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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

[이균성]이건희 복귀를 보는 두 시선

[이균성]이건희 복귀를 보는 두 시선
gslee@inews24.com
이건희 삼성 전(前) 회장이 2년 만에 삼성전자 회장으로 경영에 복귀했다. 삼성전자 회장이지만 사실상 그룹 회장이라는 게 이인용 삼성전자 부사장의 설명이다. 복귀 방식도 전격적이었다. 24일 오전 9시30분 서초 사옥에서 이인용 부사장이 브리핑하는 순간까지 미처 기자실에 도착하지 못한 기자가 적지 않았을 정도다. 극비라고 할 것까지도 없이 전날 밤 전광석화처럼 결정됐다는 이야기다.

이 회장의 복귀 결정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지난해 말 사면복권 되면서 더 이상 눈치 볼 것 없는 상황이 됐다는 점이다. 2007년 김용철 전 법무팀장의 양심고백으로 불거진 비자금 조성 및 로비, 경영권 불법 승계 등 각종 잡음이 어느 정도 법적으로 마무리되고 대통령에 의해 특별 사면복권 됐기 때문에 경영에 복귀하는 데 걸림돌이 사라진 게다. 특히 이 회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복귀하고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면서 경영 복귀에 대한 여론도 무르익었다.

둘째, 최근 극도로 심화되고 있는 글로벌 기업 경쟁이 이 회장 복귀에 명분을 제공했다. 무엇보다 ‘아이폰’이라는 애플의 혁신적 아이템 하나가 세계 전자산업의 지형도를 흔들며 삼성전자와 LG전자에도 강력한 위협 요소로 떠오른 게 결정적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거 봐라, 이 회장 없으니 그 모양이지”라는 평가를 얻을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이 회장 스스로도 복귀 일성으로 “지금이 최대 위기”라며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엉뚱하게도 스티브 잡스가 이 회장을 불러낸 셈이다.

또 일본 도요타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빠진 것도 애플 사례의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다. 아무리 큰 기업이라도 조금만 방심하면 순식간에 휘청거릴 수 있다는 사실을 도요타가 보여줬고 세계 최대 전자업체인 삼성전자 또한 예외일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그것이다. 이 회장 또한 “10년 안에 삼성이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이 사라질 것”이라며 (자신이 복귀해)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급박한 글로벌 경쟁 구도에서 ‘신속한 의사결정’및 ‘오너의 책임경영’이 해법이란 이야기다.

그런 때문인지 재계와 경제단체들은 일제히 이 회장 복귀를 환영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희망하는 스포츠계도 마찬가지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세계적 초우량기업으로 입지를 확고히 하고 우리 경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0년 먹고 살 새로운 성장동력을 개발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경제회복과 선진한국으로의 도약에 견인차 구실을 해주기를 바란다"며 이 회장 복귀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그러나 기대와 환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주로 진보 정당과 시민단체 쪽이다. 진보신당은 “삼류 코미디”라고 힐난했고, 경제개혁연대는 재계의 시각과 정반대로 “(이건희 회장 복귀가 오히려)폐쇄적인 지배구조를 강화해 삼성의 위기를 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참여연대도 “구시대 경영으로의 회귀”라고 비판했다. 이건희 회장 퇴진의 도화선 역할을 했던 김용철 전 법무팀장의 경우 “관심 없다”며 논할 만한 이야기 거리도 못 된다는 심정을 보여줬다.

사실 이 회장 복귀를 바라보는 두 시각이 존재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진보와 보수라는 두 날개가 서로를 견제하며 우리 사회의 균형을 잡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롭게 복귀하는 이 회장은 그만큼 큰 짐을 졌다고 생각해주기를 바란다. 우려는 불식시키고 기대에는 보답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이 회장 스스로 복귀 이유로 “위기 돌파”를 내세운 만큼 다 짊어져야 하는 짐이다. 특히 극심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삼성전자가 과거와 달리 중소 벤처 기업과 상생할 수 있는 ‘오픈 생태계’를 구축하면서도 내부 조직을 혁신해 ‘명품’을 창조해내는 데 주력하길 바란다.

먼 길을 돌아 복귀한 만큼 이제 국부(國富) 창출의 주역이 되면서도 백성한테 진정으로 존경받는 기업인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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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3월 24일 오후 1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