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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지원/지자체 정책

[Weekend inside] 대관령 옛 길 위에 대규모 ‘문화 클러스터’ 조성

[Weekend inside] 대관령 옛 길 위에 대규모 ‘문화 클러스터’ 조성
아흔아홉 굽이 길 문화와 예술이 꽃핀다

바람과 눈, 화전민, 그리고 무장공비….’ 대한민국 근대사에서 숱한 사연과 애환들을 품고 있는 백두대간의 마루금 대관령. 해발 840m 안팎의 험준한 영동과 영서의 관문인 이곳이 강원 문화의 중심지로 거듭난다.

▲ 이젠 추억 속으로 사라진 아흔아홉 굽이 대관령 꼭대기에 자리 잡은 옛 대관령휴게소 앞 도로가 한적하기만 하다. 휴게소 동쪽과 서쪽에는 강원 문화를 대표하는 문화 클러스터가 2016년까지 조성된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강원도는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대관령 옛 영동고속도로 휴게소 일대 14만 3494㎡를 강원 문화·예술을 한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는 대단위 문화 클러스터로 조성하겠다고 7일 밝혔다.

내년부터 2016년까지 국비 등 430억원을 투입해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는 물론 관광객 유치에서 일자리 창출까지 이끌어 내겠다는 복안이다. 향토사관과 전통민속공연·전시센터, 영상체험관, 테마박물관, 창작마을 등 5개의 다중복합시설을 만들어 강원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만든다. 문화클러스터가 들어서는 대관령 정상 일대는 높은 산세만큼이나 척박하게 살아온 강원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곳이다.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화전민들로 대변되는 이곳은 겨울이면 눈과 바람 속에 사람들의 발길을 끊던 ‘마의 구간’으로 악명을 떨치기도 했다. 옛 영동고속도로가 뚫린 뒤에도 큰 눈이 내리기만 하면 차량을 고립시켜 왕래객들을 골탕 먹이곤 했다. 눈 속에 이틀 사흘씩 꼼짝없이 갇히는 바람에 헬리콥터로 물과 음식을 공수받던 시절도 있었다. 서울(한양)에서 강릉으로 새로 부임하던 부사들이 눈물을 흘리며 대관령을 넘었다는 얘기도 전할 만큼 대관령길은 멀고도 험난했다. 강릉 친정에 머물던 신사임당이 오죽헌을 떠나 한양으로 가는 길에 대관령길에 이르러 눈물로 시(詩)를 적신 건 비단 어머니가 그리워서뿐만은 아니었으리라. 당시 대관령길의 험준함을 그 시로 짐작만 할 뿐이다.

대관령 정상을 중심으로 바다가 보이는 영동 쪽과 숲이 우거진 영서 쪽 숲속에 5개의 시설이 분산돼 건립될 전망이다. 우선 강원 전통문화에 대한 가치관을 정립하고 문화관광 자원을 활용해 외국 관광객들에게 강원을 소개하는 향토사관이 들어선다. 2015년까지 100억원을 들여 1만 2000㎡에 전시실·시청각실·수장고 등을 둘 예정이다. 산촌문화와 도깨비에 얽힌 이야기, 강원 역사자료를 전시, 교육·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2014년까지 테마 박물관도 건립한다.

전시 2개동 등을 짓는 데 120억원이 들어갈 전망이다. 같은 기간 무형문화재와 전통민속 공연·전시를 통해 강원의 정취를 알리고 문화올림픽의 기반 마련을 위한 전통민속 공연·전시센터도 건립된다. 놀이마당과 지상 2층 규모의 전시관을 위해 40억원이 투입된다. 지역 예술인들에게 창작의 기회와 공간을 제공할 문화 창작 마을도 건립된다. 모두 전통가옥 등 한국적 멋을 살려 지을 계획이다. 올림픽 주개최지 평창의 문화 콘텐츠 개발과 관광객 유인 효과를 높이기 위한 영상체험관도 마련한다. 국내 최첨단 영상체험 시스템인 4차원 시뮬레이션 등이 도입된다.

이 문화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올림픽 개최를 전후해 수시로 동계올림픽 참가국 중심의 문화 페스티벌 등 세계 축제를 열 계획이다. 올림픽 개최 이후에는 올림픽기념홍보관으로 활용하면서 강원의 대표 관광지로 국내외 관광객들을 끌어들일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 중으로 전문기관에 사업 타당성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용역 결과를 정부의 2018평창동계올림픽 지원 계획에 반영해 국비 301억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최두영 강원도 행정부지사는 “아흔아홉 굽이 대관령길은 영동고속도로가 생기기 전 오롯이 걸어서 넘던 애환까지 곳곳에 남아 있는 강원 문화의 보고”라면서 “새로 만들어지는 대관령 문화 클러스터는 문화 올림픽 실현 차원에서 가장 역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으로 동계올림픽 이후에도 기념·홍보관으로 활용해 문화 유산화할 계획”이라고 말한 뒤 “대관령의 산촌 마을들이 강원 관광의 메카로 탈바꿈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평창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