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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체계/ 감성

또다른 백남준 탄생을 기다린다

또다른 백남준 탄생을 기다린다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 유진상 총감독

2011년 12월 09일(금)

> 융합·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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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진상 총감독의 심포지엄 발표자료 중 개인의 중요성을 다룬 부분  ⓒ김수현

"미디어아트는 도처에 확산되어 있어요. 아이폰 안에 있는 인터렉티브가 사실은 전에 미디어아티스트가 하던 거였어요. 그렇게 창의적이었던 아티스트들을 구글이나 애플 같은 기업들이 흡수하여 기술에 접목한 거죠."

미디어아트의 위기를 묻는 질문에 유진상 총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기술이 빠르게 변모하는 시대에 미디어아트는 위기일까, 기회일까. 

2012년 제7회를 맞는 세계적인 미디어아트 비엔날레인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를 앞두고 8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뉴미디어아트: 새로운 이슈와 상황들'이란 주제로 심포지엄이 개최되었다. 미디어아트에 대한 유진상 총감독의 견해를 듣기 위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만났다. 

- 기술을 이용한 다른 아트와 미디어아트와의 경계가 모호하다. 미디어아트와 디지털아트는 어떻게 다른가?

"80년대 말까지만 해도 비디오나 일렉트로닉(전자공학)이 들어간 걸 미디어아트라고 했다. 그런데 요즘 미디어아트 안에는 그런 게 다 들어가니까 비디오아트라는 말은 없어졌다. 현재는 미디어아트라는 말이 설치미술, 영상, 사진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 되어버렸다. 

최근 이런 작품들과 구별하기 위해서 첨단과학이 기반이 된 창작형태를 '뉴미디어아트'라고 부른다. 명칭도 문제가 있다. 컨템포러리아트(동시대미술)도 30년 지나면 더이상 컨템포러리아트가 될 수 없지 않은가. 뉴미디어아트도 좀 있으면 명칭 문제에 봉착할 것이다.

디지털아트는 컴퓨터 기반, 가령 C나 비쥬얼베이직 같은 프로그램이 기반이 된 예술창작형태를 말한다. 하지만 뉴미디어아트도 대부분 디지털기반이라 크게 구별 되지는 않는다. 굳이 따지자면 디지털아트는 소프트웨어가 중심이 되는 아트라고 할 수 있다." 

▲ 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 유진상 총감독  ⓒ김수현
- 요즘 뉴미디어아티스트들이 특별히 관심을 갖는 과학기술이 있나?

"아직까지도 상호몰입형(interactive & immersive) 기술이 많다. 센서를 이용해 관객 행동에 따라 영상이나 오브제(물체) 장치의 반응을 도출하는 기술이다. 요즘은 건물 벽면에 건물 모양에 따라 움직임 등을 보여주는 파사드 기술이 나오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수학을 이용한 미술을 좋아한다. 그리고 인지와 관련된 것, 사람의 뇌를 이용한 예술을 좋아한다."

- 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 심포지엄에서 다룰 이슈는?

"미디어아트에 어려움이 많다. 지자체에서 예산도 줄고, 대중에게 인기도 없고, 기술도 새로울 게 없고. 이런 상황에서 미디어아트는 어떻게 나아가야 하느냐를 다룰 생각이다. 10년 전 인터랙티브한 기술만 선보이면 관람객들이 좋아했다. 그런데 지금은 기업홍보관 같은 데만 가도 그런 게 있다. 

전에 창의성 있는 개인들이 대안적 공간에서 활동하고 그걸 큐레이터들이 발굴하고 전시장에서 보여주었다면 지금은 그런 인력이 전부 애플, 구글이나 페이스북으로 가버렸다. 하지만 미디어아트는 동시대예술과 다르게 미래의 전망과 예측을 다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개인이 이뤄낸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 우리가 아이폰과 같은 기술을 보고 "이거 예술이다!" 하고 경탄하는데 같은 맥락으로 보면 되나. 

"아트라는 말이 사실 기술이라는 말에서 왔지 않는가. 어떤 의미에서 보면 뉴미디어아트 분야는 예술 측면 보다 기술 측면이 부각돼 있다. 뉴미디어아티스트 중에도 과학분야 전공도 많다. 전에는 미술인이 백남준처럼 아주 간단한 과학 기술의 도움을 받아 작품활동을 했지만 지금은 과학 기술이 너무 어려워져서 일반 미술인이 접근하기 쉽지 않다." 

- 앞으로는 과학자 출신의 예술가들이 많아질 거라는 의미인가?

"지금도 공학 전공자나 공학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 뉴미디어아티스트가 되는 경우가 많다. 뉴미디어아트에서 이렇게 크리에이티브하고 기술력을 가진 개인들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가 중요하다. 훌륭한 예술과 기술을 가진 개인이 자신의 작품을 예술작품보다 상품으로 대량생산하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 국내 미디어아티스트들 중에서 좀 인지도가 높은 이이남, 최우람 같은 작가들은 모두 미대 출신이다. 앞으로 판도가 바뀔 가능성은?

"공학 출신 아티스트들에게는 단점이 있다. 그들 대부분이 예술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고, 예술에서 개인이 어떤 의미인지 모른다. 예술에서 개인의 창의적인 영역을 드러내는 게 왜 큰 의미인지 모른다. 

자기가 하는 일이 미술적인 맥락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알아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의 창의성을 예술로 표현하지 않고 기업에서 대량생산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반면 미대출신 아티스트의 경우에는 그들이 하는 일을 어떤 식으로 완결시켜야 아트가 되는지 직감적인 이론과 판단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고흐, 뒤샹을 기억하지 그들의 작품을 일일이 기억하지는 않는다. 예술가가 예술에서 자신의 삶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아트라는 게 성립되기 위해서는 예술가 개인의 고유한 사유가 있어야 하고, 작가 고유의 작업 스타일과 그만의 언어가 있어야 한다." 

- 기술은 더 나은 기술이 나오면 폐기된다. 미디어아트의 예술적 가치를 그대로 보존하기 위한 방안은. 

"우리가 1930년대 바우하우스 스타일의 작품을 가지고 기술력이 모자라서 별로라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현재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다. 빌렌도르프 비너스상 그거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웬만한 미술관 팔아도 살 수 없는 가격이다. 그 작품들은 그 시대에서 가장 뛰어난 걸 보여주고 있다. 뛰어난 기술력이 아닌, 그 시대의 뛰어난 예술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 뉴미디어아트의 미래를 예측한다면.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사람, 개인인데 뉴미디어아트 쪽에서는 신화가 아직 안 쓰여졌다.  1913년에 뒤샹이 레디메이드를 보여주어 기존 미술 판도를 바꾸었고, 50년 뒤인 1963년에 백남준이 로봇을 만들어서 미술계에 충격을 주었다. 100년이 되는 2113년 되기 전에 앞으로 이 판을 뒤엎을 개인이 나타나야 한다. 나는 2년 안에 누군가 나타날 것이라 믿는다." 
   

김수현 객원기자 | writingeye@daum.net

저작권자 2011.12.09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