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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18人 글로벌 드림팀의 '경영 상담소'] Q: IT 中企 사장의 고민… 빠르게 변하는 시장 어떻게 대응할까요?

[Weekly BIZ] [18人 글로벌 드림팀의 '경영 상담소'] Q: IT 中企 사장의 고민… 빠르게 변하는 시장 어떻게 대응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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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의균 기자 egkim@chosun.com
 IT 중소기업 사장입니다. IT 시장은 트렌드가 워낙 빨리 바뀌다 보니 대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중소기업은 사소한 실수 하나가 회사의 존립까지도 뒤흔들 수 있는 만큼, 자칫 시장 트렌드를 놓칠까 두렵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을 어떻게 미리 읽고 대응할 수 있을까요?

A: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의 멘토링
'고객의 고객'소리까지 들으세요

■B2B 회사라도 최종 소비자와 직접 만나 보세요

귀하의 질문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IT만큼 시장이 빠르게 변하는 산업은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일하는 디스플레이(TV나 모니터를 만드는 데 쓰이는 화면표시장치) 분야만 하더라도 제가 CEO를 맡은 지난 4년간 초대형 TV부터 스마트폰, 태블릿PC까지 하루가 다르게 숱한 신제품들이 쏟아졌습니다. 이를 사전에 예측하고, 그때마다 적절한 디스플레이를 선제적으로 내놓는지 여부에 따라 각 업체의 명암이 엇갈린 것은 물론이지요.

기업의 크고 작음과 관계없이 시장 트렌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고도 어려운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국 기본으로 돌아가 풀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시장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라는 것이지요.

저희 회사의 경우 개인 소비자에게 제품을 파는 게 아니라 소니나 LG전자 같은 다른 기업에 제품을 팝니다. B2B 기업이라고 하죠. 소니나 LG전자 같은 회사는 저희로부터 디스플레이를 사서 TV나 PC용 모니터를 만듭니다. 개인 소비자가 직접적인 고객은 아닌 셈입니다.

그럼에도 저희는 몇 년 전부터 조금 더 최종 소비자 쪽으로 다가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3년 전 저희는 대만의 한 모니터업체와 함께 현지에서 디스플레이는 물론 모니터까지 동시에 생산하는 합작회사를 세웠습니다. 이 회사는 안정적 디스플레이 공급처 확보라는 당초 설립 목적 외에 저희가 만들어야 할 디스플레이의 트렌드를 제시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습니다.

이 합작회사가 지난해 내놓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블레이드(blade)'라는 모니터 출시 과정이 대표적입니다. 당시 합작회사 직원들은 요즘 일반 소비자들의 주된 관심사가 "저렴한 가격이 아니라 감각적인 디자인이나 3D와 같은 첨단 기술 접목 여부"라는 사실을 파악하게 됐습니다.

한데 이것은 모기업인 저희 LG디스플레이에도 커다란 시사점을 던져주는 포인트였습니다. 왜냐하면 저희는 그동안 감각적인 디자인의 제품 제조보다는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품질을 내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저희는 디자인을 강화한 디스플레이 생산량을 늘리기 시작했고, 디스플레이 판매량을 신장시키는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IT 제품에 대한 민감도가 남다른 대만 소비자들의 취향을 직접 파악함으로써 얻은 결실이었습니다.

■거래처인 대기업을 귀찮게 해보세요

소비자들의 소리를 듣는 데도 비용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꼭 거창한 형태가 아니어도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

IT 매장이 많이 몰린 지역에 소규모로 '안테나 숍(실제 판매에 앞서 시장조사 등을 목표로 시험적으로 운영하는 점포)'을 열 수도 있을 것이고, 인터넷 카페를 통해 고정 회원들에게 이벤트를 열어주면서 의견을 들어볼 수도 있을 겁니다.

한 번에 대단한 성과를 얻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기계적이거나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고객이 원하는 좋은 제품을 만들어 고객과 윈윈(win-win)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접근한다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도 차츰 '아, 여기라면 말이 통하는구나'라며 도움이 될 만한 의견을 제시하기 시작할 테니까요.

