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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 /한스타일

<동남아에 퍼지는 `지식한류'…목표는 벤치마킹>

<동남아에 퍼지는 `지식한류'…목표는 벤치마킹>

연합뉴스 | 이준삼 | 입력 2011.01.21 13:03

 
8개국 11개대 참여 한국학회서 `지한파' 배출

`발전모델 찾겠다' 사이버교육 등 활기 띨 듯

(자카르타=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 드라마, 대중가요 등을 무기로 아시아를 휩쓴 한류(韓流)가 `지식의 물결'로 퍼져 나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또 다른 콘텐츠를 개발하지 않으면 한류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최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한국을 알고자 하는 기류가 현지 지식인들에게 점차 확산하는 분위기다.

19~2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제4회 `동남아한국학회(KSASA)' 국제회의는 왜 이 지역 지식인들이 한국에 큰 관심을 기울이는지 확인해볼 수 있는 자리였다.

몇 년 전 자생적으로 결성됐다는 이 학회에는 현재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라오스, 호주 등 8개 국가의 11개 주요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지한파 지식인들의 모임인 동시에 한국 관련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셈이다.

각국 대학을 대표해 이번 회의에 참석한 인물의 면면도 대단하다.

인도네시아 국립대의 구밀라르 소만뜨리 총장을 비롯해 필리핀대 에머린다 로만 총장, 베트남 호찌민 인문사회대의 보 반 센 총장, 말레이시아 말라야대의 모하마드 자밀 마아 부총장 등 총장·부총장급만 10명이 넘는다.

로만 총장은 회의 축사에서 "한국학이 이 지역의 정치·경제 교류를 촉진하고 이해도를 높일 것"이라고 했고, 인도네시아 펠리타 하라판대의 조나단 파라팍 총장은 "세계경제가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며 한국학을 통한 교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한국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뭘까.

한류스타들이 현지의 10~20대 사이에 인기를 누리고는 있지만 우리 대중문화가 이들 지역의 40~50대 중장년층까지 적극적 관심을 끌어내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에 궁금증은 더했다.

행사기간 만난 인도네시아대 인문학부 학과장인 밤방 와이바와르타 교수가 이런 의문에 시원스런 답변을 내놨다.

그는 `한국의 힘'을 꼽았다. 이는 세 가지 파워를 말하는 것으로 군사력과 한류문화, IT기술을 의미한다.

밤방 교수는 "한국학은 중국학, 일본학과 비교할 때 전혀 새로운 분야"라며 "상호 협력을 통해 IT기술과 우리 천연자원을 공동 개발하는 방안 등이 (한국학 교류를 통해) 연구될 수 있다"고 했다.

구밀라르 총장은 `한국학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수많은 청소년이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고 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사이버교육 프로그램 등을 보급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다수 교수가 한국학을 거론할 때 문화적으로는 한류를, 경제적으로는 한국 기업을, 한국 역사에 관해서는 `새마을운동'을 각각 `키워드'로 꺼낸다.

한국의 언어, 역사, 고유문화는 관심사가 아니었다. 이들 지식인이 한류와 한국학에 관심을 두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의 우수한 부분을 벤치마킹하고 싶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수십 년 전만 해도 동남아에서 한국보다 낙후된 나라는 별로 없었다고 한다.

예컨대 인도네시아는 인구나 천연자원 매장량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힐 정도였고 20년 전만 해도 발전 가능성이 매우 크게 평가됐었다.

그러나 고질적인 양극화와 낙후된 정치제도 탓에 경제발전이 더뎌졌고 인근 동남아 국가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한 한국학 전문가는 "효율적인 사회개혁과 경제발전을 고민해온 동남아 지역 지식인들에게 아무런 자원 없이 단기간에 수십 배 성장한 한국은 경이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발전모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류 콘텐츠의 고갈이나 한국 브랜드의 저평가를 걱정하기보다는 우리가 일궈놓은 성과물을 체계적으로 가다듬고 이들 국가에 어떻게 제공할지 고민하는 것이 한국을 세계화하는 첩경"이라고 지적했다.

js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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