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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 데스크] 청년기업가정신 살리려면

[매경 데스크] 청년기업가정신 살리려면
기사입력 2011.02.22 17:10:38 | 최종수정 2011.02.22 17:29:09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벤처를 세워 성공하면 벤츠를 타죠. 잘못돼서 실패하면 벤치로 가게 됩니다."

위험도 높은 벤처기업 속성을 표현한 말이다. IMF 외환위기를 넘긴 2000년대 초 1차 벤처 붐이 일었다. 이어진 닷컴버블 붕괴는 큰 휴유증을 남겼다. 다시 2008년에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까스로 극복한 지금, 국내에선 제2 벤처 붐이 일고 있다.

벤처기업 수는 2만5000개에 달한다. 벤처캐피털 조성액도 1조5000억원을 넘는다. 모두 사상 최대 기록이다. 스마트폰ㆍ태양광ㆍLEDㆍ바이오ㆍ나노ㆍ엔터테인먼트처럼 소위 `뜨는 산업`에 돈이 몰린다.

스타 벤처기업도 탄생했다. 대학 연구소에서 출발한 벤처기업으론 처음으로 휴맥스가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휴맥스는 창업 21년 만에 TV 셋톱박스 분야에서 세계 4위 업체로 부상했다. 최근 40년 사이 대기업 계열사가 아닌 창업 기업이 매출 1조원 클럽에 가입한 곳은 웅진, NHN, 이랜드, 휴맥스, 디에스엘시디, 그리고 게임업체 넥슨 정도다.

이 같은 신화창조 스토리는 창업가의 7전8기 도전정신과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업 성공의 핵심은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다. 새로운 가치나 일자리를 만드는 창업가의 공통된 특징은 △위험을 선호하고 △자신감이 충만하고 △일에 몰입하며 △책임감과 리더십을 갖춘 동시에 △혁신을 주도한다. 이들의 야성적 충동은 투자를 촉진해 경제 발전에 원동력이 된다. 그래서 기업가 정신은 불황일수록 더 빛난다.

`창조적 파괴`를 주장한 슘페터는 "신제품과 신공정을 개발하고 신시장을 개척하는 기업가의 벤처 정신이 자본주의 경제를 움직이는 근본적인 엔진"이라고 강조했다.

"기업가는 어떤 업(業)을 일으키는(起) 사람을 말하죠. 기업가 정신은 단순한 경영자 마인드가 아닙니다." 벤처 1세대인 안철수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요즘 기업가 정신이 사라졌다"고 지적한다. 벤처 붐이 일어도 기업가 정신은 힘을 잃었다. 청년들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창업의 꿈을 펼치지 못한다. `가족ㆍ친구ㆍ바보들 외엔 돈을 대지 않는다`는 속담은 현실이다. `돈줄`인 벤처캐피털은 초기 사업 투자를 외면한다. 모험자본이 `고위험ㆍ고수익` 투자를 기피하고 안전한 투자에만 혈안이다. 혁신에 기반을 둔 기회형 창업보다는 생계형 창업이 주류를 이룬다. 안 교수는 기업가 정신 실종 원인으로 △개인 실력 부족 △창업 인프라스트럭처 부족 △대기업의 부당거래 △대표이사 연대보증제 등 실패하면 재기가 힘든 구조 등을 꼽는다.

창조적인 청년 기업가를 키워야만 국가 미래가 밝다. 정부와 기업은 벤처의 성공 확률을 높이고 실패 위험을 낮추는 환경 조성에 힘을 모아야 한다.

이와 관련해 한국판 카우프만재단인 청년기업가정신재단(이사장 황철주)이 다음달 초 출범해 기대를 모은다. 재단은 △청년 CEO 양성 △기업가 정신 교육과 실태 조사 △창업 성공사례 발굴 등 사업을 펼친다. 재단은 역량 있는 젊은이들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폭넓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창업 꿈나무를 키워내기 위한 체계적인 프로그램과 재원 확충이 필수다. 동시에 성공한 기업가들이 경험과 지식을 직접 전수하는 멘토링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유망한 청년 CEO에겐 창업자금도 지원해주는 자립형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이와 함께 창업자금을 대는 엔젤투자자를 교육하고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일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청년기업가정신재단뿐만 아니라 기업들 스스로 기업가 정신 함양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반기업 정서가 사라지고 존경받는 기업가상을 구현할 수 있다.

정부는 초ㆍ중ㆍ고 학생은 물론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경제ㆍ경영지식 함양 프로그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사회 전반에 기업가 정신이 고취될 수 있도록 △창업ㆍ파산ㆍ투자회수 용이성 △고용 유연성 △지식재산권 보호 △기업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 제공 등 제도 정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부 = 홍기영 부장 kyh@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