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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CEO

싸이 Why? SNS 진짜 원조 싸이월드 페이스북에 뒤처진 이유는

싸이 Why? SNS 진짜 원조 싸이월드 페이스북에 뒤처진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2011.01.21 00:13 / 수정 2011.01.21 09:53

싸이월드 창업자 이동형 대표가 분석한 세계화 실패 원인
① 나라별 칸막이 만들어 세계 네트워크 소통 실패
② 한국 이미지 너무 강해 독도문제 뒤 일본서 외면
③ 아이폰 열풍 파악 못해 모바일 시대 대응 늦어

     
싸이월드 창업자인 이동형(46·사진) 나우프로필 대표는 20일 “싸이월드가 페이스북을 따라하다 보면 괴물이 되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대세인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싸이월드는 2500만 가입자를 보유한 국내 최대 SNS다. 대한민국 국민 절반 이상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국민 SNS다. 해외에서도 SNS의 원조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외국 기업인들이 SK를 방문할 때면 꼭 물어보던 것이 싸이월드 스토리였다. 그러나 지난해 글로벌 SNS들이 국내에 본격 상륙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싸이월드를 사용하던 사람들이 속속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로 옮겨가고 있는 가운데 사람들의 관심도 예전 같지 않다.

 1999년 만들어진 싸이월드는 2003년 SK커뮤니케이션즈에 인수됐다. 싸이월드는 페이스북이 탄생하기도 전에 글로벌 시장 공략을 시도했다. 하지만 2005년 이후 계속된 해외진출 시도는 연거푸 실패했다. 미국·독일·대만·일본·중국·베트남 등 6개국에 진출했지만 중국과 베트남을 제외하곤 모두 서비스를 접었다.

 창업자가 보는 싸이월드의 해외진출 실패 원인은 무엇일까. 이 대표는 “국가별 네트워크를 만들려고 했던 것이 가장 큰 패착이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전 세계에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세계 어느 나라 친구들과도 쉽게 교류할 수 있는 데 비해 싸이월드는 나라별 칸막이를 만들어 지역 기반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이 하는 서비스라는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한 것도 걸림돌이었다. 그는 “SNS는 자동차나 가구 같은 공산품이 아닌 네트워크다. 한국기업의 서비스라는 건 일본에서 큰 약점이었다. 독도 문제 같은 것이 터지면 가입자들이 좍 빠져나가 버리곤 했다”고 술회했다. 모바일 시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것도 문제였다. 이 대표는 “옴니아 같은 윈도 모바일 기반의 스마트폰에 집중하느라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에 대한 대응이 늦었다”면서 “특히 공유와 개방이라는 세계적 흐름을 따라잡지 못한 것이 약점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싸이월드가 해외 진출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이날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글로벌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10∼20대 젊은 층과 여성층을 공략한다는 것이 이 회사의 전략이다.

  과연 싸이월드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 대표는 “싸이월드만의 장점을 살리고 글로벌 플랫폼 구축에 성공한다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트위터나 페이스북도 같은 SNS로 분류되지만 성격은 매우 다르다”며 “달라진 트렌드를 반영하고 개성을 살린다면 승산이 있다”고 장담했다.

글=박혜민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이동형=1999년 싸이월드를 창업했고 2003년 싸이월드가 SK커뮤니케이션즈에 인수된 후 SK컴즈 싸이월드 본부장으로 일했다. 2005년부터는 싸이월드 일본 대표로 활동했다. 2008년 퇴사 후 또 다른 SNS 서비스업체인 ‘나우프로필’을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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