거래하고 있는 대기업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대기업은 시장 정보를 보다 체계적으로 수집합니다. 가령 저희 회사는 지난해 새로운 기술 방식의 3차원(3D) 디스플레이 개발을 위해 기업 고객사는 물론, 최종 소비자와 미국 베스트바이를 비롯한 글로벌 유통업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채널을 대상으로 많은 사전 조사를 하고 컨설팅도 받았습니다. 이렇게 개발된 제품이 FPR(편광필름방식) 3D 디스플레이입니다.

만일 귀사의 담당 직원이 대기업 방문 횟수를 늘리는 등 접촉 빈도를 높인다면 다양하면서도 심층적인 시장 트렌드를 좀 더 자주 들을 수 있을 겁니다. 다행히 최근엔 사회적 분위기도 대기업·중소기업 간 상생(相生)을 강조하고 있으니까요.

新사업·트렌드 연구하는 사내 모임도 활성화하세요
그리고 일단 방향 정해지면 신속한 실행이 중요합니다

■사내 스터디 모임을 권장하세요


내부에도 변화를 줄 필요가 있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시장을 제대로 읽으려면 결국 내부적으로 더 많이 노력하는 게 필수적입니다. 관련 부서를 정식으로 신설 혹은 강화하는 게 일반적 방법이지요.

저는 이와 함께 사내에 새로운 사업이나 트렌드를 연구하는 비공식 모임을 만들어볼 것을 권해 드립니다. 이는 미래에 대한 고민이나 관심을 일부 직원에 한정된 게 아닌 전 직원으로 넓히는 데 유용한 방법입니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자신들의 업무 위주로, 또 당장 급한 일 위주로 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회사가 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갖기 위해선 이런 마인드로는 부족합니다. 직원 모두가 먼 미래와 시장에 대해 고민을 해보는 경험이나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저희 회사의 경우 2009년부터 사내 자율 모임인 'W-MBA(World No.1 Master of B2B marketing Academy)'라는 게 만들어졌고, 이곳 회원들이 새로운 시장 트렌드에 관한 리포트 경진 대회를 주기적으로 갖고 있습니다. 뜻이 맞는 회원들이 두 명 혹은 다섯 명 등 다양한 단위로 모여 한 팀을 이룬 뒤 분기에 한 번꼴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지요.

첫해부터 260여 개의 연구 분석 보고서가 나왔는데, 그 주제를 살펴보면 '스마트 TV(Smart TV)의 이해와 전략', '온라인 마케팅 캠페인 전략' 등 사실 B2B 업체인 우리 회사보다는 저희 고객인 TV업체들이 고민해야 할 이슈들이 대다수입니다. 저희 직원들의 마인드가 그만큼 보다 소비자 지향적으로, 또 당장의 현실보다는 미래 시장 지향적으로 바뀌는 경험을 하고 있다는 반증일 겁니다. 회사는 이런 스터디 과정에 필요한 도서 구입이나 외부 자문 인력 지원을 하고, 우수 보고서에 대해 포상하고 있습니다.

■방향이 정해진 뒤엔 과감히 실행하세요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신속한 실행'입니다. 의외로 적지 않은 기업들이 트렌드를 파악하고 나서도 마지막 순간에 우물쭈물하다가 대응 타이밍을 놓치곤 합니다. 물론 트렌드 파악을 위해선 촉각을 곤두세우고 많은 고민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일단 방향이 정해졌으면 과감하게 실행해야 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경쟁자가 출현하는 IT 시장에선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CEO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새로운 사업 방향에 대해서는 CEO가 힘을 실어주고 챙겨야 합니다. 새 시장에 진출할 경우엔 CEO가 직접 주관하는 개발·마케팅·생산 임원 회의를 가질 것을 권해 드립니다. 선정된 전략제품에 회사의 자원이 집중 배치될 수 있도록 CEO가 직접 진두지휘하는 것입니다.

사실 디스플레이에 새로운 기술 방식을 접목시키는 건 저희도 어려운 일이고, 고객사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고민 끝에 앞으로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이어가기 위해선 새 기술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고, 일단 방향이 설정되자 전사적 자원 집중 전략으로 새로운 트렌드 확산의 단초를 마련했습니다. 시장 조사부터 제품 개발, 대량 생산 결정, 고객사 동참 약속 등 모든 과정이 예년의 비슷한 프로세스에 비해 20~30% 짧은, 6~7개월 만에 마무리됐습니다. 트렌드를 잡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신속하게 움직인 결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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