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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생태계/지식

[지식 지도가 바뀐다] 쏟아지는 '지식'… 가려낼 수 있는 자 누구인가

[지식 지도가 바뀐다] 쏟아지는 '지식'… 가려낼 수 있는 자 누구인가

[3·끝] 디지털 지식 시대의 그늘
'e북' 등 디지털 지식 소비 폭발… 책은 이제 짧게 즐기는 소비재
지식인 그룹의 '게이트키핑' 약화, 진리의 기준·가치 '혼동' 우려도

조선일보 | 전병근 기자 | 입력 2011.03.01 03:20 | 수정 2011.03.01 05:50 |

지난 27일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 의 디지털도서관 지하 3층. 재작년 5월 문을 연 정보광장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요즘은 하루 이용객이 1500명을 오간다. 도서관은 디지털 콘텐츠를 채우느라 바쁘다. 2009년 e북 4332권을 확보한 데 이어 작년에는 3만410권으로 대폭 늘렸다. 교보문고 광화문점 멀티미디어관에도 전자책에 대한 문의가 줄을 잇는다. 올 들어 1~2월 매출이 전년 대비 245% 늘었다.

↑ [조선일보]

지식의 디지털식 소비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출판저널은 지난 2월호에 스마트폰 ·태블릿 PC 사용자 10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실었다. 응답자의 82%가 모바일기기로 전자책을 읽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관망해왔던 출판사들도 e북시장에 나서고 있다. 단행본업계 1위 웅진씽크빅 은 지난해 350종의 전자책을 내놨고, 올해 3월까지 150종을 더할 계획이다. 김종훈 단행본개발전략팀장은 "반응이 예상보다 좋다. 연 70억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간 세계의 문학은 봄호 특집으로 '전자책 시대의 문학'을 다뤘다. 글을 기고한 김민영( 서울대 대학원 미국문학 전공)씨는 "책의 변화에 따라 책 속에 담아오던 문학 역시 코페르니쿠스적인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며 "미래의 소설은 더 이상 문자나 종이책의 전유물이 아니라 마치 복합기처럼 문자와 사운드 그리고 컬러와 그림이 합해져 새롭게 태어나는 스크린 속의 종합예술이 될 것"이라고 썼다. 또 다른 기고자인 심보선 시인은 "책은 미래를 계시하는 위대한 정신의 소산이 아니라 주기가 짧은 취향 공동체를 구성하는 데 긴요한 소비재로 그 기능이 바뀔 것"이라며 "전자책은 이러한 추세를 가속화하면 했지, 멈추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게 '폭발한 시장'인가에 대해서는 다른 견해도 있다. 민음사의 장은수 대표편집인은 "아직까지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는 데 드는 비용과 수익 사이에 불균형이 존재한다. 신중하게 준비하는 단계"라고 했다. 한국 시장의 경우 e북 단말기인 킨들로 시장을 개척하는 미국의 아마존 같은 선도 기업이 없다는 것도 큰 차이로 거론된다.

인터넷 문화에 팽배한 '공짜' 심리도 장애물이다. 출판 저널 조사에 따르면 전자책 이용자 중 사서 본 사람은 17%, 무료 이용자는 83%였다. 인터파크 , 알라딘도 전자책 무료 이용 비중이 50%를 넘는다. 독자들은 사서 보지 않는 이유로 '원하는 콘텐츠가 없어서'를 1위(45%)로 꼽는다. '가격이 비싸서'(14%), '무료가 많아 살 필요성을 못 느껴서'(12%)가 다음 순이다.

그러다 보니 디지털화가 콘텐츠 품질 하락을 조장하는 측면도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장은수 대표편집인은 "예전엔 책이라는 물리적 실체가 있어서 대여에 한계가 있었는데 지금은 헐값에 무한 복제 대여가 가능해지면서 창조적 저자에 대해서는 배려가 없는 소비구조를 낳고 있다"며 "한국처럼 규모가 작은 소수 언어시장의 경우 콘텐츠 기반 붕괴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디지털시대 지식의 생산·소비구조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디지털 미디어의 확산이 지식의 대중 확산과 소통에는 분명히 기여하지만 정보가 홍수를 이루면서 진위와 미추의 기준이 흐려지거나 위협받는 시기가 되었다는 것. 오세정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은 "전문가 집단의 학술지가 중요한 것은 여전하다"며 " 천안함 침몰이나 광우병 파동 때 보듯이 지식인 그룹의 게이트 키핑 역할이 약화되면서 지식에 혼동이 생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김우창 이대 석좌교수도 "정보의 민주화 이면에는 가치 기준에 대한 위협이 깔려 있다. 공적 진리의 공간을 유지하는 것이 사회 전체로서는 필요하다"면서 "어느 시대보다 TV나 신문 같은 대중 매체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새로운 말의 시대의 도래'에 대해서도 "고전시대 소크라테스나 공자나 예수가 글을 쓴 게 아니라 말로 진리를 설파한 것은 맞다. 하지만 말에도 가치의 우열이 있다. 모든 장터의 말을 대등하게 가치 있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진리와 가치의 기준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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