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우리나라가 이러니저러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IT 분야에서 활약은 정말 대단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우리가 한 단계 도약하지 않으면 지금 일본이 겪는 문제를 똑같이 반복하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우리나라가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었던 원동력 중에는 가격 경쟁력도 한 몫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중국이라는 경쟁자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일본이 한국 기업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는데 한국은 나중에 중국 때문에 더 큰 고통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어쩌면 이는 제조업의 숙명이 아닌가 합니다.
후발주자는 일등과 비슷하게 성능을 높이면서 가격을 낮추면 일등을 이길 수 있습니다. 사실 이래서 2등이 편합니다. 1등이 만든 제품에 기능을 몇 가지 추가하고 가격은 싸게 만들면 되니 고민할 것도 없죠. 때문에 앞으로 우리는 중국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미래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제가 한국이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손꼽는 기업은 애플과 닌텐도가 있습니다. 애플과 닌텐도는 유사한 제품을 겁낼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경쟁 회사가 더 좋은 스펙과 싼 가격을 무기로 공격한다 해도 그리 치명적인 타격을 받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그들에게 소프트웨어 파워가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한다면 소프트웨어를 팔기 위해 하드웨어를 만드는 느낌마저 받는데요.
애플 아이팟을 보십시오. 아이팟 보다 가격이 싸고 좋은 MP3가 많습니다. 유사품 역시 많고요. 하지만 아이팟은 시장에서 큰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하드웨어 성능보다 아이튠즈와 같은 소프트웨어 덕분이지요.
이는 닌텐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내일 당장 누군가 닌텐도 DS보다 훨씬 뛰어난 휴대용 게임기를 내놓는다 해도 닌텐독스나 포켓몬스터같은 인기 소프트웨어 없이 경쟁을 할 수 있겠습니까? 닌텐도를 이기려면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로 경쟁해야 합니다.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팝니다. 닌텐도 하드웨어 사업부는 자신들이 소프트웨어 사업부를 빛나게 해주는 조연이라고까지 말합니다. 닌텐도는 게임기 경쟁을 펼칠 때마다 결국 승부는 소프트웨어에서 결정 난다고 봅니다.
애플의 흥망성쇠를 봐도 소프트웨어의 힘을 새삼 절감하게 됩니다. 1970년대 후반 개인용 컴퓨터 시장을 놓고 애플 2, 코모도어, TSR-80이 치열한 경쟁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1979년 오늘날의 엑셀과 같은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의 원조가 되는 비지캘크(VisiCalc)가 애플 2로 등장하면서 사실상 개인용 컴퓨터 전쟁의 승자가 됩니다.
비지캘크가 등장하기 전만 해도 개인용 컴퓨터는 실생활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않아서 그저 고급스런 사치품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재무관리를 쉽게 하도록 도와주는 비지캘크가 등장하자 개인용 컴퓨터의 패러다임이 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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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매킨토시로 쓸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나중에야 그래픽 기반 운영체제에 맞는 그래픽 소프트웨어들이 나오면서 디자이너 같은 전문직들에게 사랑 받는 컴퓨터가 되고 애플도 겨우 위기를 벗어나게 됩니다.
게임의 역사를 되돌아보아도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팔리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타리가 만든 가정용 게임기 VCS 2600은 출시 초기만 해도 판매량이 부진했습니다. 그래서 회사 창업자인 놀런 부시넬은 실적 부진을 이유로 해고당하는 수모까지 겪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해 일본 타이토 사에서 발매된 스페이스 인베이더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아타리 VCS 2600의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기사회생했습니다. 닌텐도가 패미컴의 시대를 열 수 있었던 것도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라는 소프트웨어 덕분이었습니다.
컴퓨터와 게임의 역사를 뒤돌아보면 결국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판다는 기본적인 명제를 만나게 됩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소프트웨어로 시작해 전 세계 컴퓨터 하드웨어 업체를 지배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소프트웨어 파워를 가질 때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요즘 국가의 격을 높이기 위한 여러 정책들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정말 우리나라가 한 단계 올라가고 싶다면 우선 소프트웨어 강국이 되어야 합니다. 하드웨어만으로 후발주자와 경쟁한다면 이들의 매서운 추격을 벗어나기 힘들 것입니다.
김정남 버즈리포터 | 2010-04-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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