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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체계/ 감성

과학적 기술력과 예술적 상상력의 결합 ‘과학, 예술을 터치하다’ 展 둘러보기

과학적 기술력과 예술적 상상력의 결합 ‘과학, 예술을 터치하다’ 展 둘러보기 2010년 10월 05일(화)

서로 다른 영역을 융합하기 위한 시도, 과학예술특별전 ‘과학, 예술을 터치하다’가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올해 말까지 열리고 있다. 이 전시의 특징은 과학적 기술력과 예술적 상상력을 통해 현대예술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관람객들 스스로가 능동적으로 체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 과학예술특별전 ‘과학, 예술을 터치하다’가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리고 있다.  ⓒ국립중앙과학관

Watch! and Touch! 직접 만져보면서 작가와 소통을

이번 전시회의 소주제는 ‘Watch, Touch, Feel’로 나눠볼 수 있다. ‘Watch’에 해당되는 작품은 김정영 작가의 ‘Negative Thinking’ 과 ‘비상구’ 이다.

‘Negative Thinking’ 은 몇 가지 장면이 모니터를 분할하며 반복적으로 계속 보여준다. 그런데 이 영상 속에 나타나는 사람들은 다양한 표정을 갖고 있지만 전부 한 방향으로만 걷고 보고 있다. 이는 보는 관람객들에게 동일한 방향성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자세히 보고 있으면 영상과는 반대방향으로 가는 사람이 눈에 보일 듯 보이지 않을 듯 숨어서 가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기존의 질서와는 다른 방향으로 걷는 모습을 매직아이로 나타낸 것이다. 한마디로 표준에서 벗어난 다른 시각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비상구’는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정보들이지만 눈여겨보지 않거나 모른채 지나가 버리는 것을 일깨워준다. 작품에서 관람객들은 LCD 모니터를 통해 비상구의 방향성을 인지하게 된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삶의 위험한 순간에 탈출할 문은 어디인지를 관람객들에게 묻고 있는 셈이다.

▲ 끈으로 연결된 인형인 ‘마리오네트’는 의지와 상관없이 사회에 지배당하는 사람들을 표현한 것이다.  ⓒ국립중앙과학관

박종영 작가의 경우에는 나무 조형물인 인형과 거대한 발 모형이 작품 3점이 전시되고 있다. 끈으로 연결된 인형인 ‘마리오네트’는 ‘Touch’에 해당되는 작품으로 관람객이 여러개의 스위치를 이용해 직접 작동하면서 감상할 수 있다. 발가락도 스위치를 이용해 꿈틀거려 볼 수 있다. 이는 직접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과 소통하려는 작가의 의도이기도 하다. 작가는 누군가에 의해 움직이는 꼭두각시 인형과 같은 마리오네트처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회에 지배당하는 사람들을 표현하고자 했다. 또한 무표정한 얼굴 속에 몸만 움직이는 사람크기의 인형을 통해 인간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욕망을 나타내고 있다.

Feel! 디지털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느껴보는 기회

‘Feel’이라는 소주제에는 박재현 작가와 이이남 작가가 참여했다. 박재현 작가의 ‘복제된 공간 20101’은 LED 조명을 이용해 검은 상자 속을 들여다보는 형식으로 제작됐다.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허리를 굽혀 구멍 속을 들여다봐야 한다.

상자 속에서 FND(Flexible Numeric Display) 전구들이 쉼 없이 빛을 통해 숫자들을 증식한다. 그러나 이 전구들이 만들어 내는 숫자들은 이미 깨져있어 관찰자들이 알아보기는 어렵다. 단지 사각 틀 속에 깨진 붉은 디지털 이미지 숫자들만이 빠르게 움직여 검은 공간 속에 무한대로 확장되는 것만 느낄 수 있을 뿐이다.

한참 보고 있으면 마치 관람객은 디지털 세계로 빠져 홀로 그 공간에 서 있는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바로 이 부분에서 작가의 의도가 드러난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복제된 풍경’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검은 색 위에 붉은 빛이 감도는 강렬하고 반복되는 이 복제된 공간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아닌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있는 셈이다.

▲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왼쪽)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오른쪽)  ⓒwikipedia

오른쪽으로 돌면 이이남 작가의 ‘비만 모나리자’와 ‘09-금강전도’를 볼 수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고전적 명화를 ‘움직이는 페인팅’ 기법을 사용해 표현했다. ‘움직이는 페인팅’ 기법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동영상 이미지 작업으로 일종의 매체예술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는 동서양의 명화를 화면 속에 구현해 박제된 작품이 아닌 움직이도록 했다. 한마디로 고전적 작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작가도 “고전 명화와 동일한 작품을 디지털 페인팅을 통해 창조와 복제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명화는 하나의 관념일 뿐이라는 생각을 전하고 싶었다”고 작품 의도를 밝혔다.

‘비만 모나리자’와 ‘09-금강전도’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작품이 시시각각 변해간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뚱뚱해진다. 뿐만 아니라 그 미소도 알 듯 모를 듯한 의미심장함을 잃어버리고 옆집 아줌마의 미소로 변한다.

시간이 멈춰 있는 모나리자가 아닌 마치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겸재 정선의 작품인 금강전도를 가지고 만든 ‘09-금강전도’도 정적인 동양화가 남북의 극한 대립 속의 전쟁터로 변한다. 우선 시간의 흐름에 따라 평화로운 풀이 자라고 꽃이 피는 자연의 변화를 보여준다.

그 다음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에 휘황찬란한 불빛들을 뿜어내는 도시의 모습이 표현된다. 그러나 종국에 가서는 헬리콥터가 날아다니고 전쟁이 발생해 뿌연 먼지 속에 파괴되는 도시의 모습으로 변한다. 음향과 더불어 전시되고 있어 사실감을 더하는 이 작품은 마치 과거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든다.

전시기간: 2010. 8. 3. ~ 2010. 12.31.
전시장소: 대전 국립중앙과학관 과학예술관
문의전화: 042-601-7894

관련링크 | www.science.go.kr

김연희 객원기자 | iini0318@hanmail.net

저작권자 2010.10.05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