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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밍 음악 트는 매장들 '저작권료 어찌하나'

스트리밍 음악 트는 매장들 '저작권료 어찌하나'

한겨레 | 입력 2013.12.04 21:00 | 수정 2013.12.04 23:10

[한겨레]1심 판결은 "판매용 음반 아니다"


음반사업자 낸 소송 원고패소 판결


항소심은 "판매용 음반" 반대 해석


수백만 자영업자들 범법자 내몰려


"디지털 음원 재생방식 이해 모호


시장 혼돈 없도록 기준 통일해야"

디지털 시대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하나는 저작권 개념이다. 과거엔 책이나 음반 등 물리적인 실체에 저작권료를 매겼는데, 온라인상에 존재하는 0과 1의 조합으로 된 파일은 손에 잡히는 물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무한 복제가 가능해 정본-복사본 구분도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상가나 매장에서, 음원파일을 전송받아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스트리밍 방식으로 음악을 내보냈다면, 저작권 문제는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해 1·2심 법원이 엇갈리는 판결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디지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불필요한 부분까지 과잉 해석해, 수백만 자영업자를 범법자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와 한국음반사업자협회는 지난해 10월 현대백화점을 상대로 2억여원의 공연보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냈다. 현대백화점은 케이티(KT)뮤직과 계약을 맺고 2010~2011년 2년 동원 음원을 전송받아 스트리밍 방식으로 매장에 음악을 내보냈는데, 이에 대한 저작권료를 지급하라는 주장이었다.

소송은 2009년 저작권법이 개정됐기에 가능했다. 개정된 법에서는 저작권자(작곡자와 작사가)와 함께 저작인접권자(가수·연주자와 음반제작자)에게도 '실연이 녹화된 판매용 음반을 사용하여 공연을 하는 자는 상당한 보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76조의2, 83조의2)고 규정했다.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민사13부(재판장 심우용)는 4월18일 '스트리밍 음악은 판매용 음반이 아니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현대백화점에 디지털 음원을 전송한 케이티뮤직의 음원 저장 데이터베이스(DB)는 저작권법상 음반의 일종으로 볼 여지는 있지만, 판매용으로 볼 수 없다"는 얘기였다. 이에 대해 인터넷 자유·개방·공유 운동을 펼치는 '오픈넷'은 "음반을 유형물로만 이해했다. 이는 심각한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음원을 담은 데이터베이스라는 실물을 놓고 판매용 여부를 판단을 했다는 지적이었다.

또 저작권법에서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공연·방송은 저작권료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해 '청중이나 관중으로부터 당해 공연에 대한 반대급부를 받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판매용 음반을 재생하여 공중에게 공연할 수 있다'(29조)고 밝히고 있는데, 이 판결대로라면 스트리밍 방식은 '판매용 음반'이 아니어서, 수백만 자영업자들은 졸지에 저작권 침해사범이 된다.

지난 11월28일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민사5부(재판장 권택수 부장판사)는 1심과 달리 음원을 담은 데이터베이스를 '판매용 음반'으로 판단해,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이 또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저작권법에서는 저작권 행사가 제한되는 경우(저작권법 29조)와, 가수 및 음반제작자 등에 저작권료를 내야 하는 하는 경우(76조의2, 83조의2) 모두 '판매용 음반'을 그 요건으로 제시하는데, 재판부는 전자는 '시판용 음반'으로 좁게 해석하고, 후자는 '상업적 목적으로 발행된 음반'으로 폭넓게 해석했기 때문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스트리밍 방식으로 음악을 트는 커피숍·주점 업주 등은 매장 음악서비스 이용료는 물론 작곡가와 작사자(저작권자), 음반제작자와 연주자, 가수(저작인접권자) 모두에게 따로따로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

오픈넷과 진보네트워크는 성명을 내어 "재판부는 스트리밍 때 음원파일의 일시적인 저장도 복제로 해석했다. 일시적 저장까지 음반의 범위를 무분별하게 확대해 저작권 제도의 취지와 법 적용을 엉망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1심과 마찬가지로 수백만 자영업자를 범법자로 내몰 수 있는 위험한 판결이란 얘기다. 결국 정부가 나서서 저작권법을 행사하거나 제한할 때 공통적으로 인용돼 혼란을 주고 있는 '판매용 음반'의 개념을 명확히 해, 저작권 보호와 자유로운 음악 이용 사이에 균형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이순혁 기자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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