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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모토로라 인수 여파…플랫폼 취약한 삼성·LG 기로에

구글, 모토로라 인수 여파…플랫폼 취약한 삼성·LG 기로에
기사입력 2011.08.27 11:24:00 | 최종수정 2011.08.27 15:42:48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구글로라(구글+모토로라)’발(發) 모바일 혁명이 불어닥쳤다. 구글은 8월 15일 모토로라의 휴대폰, 셋톱박스 사업부인 모토로라모빌리티를 현금 125억달러(13조5000억원), 주당 40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주당 40달러는 모토로라 주가 24.47달러(8월 12일 종가기준)에 63%의 프리미엄을 붙인 금액이다.

구글이 인수하는 모토로라모빌리티(Motorora Mobility)는 올 1월 모토로라가 2개의 회사로 분리되면서 분사한 회사다. 모토로라모빌리티는 올해 2분기 기준 세계 7위 스마트폰 제조사로 점유율 4%를 기록했다. 이번 인수 목적에 대해 구글 측은 특허 경쟁력 강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구글 CEO 래리 페이지(Larry Page·38)는 “모토로라 인수는 구글의 특허 경쟁력을 강화해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와 애플 등 경쟁업체로부터 안드로이드를 보호하기 위함”이라며 “이번 인수 후에도 안드로이드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운영하고, 모토로라는 독립적인 사업부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애플, MS, 오라클 등 기업들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제조사에 대한 특허 공격이 잦아지자 구글이 과감한 투자를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단기적으로는 특허경쟁에 영향을 미치고, 중장기적으로는 안드로이드 제조사들 간 경쟁과 플랫폼 전쟁으로 전이될 거란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에 주는 파장은 달라진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특허전을 위한 비장의 카드

구글이 가장 강조하고 싶은 이번 인수의 목적은 특허 경쟁력 확보를 통한 안드로이드 체제 강화다. 인수 직후 래리 페이지 구글 CEO는 구글플러스 페이지에 안드로이드 파트너사 CEO들이 보내온 축하 글을 게시했다. 이 게시 글에는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 박종석 LG전자 부사장, 피터 초우 HTC CEO 등이 “안드로이드와 파트너, 생태계를 보호하려는 구글의 헌신을 환영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하기 전에 파트너사들과 사전교감을 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번 인수가 있기 전까지 구글과 39개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뭉친 안드로이드 연맹은 애플, MS, 오라클 등의 특허 공격으로 인해 휘청거린 상태였다. MS는 메일에 대한 특허 등을 침해했다며 안드로이드 제조사에 특허료를 요구했고, 대만 스마트폰 제조사 HTC는 대당 5달러 특허료를 MS에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MS는 삼성전자에 대당 10~15달러 특허 사용료를 요구했다. 오라클은 자바 애플리케이션 등에 대한 특허 사용료로 안드로이드 제조사에 대당 15~20달러의 특허료를 요구 중이다. 애플은 디자인, 사용자환경(UI) 등에 대한 특허 공격으로 삼성전자와 전 세계 법정에서 맞붙고 있다. 8월 초 독일 법원은 애플의 주장을 받아들여 갤럭시탭 10.1을 판매 중지시키기도 했다. 상황이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자 안드로이드 제조사들 사이에서는 ‘더 이상 안드로이드는 공짜가 아니다. 스스로 특허 공격에 대비하거나, 대안 운영체제를 찾아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특허전이 전 세계로 확산되자 7월 초에 있었던 캐나다 통신장비업체 노텔 인수전에 관심이 쏠렸다. 노텔은 6000여개 통신특허를 보유한 업체로 애플과 구글이 인수전에서 맞붙은 결과 결국 애플컨소시엄이 45억달러(4조8000억원)에 노텔을 인수했다. 전문가들은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가 애플의 노텔 인수에 대한 맞대응이라 분석한다.

이순학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구글이 결국 안드로이드 제조사들 특허 방어를 도와줄 것이라 예상했는데 그것이 모토로라 인수로 구체화됐다”고 밝혔다. 모토로라는 세계 최초로 휴대전화를 개발했던 기업으로 보유특허 1만7000개와 특허를 기다리고 있는 기술 7000여개가 있다. 총 2만4000여개 특허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셈. 앤디 루빈 구글 부사장은 “모토로라가 보유한 다수의 특허를 개방(오픈소스화)함으로써 파트너사들이 함께 성장하고 있는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은 매출의 96%가 온라인 광고를 통해 발생하기 때문에 파트너사들을 자극하지 않고, 안드로이드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최대한 조심하는 모양새다.

