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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 /한스타일

잡채 먹은 세계 1급 요리사들, 술렁술렁… 왜?

잡채 먹은 세계 1급 요리사들, 술렁술렁… 왜?

  • 마드리드(스페인)=김성윤 기자

  • 입력 : 2012.01.25 03:12 | 수정 : 2012.01.25 10:18

    최고 권위 음식 박람회 '마드리드 퓨전', 한국을 주빈국으로… 1급 요리사 등 130명 한식 만찬
    1인용 소형 신선로 나오자 만찬장 술렁… 곳곳서 감탄사
    "잡채의 면발·맛·향 조화… 도대체 어떻게 만들었나" 한국측 요리사에 연신 질문
    건강에 좋은 발효음식에 초점 "중식과 달리 담백·섬세하고 일식과 달리 발효음식 많아"

    두부와 인삼, 더덕이 어울린 구품(九品)전채와 잡채에 이어 1인용 소형 신선로가 만찬장 테이블에 놓이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스페인 최고 요리사로 존경받는 후안 마리 아르삭(Juan Mari Arzak)은 올해 일흔 살임에도 스마트폰 카메라로 생소한 음식 사진을 찍고 맛보느라 아이처럼 신난 모습이었다. 요리사이며 레스토랑 '아르삭'을 함께 운영하는 아르삭의 딸 엘레나(Elena)는 "새로운 요리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다"고 했다.

    ◇세계 1급 요리사들 한식에 빠지다

    23일(현지시각) 저녁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한복판에 있는 고풍스러운 사교클럽 '카지노 데 마드리드(Casino de Madrid)'는 현지에선 평소 맡기 어려운 냄새들로 가득했다. 유럽인들에게는 이국적이지만 우리에게는 익숙한 간장·고추장·참기름 같은 한국 음식 냄새였다. 24~26일 열리는 음식 콘퍼런스 겸 박람회인 '제10회 마드리드 퓨전(Madrid Fusion)'에 올해 주빈국(guest country)으로 선정된 한국 음식을 세계적인 요리사들과 스페인의 각계 인사로 구성된 손님 130명을 초청해 선보이는 환영만찬 자리였다.

    23일(현지시각)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10회 마드리드 퓨전’ 환영만찬에서 전 세계 1급 요리사들과 외식업체 CEO들이 신선로와 비빔밥 등 올해 주빈국으로 선정된 한국 음식을 맛보고 있다. 음식 서빙은 현대식으로 했지만, 한식 고유의 맛을 살렸다. /한식재단 제공

    세계 음식·요리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행사 중 하나로, 새로운 요리 기법과 트렌드를 제시하는 '마드리드 퓨전'은 매년 한 나라를 주빈국으로 초청해 그 나라의 음식과 문화를 집중 소개하고 있다.

    만찬은 오후 8시 칵테일 리셉션으로 시작했다. 칵테일과 함께 막걸리도 서빙됐다. 곁들여 나온 식전(食前) 카나페(canape)도 언뜻 봐서는 모던한 외국음식같이 깔끔한 모습이었지만 김부각·도토리묵·해물파전·굴전 같은 한식이었다. 백자 접시에 9개의 오목한 홈을 만들어 9가지 음식을 담은 구품전채는 전통 한식의 구절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요리였다. 만찬 음식을 총괄한 서울 롯데호텔 조리이사 이병우 총주방장은 "그릇에 담고 서빙하는 방식은 현대 유럽사람들에 맞췄지만, 한식 고유의 맛은 고스란히 유지했다"고 했다.

    ◇"발효음식 매혹적"

    만찬에 참석한 1급 요리사들과 VIP들은 그릇이며 음식 하나하나에 관심을 보였다. 요리사들은 구품전채에 이어 나온 잡채에 특히 열광했다. 후안 마리 아르삭은 "국수(당면) 질감이며 맛과 향의 조화가 매우 훌륭하다. 도대체 어떻게 만드느냐"며 같은 테이블에 앉은 한국계 벨기에 요리사 상훈 드장브르(Sang-Hoon Degeimbre)에게 쉴 새 없이 질문했다. 엘레나는 "고추장이 생각보다 맵지 않고, 단맛이 감돈다"고 평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간장·고추장 장아찌를 맛본 벨기에 음식전문기자 장 피에르 가브리엘(Jean-Pierre Gabriel)은 "기름에 튀기거나 볶은 요리가 많은 중국과 달리 담백·섬세하고, 재료 자체를 강조하기는 하지만 발효음식이 별로 없는 일본과 달리 건강에 좋은 발효음식이 풍성한 게 한국의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마드리드 퓨전'의 루르데스 플라나 베이도(Lourdes Plana Bellido) 사무국장은 "세계 요리 트렌드에 부합하는 음식문화를 가진 나라를 매년 주빈국으로 발굴해 그 나라의 음식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식은 자연에 바탕을 두고 재료 자체의 맛을 고스란히 살리면서, 간장·고추장·김치 등 발효음식이 근간을 이룬 건강한 음식이다. 먹으면 '감사한 마음'이 우러나기 때문에 올해 주빈국으로 초대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5월 한국을 방문해 전통한식부터 사찰음식, 모던하게 재해석한 한식 등을 두루 맛보았다.

    마드리드 퓨전을 만든 호세 카를로스 카펠(Jose Carlos Capel) 회장은 "한식이 이렇게 섬세하면서도 밋밋하지 않은 훌륭한 맛을 내는지 몰랐다"며 입맛을 다셨다.

    ☞마드리드 퓨전(Madrid Fusion)… 정상급 요리사·외식업계 CEO 1000여명 참가

    세계 1급 요리사와 식품·외식업계 CEO들이 모여 첨단 요리기법 및 트렌드를 소개하고 전망하는 행사이다. 매년 1000여명이 참가한다. 매년 주빈국을 선정해 그 나라 음식과 문화를 집중 소개한다. 멕시코(2006년), 일본(2007년), 중국(2008년), 호주(2010년), 싱가포르(2011년) 등이 초대됐다. 농림수산식품부와 한식재단은 행사장에 부스를 마련해 간장·된장·고추장과 장아찌, 김치 등 발효 음식을 집중 소개하고, 임지호·임정식·상훈 드장브르 등 한국 요리사들은 24~26일 세미나와 쿠킹세션 등을 통해 한식 요리법과 재료를 알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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