천문학적으로 늘어만 가는 보조금 분담 금액에 국내 사업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제조업들은 하소연한다.

국내 통신시장에서 이통사업자들은 제조사들에 그야말로 '슈퍼갑'이다. 유통망과 거래선을 장악하고 있어 글로벌업체인 삼성·LG전자 역시 SK텔레콤·KT 등 통신 사업자의 눈치를 봐야 하는 구조다. 제품 10개 중 8개는 사업자 의지에 따라 히트 모델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아이폰은 '퍼주고' 국산폰은 '뜯기고'=

제조사들이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하는 이유는 외산 제품, 특히 아이폰과의 '역차별'이 한 몫 했다.

이통사들이 국내 제조사들에게는 보조금 분담 등 다양한 명목으로 막대한 비용 분담 금액을 거둬들이고 있지만, 아이폰 등 외산폰 판매에 들어가는 보조금 등 비용은 사업자들이 전적으로 부담하고 있다. 국내 제조사들이 "아이폰에 들어간 보조금은 결국 우리들 '주머니속에서 나온 돈'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하는 것도 그 이유에서다.

아이폰은 국내에서 50만대가 넘게 판매됐다. 출고가 80만원이 넘는 아이폰에 대당 40만~50만원대에 이르는 거액의 보조금이 지급됐는데, 산술적으로 따져도 아이폰에 들어간 보조금만 2000억원을 훨씬 넘는다.

외산 스마트폰이 국내 대거 출시를 앞두고 있어, 비용 분담 압박을 받고 있는 국내 제조사들은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중견제조사 관계자는 "이대로 가면 고사할 수 밖에 없다 "고 토로할 정도다.





▶ 명목 출고가 인상 "비싸게 판다" 몰매만

=과도한 통신분담금은 출고가 인상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국내 출시된 휴대폰의 평균 판매 단가는 약 37만원 수준이다. 해외에선 110달러 안팎이다. 수치 만을 놓고 보면, 국내 시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이 확실히 비싸다. 국내 제조사들이 해외보다 국내에서 제품을 비싸게 판다는 비난을 듣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통신사 분담액을 제외한 제조사들의 실제 판매가는 출고가의 47%~58%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 한국형 서비스 DMB 등을 탑재할 경우 수지타산을 맞추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예컨대 출고가 60만원짜리 폰의 경우 이통사 분담액을 제외한 실제 납품가는 30만원 수준이다. 그나마 스마트폰 등 고가 제품은 양호한 편이다. 일반폰은 분담 비용을 제외하면 제조사 납품가가 6만~7만원 수준 밖에는 안되는 제품도 허다하다. 그러다 보니 삼성·LG 휴대폰의 국내 영업이익률도 해외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현재 삼성을 제외한 모든 제조사들이 국내에서 적자를 내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출혈식 경쟁의 악순환, 산업 경쟁력 저하로=KT·SKT 등 이통사 역시 수익성이 점점 악화되기는 마찬가지다. 이는 결국 국내 통신 시장의 지나친 출혈 경쟁에서 그 원인을 찾을수 있다. 이통사의 수익성이 점점 악화되면서, 제조사에 대한 비용 전가 압박이 더욱 가중됐고, 결국 국내 제조 산업의 '경쟁력 저하'라는 악순환의 고리로 연결되고 있다.

특히 전세계 통신 시장 경쟁의 축이 스마트폰으로 이동하고 있고, 아이폰 뿐아니라 경쟁력 있는 외산 스마트폰도 대거 국내 출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국내업체들의 지배력이 점점 줄어들고, 외산업체들의 국내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며 " 이 상태로 가면 결국 외산업체들의 배만 불려주고, 국내 통신 산업 기반은 더욱 취약해지는 결과를 낳을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업자들은 제조사간의 공정 경쟁 환경을 만들어주고, 제조사들 역시 가격경쟁에서 자유로운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 만이 해법이 될수 있다고 이들은 지적한다.

박영훈·김대연 기자/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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