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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생태계/도서

"게임으로 돈 벌었다 그런데 나도 게임에 중독 되더라"

"게임으로 돈 벌었다 그런데 나도 게임에 중독 되더라"

[잠깐, 이 저자] '게임회사가 우리아이에게…' 쓴 前 게임회사 CEO 고평석씨

조선일보 | 신용관 기자 | 입력 2011.08.13 03:25 |

"게임을 즐기는 것과 게임에 중독되는 것은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사람들은 즐겁기 때문에 게임을 하지요. 온라인 게임은 가장 발달된 기술로 가장 재미있게 만든 게임입니다. 문제는 사람들의 말초신경을 지나치게 자극한다는 점이지요."

↑ [조선일보]전직 게임 회사 CEO로서 고씨는“게임 중독을 막거나 올바른 게임 문화를 만드는 데 게임 회사가 돈을 들인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당연한 말인데도 그 무게감이 남다른 건 10년 동안 게임 업계에 깊이 몸을 담갔던 당사자의 발언이기 때문이다. '게임 회사가 우리 아이에게 말하지 않는 진실'(한얼미디어)이라는 도발적 제목의 책을 낸 고평석(39)씨는 직원 20명의 모바일게임 회사 '지오스큐브' CEO 출신이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일찌감치 이 업계에 뛰어들어, 회사 설립 1년10개월 만에 '이달의 우수 게임'을 만들었고 문화관광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게임은 가장 유력한 미래의 레저이자, 게임 산업은 대한민국 의 성장 동력"이라고까지 믿었기에 더욱 의욕적으로 일했다.

그러나 "동창들의 결코 따뜻하지 않은 시선"을 자주 느꼈던 그는 자식이 커가면서 '내 아이에게 자신 있게 게임을 권할 수 있을까'라는 자문을 거듭하게 됐고 '결코 아니다'라는 답을 얻었다. 회사의 게임 사업부문을 접고 교육 콘텐츠 회사로 전환했다.

"말초신경이 자극받으면 사람들은 더 큰 긴장과 재미를 추구하게 됩니다. 이렇게 게임에 중독되면 자신을 통제 못 하고 생활이 망가지게 되지요." 그는 회사를 정비한 뒤 이 책을 쓰려고 직접 자신을 상대로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간 중독 실험을 했다. 맥도널드 햄버거의 폐해를 몸으로 보여준 다큐 필름 '수퍼 사이즈 미'의 게임판인 셈이다. 술과 담배를 전혀 안 할 정도로 중독 증상과 거리가 먼 그는 매일 1시간씩 온라인 축구 게임을 했다. 처음에는 서툴고 별 재미도 없어 '이거 언제든 그만둘 수 있겠네' 싶었으나, 2개월째 들어 이기는 횟수가 늘면서 본격적으로 매달리게 됐다.

"승리의 기쁨을 알게 되자 게임 아이템을 사게 되더군요. 휴대폰 결제라 한 달에 3만원어치 아이템을 사면서도 충동구매를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두통이라곤 모르고 산 그는 게임 반 년 만에 어지럼증이 5~6시간 지속됐고 '감정의 연속' 증상이 나타나 게임 후 거리에 나서면 '다른 사람에게 강력한 태클을 걸어보고 싶은 충동'에 빠졌다. "최근 유럽을 발칵 뒤집어 놓은 노르웨이 연쇄 테러의 범인은 평소 폭력적 게임을 즐겼다고 합니다. 게임이 유일한 요인은 아닐지라도 무차별 총격의 여러 원인 중 하나임은 분명합니다."

게임 회사 CEO 시절엔 자기 회사에서 만든 게임에 아이들을 중독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그 게임 없이는 살 수 없게 만든다는 얘기다.

3부로 구성된 책엔 저자의 중독 실험 일지, 게임 회사의 주장과 사실, 게임 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 등이 매우 설득력 있게 담겨 있다. 가령 게임 회사들은 '게임을 하면 머리가 좋아진다'고 주장하지만 실은 게임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우고 머리를 쓰는 것이 아니라 게임에 능숙해지도록 단순한 플레이만을 반복하기에 머리가 좋아진다는 건 크나큰 착각이라는 것이다. "온라인 게임은 메시지, 스토리, 감동이 모두 빠져 있기에, 콘텐츠라기보다 '시간 때우기 도구'"라는 것이다.

"청소년, 심지어 대학생들까지 게임에 몰두하는 건 현실에서는 노력해도 보상받기가 쉽지 않지만 게임의 세계는 시간과 공을 들인 만큼 철저히 보상해주기 때문입니다. 학교와 가정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끼는 아이들일수록 '게임 세상'엔 공정한 룰이 작용하고 있다고 믿게 되지요. 현실 부적응자가 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게임에 빠진 아이를 부모가 절대 내버려둬선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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