차기 레퍼런스폰은 모토로라? 삼성·LG·팬택은 긴장

한편 소프트웨어에 강한 구글이 하드웨어 제조사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위협을 느끼고 있다. 모토로라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내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구글은 겉으로 “모토로라는 독립적인 회사로 운영하고, 안드로이드의 라이선스 사업자(licensee)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구글이 다른 제조사와 모토로라를 차별할수록 운영체제로서 안드로이드 영향력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 OS는 개방형, 중립형 플랫폼을 내세워 지난해 2분기 시장점유율 17.2%에서 올해 2분기 43.4%로 성장했다.

반면에 삼성, LG, HTC, 소니에릭슨, 팬택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중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점차 구글이 직접 휴대폰 시장에 뛰어들고, 개방과 공유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제조업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라며 “이는 기존 안드로이드 제조사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이렇게 바라보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첫 번째 이번 인수를 주도한 앤디 루빈 구글 부사장의 성향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구글이 이번 인수를 결정한 동기는 단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기 전체를 디자인해서 애플 아이폰, 아이패드와 같이 영향력을 갖는 것”이라며 “그 동기가 루빈을 움직였다”고 전했다. 안드로이드를 만든 루빈은 전형적인 엔지니어로 때로는 일에 대한 열정이 과도해 안드로이드 진영 협력사들에 너무 많은 영향력을 휘두른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즉 그의 성향으로 볼 때 구글이 모토로라를 통해 원하는 스마트 기기의 성능과 기능을 적극적으로 구현할 것이란 전망이 가능하다. 모토로라가 부상할 것이란 두 번째 이유는 소비자 인식 때문이다. 비록 구글이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겠다고 밝히더라도 소비자는 모토로라 제품을 더 신뢰할 가능성이 높다. 하준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보통 스마트폰 제조사가 운영체제업체와 긴밀하게 협력할수록 스마트폰은 성능이 좋아진다. 소비자는 모토로라 제품을 보면서 모회사인 구글과의 협력으로 더 성능이 좋다고 믿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이 차기 레퍼런스폰(표준폰)을 결정할 때 모토로라를 우대할 거란 예상도 있다. 레퍼런스폰은 안드로이드 신규 버전이 등장할 때마다 그 기능을 가장 잘 구현한 표준 스마트폰이기 때문에 제조사 간 경쟁이 치열하다. HTC가 안드로이드의 첫 레퍼런스폰을 만들었고, 그 이후엔 삼성전자가 맡았다. 하지만 앞으로 나올 레퍼런스폰이 모토로라가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일단 구글 측은 이 예상을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앤디 루빈 구글 부사장은 “레퍼런스폰 파트너사를 결정하는 입찰은 이전과 마찬가지 방법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차기 레퍼런스폰 넥서스 프라임 제조는 삼성전자가 맡는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모토로라가 가장 많은 기회를 가질 거란 예측이 많다. 하준두 연구원은 “모토로라가 레퍼런스폰을 개발할 기회가 분명 많아질 것”이라 단언한다.

삼성전자 플랫폼 경쟁에서 소외될 수도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장기적으로 플랫폼 경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모토로라가 구글을 등에 업고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면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의 대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기 때문.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가 삼성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미 예상했던 일로 삼성은 자체 OS를 갖고 있고, MS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외에 MS 윈도폰 등을 채택하는 식으로 멀티 플랫폼 전략을 고수하고, 자체 플랫폼인 바다 OS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삼성이 플랫폼 경쟁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이미 스마트폰 플랫폼 시장에서 애플의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가 2강 체제를 구축한 상황에서 제3의 플랫폼을 노리고 MS와 노키아가 협력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노키아는 올 2월 자사 운영체제 심비안을 버리고 MS 윈도폰을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스티븐 엘롭 노키아 CEO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OS와 관련해 모토로라에 특혜를 줄 것이라는 전망은 옳은 이야기”라며 “스마트폰 분야는 제3의 생태계가 필요하고 그런 차원에서 노키아는 MS와 제휴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키아는 현재 MS와 제작 중인 플랫폼에서 구동할 앱 2만~3만개가량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김중태 IT문화원장은 “삼성의 바다 OS는 노키아의 심비안보다도 성능과 안정성이 떨어진다. 게다가 MS는 OS 전문업체로 향후 안드로이드와 2강 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업체다. 삼성전자가 가전과 모바일을 융합할 때 바다 OS가 일정 시장을 차지하겠지만, 모바일만으로 경쟁력을 따지면 MS-노키아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윤형중 기자 hjy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21호(11.08.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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