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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 /한스타일

[한류 3.0 심포지엄] "K팝, 한국 뿌리 찾을 수 없다" vs "꼭 한국적일 필요 없어"

[한류 3.0 심포지엄] "K팝, 한국 뿌리 찾을 수 없다" vs "꼭 한국적일 필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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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2.04.30 03:03

정부 주도 한류 논란 - 자유로운 도전정신에 방해
군대식 아이돌 교육과정은 인권·독창성 침해할 우려
한류의 정체성 - "K팝, 한국적 독창성 없어 중국 팝 등으로 대체될 수도"
"다양한 문화의 복합체" 반론
日 한류스타의 인기 요인 - 서구중심적 日문화 한계 봉착
한류가 다양성 넓히는 데 기여… 여성의 높아진 경제력도 한몫

한류(韓流)는 한국만의 그 무엇인가, 혹은 세계화 시대의 뿌리 없는 혼혈아인가? 한류 확산에 정부의 역할은 어느 정도까지 허용하는 게 좋은가? 한류는 문화인가 산업인가?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저변을 넓혀가면서 한류에 대한 이 같은 의문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제기되고 있다. 지난 28~29일 대전 소재 솔브릿지 국제대학에서는 전 세계 8개국 20여명의 학자들과 문화콘텐츠 산업 종사자들이 모여 이 같은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참석자들은 한류가 겨울연가 신드롬(한류 1.0)과 K팝 열풍(한류 2.0)을 넘어 새로운 단계의 한류(한류 3.0)로 도약해야 한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지만, 그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28일 대전 솔브릿지 국제대학에서 열린 한류 심포지엄에 참석한 토론자들이 한류의 현실과 발전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신현종 기자 shin69@chosun.com
한류, 국가 이미지에 도움되나

성신여대 심두보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한류가 한국의 국제화에 기여하면서 한국의 풍경을 변모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에서 몰려온 대규모 한류 관광객이 명동이나 춘천 남이섬을 가득 메우고, K팝에 대한 선망으로 유럽에서 건너온 백인 소녀들이 증가한 데에는 한류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참석자들 역시 한류가 한국이 '문화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국가가 나서 한류 붐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불과 10여년 전 시작된 한류는 이제 장르와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런던한국영화제 개막식에서 현지 팬들이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공연을 보기 위해 운집해 있는 모습. /연합뉴스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는 "민족주의적 목적으로 정부가 한류를 관장한다면 콘텐츠 산업의 특징인 자유로운 사고와 도전 정신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또 "정부가 한류를 활용해 국가 이미지를 높이려다가 오히려 한류 때문에 국가의 위상이 추락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원용진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지나친 정부의 개입으로 한류의 위상이 타락하고, 기획사의 한류 아이돌 교육과정이 '군대화'하면서 심각한 인권 말살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원 교수는 "정부가 기획사들에 어떤 부류의 가수를 선발하고 교육할지 지도하고, 입맛에 맞게 선별적으로 공적 자금을 지원하면서 기획사들의 독창성을 짓밟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류 깊이 있는 독창성 없어" 대 "엘비스 프레슬리는 미국 음악 맞나"

한류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참석자들 간에 공방이 오갔다. 후카가와 유키코 교수는 "자생적이고 독창적이며 깊이 있는 한국 문화가 한류에 내재돼 있는가"하는 질문을 던졌다. 미국의 대중문화,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초밥, 프랑스의 영화가 각자 자생적인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반면, 한류는 역사 드라마 등을 제외하고는 '지나치게' 글로벌화 돼 있어 뿌리를 찾을 수 없다는 비판이다. 후카가와 교수는 "아이폰 로고를 보고 세계인들이 '미국 것'이라는 인식을 갖는 반면, 삼성 로고를 볼 때는 '한국 것'이라는 인식이 없는 것과 비슷하다"며 "K팝은 곧 중국 팝이나 싱가포르 팝으로 대체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이에 대해 정선 국립 싱가포르대학 연구펠로우는 "K팝의 K가 실제 한국적이냐는 질문은 의미가 없는, 인종차별적 질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음악이 정말 미국적인지, 미국의 재즈가 아프리카 소울 음악과 비슷한지 물을 필요가 없는 것처럼 K팝 역시 그대로 감상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K팝의 정체성에 대해 "여러 나라의 문화적 요소를 절묘하게 결합해 한국적인 분위기를 창출하는 대중음악의 한 장르일 뿐, 한류가 꼭 한국적 독창성에 의존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한류, 일본 문화 다양성에 기여"

일본의 우익 단체들은 "한국 문화가 일본을 침략하고 있다"고 반발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황성빈 일본 릿교대 미디어과교수는 한류가 일본 문화의 공백을 메운다는 '한류 역할론'을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일본의 대중문화가 철저하게 서구 중심적이고 새로운 장르 개척의 한계에 봉착한 상황에서 한류가 돌파구가 돼주었다는 설명이다. 황 교수는 "일본 자체의 장르 개발은 한계가 있고, 미국 문화의 일본 지배는 일본 대중문화의 발전에도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한류는 일본의 문화적 다양성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의 한류의 인기 원인을 일본의 남녀 차별적 사회 분위기에서 찾는 견해도 많았다. 오인규 솔브릿지 국제대학 한류연구센터장은 "일본 여성들에게 한국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 이유를 물으면 '여성적이고 부드러운 외모와 초콜릿 복근'을 꼽는다"며 "일본 여성들의 독립심과 경제력이 살아나면서 일본에는 존재하지 않는 한국 남자들의 매력을 만끽하고 싶어하기 위한 욕구의 발로"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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