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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

[DT 광장] 무엇이 세계 IT지형 바꿨는가

[DT 광장] 무엇이 세계 IT지형 바꿨는가

강송규 엔에이포(NA4) 대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와 스마트폰의 약진에 대한 기사들이 연일 쏟아져 나오는 요즘, 9년 전 처음 접하고는 큰 감명을 받았던 제레미 러프킨의 명저, `소유의 종말'을 떠올린다.

제레미 러프킨은 이 책에서 미래의 산업은 상품이나 콘텐츠를 자신의 것으로 소유하기 보다는 수많은 사람들이 접속할 수 있는 플랫폼을 통한 개방과 공유를 통해 서로의 아이디어를 응용하고 보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낼 것이라고 예견했었다.

본인 또한 당시 이러한 주장에 깊이 공감해 지금의 회사를 세웠으며 이 책의 정신에 근거한 원칙을 바탕으로 한 서비스와 콘텐츠를 개발해왔고 불경기 상황에서도 국내ㆍ외 유명 온라인 서비스 업체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사실 그 동안 국내 IT산업은 하드웨어의 눈부신 발전을 소프트웨어(SW)나 서비스가 따라가지 못하는 형세였다. 인터넷 기사를 조금만 검색해봐도 3D영상 시스템이나 스마트폰 등 IT업계 최신 이슈 한 가운데에는 늘 우리 기술이 자리잡고 있다. `알고 보니 유명한 글로벌 IT서비스 업체들도 국내 벤처기업 기술을 사용하고 있더라'는 기사는 이미 우리에게 익숙해진 지 오래다.

그러나 서비스나 콘텐츠 면에서는 어떨까? 이제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하드웨어보다 그 안에 담을 수 있는 서비스와 콘텐츠이다. 그렇다고 몇몇 기획자 또는 개발자들이 머리를 쥐어 뜯는다고 해서 당장 세상이 주목할 콘텐츠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기존의 콘텐츠를 뛰어넘는 새로운 것을 개발하고자 하는 열정에 불타는 젊은 개발자들이 끊임없이 고민을 하고 있다.

사실 전문가들은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원인을 하드웨어와 통신 위주의 정책에서 찾고 있다. 특히 정부와 대기업의 전근대적 구매관행 및 국산화 정책은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SW산업의 기반을 더욱 약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상은 구글과 애플, 그리고 스마트폰과 앱스토어로 대변되는 `개방'과 `혁신'의 물결이 전 세계 IT지형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혁신 소홀과 공급자 중심의 인식, 소통을 거부한 폐쇄성 때문에 진화를 멈추면서 세계 흐름에서 소외됐다.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할까? 정답은 앞서 언급했던 `공유'에 있을지 모른다. 일례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SNS 업체들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개방성을 꼽고 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모두 오픈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정책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두 회사는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광고 수익을 얻으려는 수많은 애플리케이션 사업자들에게서 네티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창의적이고도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제공받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우린 어떤가?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나 그 안에 담을 콘텐츠가 부족해 우수한 하드웨어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콘텐츠는 대부분 외국의 것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플랫폼의 폐쇄성과 이동통신사 종속성으로 인해 모바일 플랫폼의 무한한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하고 있지는 않는지 돌아볼 일이다.

최근 스마트폰 보급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덩달아 SNS 사용자 수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고 한다. 이들 서비스의 이용자들도 모바일과 SNS를 도구 삼아 정보의 개방과 공유로 인한 새로운 가치 창출의 가능성을 민감하게 지각했다는 뜻이 아닐까.

요즘 LG텔레콤 등 국내 대기업들도 통합 앱스토어 구축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API를 공개하기로 하는 등 콘텐츠의 개방과 공유를 통한 새로운 가치의 발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이를 시작으로 개발자들에게 열린 구조의 플랫폼이 많이 개발돼 국내 애플리케이션 사업자 시장에 커다란 지각변동을 일으키길 바란다. 그래서 창의적인 콘텐츠 개발자들이 웹서비스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진입장벽을 낮춰줄 뿐만 아니라 이들이 이를 수익화해 장차 세계 시장에 더 많이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