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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 /한스타일

배용준 日 레스토랑 ‘고시레’ 이대로 무너지는가?

배용준 日 레스토랑 ‘고시레’ 이대로 무너지는가?

레이디경향 | 입력 2011.02.01 11:55 |

ㆍ휴업이라고 공시했지만 실제로 조리장, 점원, 점장 등 전원 해고된 상태

배용준이 일본에 론칭한 고급 한식당 '고시레'가 오는 2월에 잠시 문을 닫는다. 2006년 개점 초만 해도 2개월 치 예약이 밀릴 정도로 호황을 누렸던 이곳은 명실상부 배용준의 위상을 엿볼 수 있는 곳이었다. 배용준의 팬이자, 레스토랑의 단골손님들에게서 최근 들어 경영이 급격히 악화됐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무슨 일일까?

화려한 개점, 2개월 치 예약될 만큼 호황 누려






지난 2006년 한류 스타 배용준은 도쿄 한가운데 한식 붐을 일으키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안고 한식 레스토랑 '고시레'를 개점했다. 그 후 개점 15일 만에 6천여 명이 예약을 마쳤고 런치 메뉴는 2개월 치 예약이 됐을 만큼 호황을 누렸다. 음식의 가격은 결코 저렴한 편이 아니었다. 반찬 대여섯 가지가 나오는 기본 백반이 3천5백 엔(한화 약 4만원)이고 삼계탕 정식은 5천5백 엔(한화 약 6만원)이었다. 오픈 파티에 참석한 배용준은 "한국의 식문화를 소개하는 출발점이 되려 합니다. 아시아의 문화 교류를 할 수 있는 장소로 발전하기를 기원합니다"라는 기대감을 밝히기도 했다.

배용준이 일본을 방문할 때마다 공항에서 진을 치던 팬들은 그 다음 코스로 '고시레'를 방문했다. '배용준이 들를 것'이라는 소문 때문이었다. 덕분에 그가 일본에 머무는 동안 '고시레'는 늘 만석이었고 미처 예약하지 못한 팬들은 '고시레' 앞에서 농성을 하듯 앉아 며칠 밤을 보내며 배용준을 기다리기도 했다. 그 때문에 소음에 시달리던 근처 거주민들이 경찰서에 신고를 하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고시레' 안으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레스토랑 내에 설치된 브라운관에서 배용준이 맛있게 식사를 하는 영상이 흘러나온다. 그만큼 '고시레'는 배용준의 팬들에게 일본에서 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명소였다.

갑작스러운 휴점, 왜? 새로운 점포 오픈은 아직 미지수


그런데 2010년 11월 '고시레'가 문을 닫는다는 소문이 흘러나왔다. 실제로 홈페이지에 휴업을 알리는 글이 게재됐다. 공식 안내문에 의하면 '설비의 노후화'로 2011년 2월까지만 영업을 하고 휴업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언제 재오픈할 것인지 혹은 새로운 장소로 옮길 것인지에 대한 발표는 추후 공식적으로 발표할 것이라고 명시되었다. 고시레의 휴점과 함께 배용준이 론칭한 한국 반찬 브랜드 '고시레 건'도 폐점 소식을 알렸다. 고시레 건은 도쿄 이케부쿠로에 위치한 세이부 백화점 본점 지하에 매장을 오픈했으나 1년 만에 문을 닫게 된 것이다. 배용준의 팬들은 고시레와 고시레 건의 연이은 휴점과 폐점 소식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도쿄 미나토구 시로가네에 위치한 배용준의 고급 한식당 '고시레' 외관과 내부 모습.


"무척 슬퍼요. 마치 가족이 모이는 장소 중 한 곳이 없어진 느낌이에요. 그래도 새로운 점포에 대한 일정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달라니 기다려야죠. '용준 가족'은 기다리는 게 특기니까요."

팬들 중 한 명은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한편에서는 또 다른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그들은 휴점의 이유에 대해 의구심을 내비쳤다.

"설비의 노후화로 휴업을 한다고요? 글쎄요. 최근까지 '고시레'를 간 저로서는 믿을 수가 없네요. 개점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노후화가 되나요? 아마 좀 더 월세가 싼 곳으로 이사하려는 게 아닐까요?"

이곳을 자주 이용하던 단골손님들은 개점 초와 달리 최근 들어 고시레를 찾는 손님이 많이 줄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만큼 경영이 어려워졌을 거라는 것이 그들의 추측이다. 고시레는 단순히 설비의 노후화라는 단 하나의 이유로 휴점을 한다는 것일까? 고시레가 위치한 지역은 도쿄 미나토구의 시로가네란 곳으로 고급 점포들이 즐비한 동네다. 이곳에는 일반 서민들이 자주 이용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고급 레스토랑들이 많다. 고시레도 그 중 하나다. 고시레의 메뉴 중 가장 비싼 요리는 왕이 먹는 수라상이라는 컨셉트로 차려진 무려 5만 엔(한화 60만원)짜리 코스다. 이외에도 전체적으로 음식 가격이 비싸다는 평이 많았다.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는 레스토랑 운영의 기본 비용인 월세만 해도 매달 3백만 엔(한화 4천만원)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운영이 어려웠다는 구체적인 증언도 나온다.

"처음에는 많았던 직원들의 숫자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었어요. 그리고 최근에는 손님을 맞이하던 점장이 직접 음식을 나르곤 했죠."

또 배용준의 팬 모임을 주도했던 A 모씨는 고시레의 관계자에게 '운영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파티를 열어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레스토랑 휴점을 알리는 게시문.


그는 "잠시 휴업이라는 형태로 영업을 중지했지만 다시 점포를 열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것 같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아직까지 옮길 장소를 마련하지 않았을 뿐더러 그동안 고시레에서 일했던 점원을 비롯한 점장, 조리장 등 모든 직원이 휴업이 시작되는 2월 28일을 기점으로 일을 그만두기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애초에 고시레 건물은 개점 당시 5년마다 갱신되는 형태의 임대계약이었고 우연히 올해가 딱 5년째가 되는 해이다. 배용준 측은 5년을 갱신하지 않고 계약을 포기한 것은 아닐까.

배용준은 한류 붐이 일어난 후 10년 넘게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는 언제나 '배용준이 하면 뭔가 다르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 배용준으로 인해 높아진 국가 브랜드 가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정부로부터 화관문화훈장까지 받았을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한류 스타에만 머물지 않고 우리나라 고유의 식문화를 일본에 전파하며 문화 교류의 장을 만들려 노력한 그의 계획은 5년 만에 빛을 잃고 말았다. 배용준에게는 무엇보다 힘이 되는 한국과 일본의 수많은 팬들이 있다. 그를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는 팬들을 위해 그리고 우리나라의 식문화를 널리 전파하겠다는 그의 바람대로 하루빨리 '고시레'가 재오픈하기를 기대한다.

<■글 & 사진 / 이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