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여름 SBS는 재미있는 조사를 한다. 이른바 ‘대한민국 트위터 대분석’이다. 이 조사에서 지난여름을 뜨겁게 달군 타블로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트위터 사용 패턴이 주목할 만하다. SBS는 트위터에서 타블로와 관련된 글을 전수 조사했는데, 그 결과 2010년 8월26일~10월9일 트윗이 5만1612건 발생했고, 글을 작성한 사람은 2만2099명으로 집계되었다. 특히 MBC가 <MBC 스페셜>을 통해 관련 내용을 방영한 이후 트윗 양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논조별로 트윗을 분석해본 결과 타블로의 옹호 세력이 74%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타블로를 비판하는 세력은 9%에 그쳤다. 중립 세력은 17%로 나타났다.

걱정할 만큼 타블로 문제를 두고 ‘음모론’을 펼치는 사람은 소수였다는 의미다. 초기에는 음해론자들이 대세를 이루지만 어느새 사람들이 반대 의견을 더욱 강하게 내기 시작하고, 의혹 제기를 일축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국면이 전환되더라는 것이다. 정작 타블로 사건을 삐딱하게 본다고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그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보다는 가벼운 이야깃거리 정도로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인 점을 감안한다면, 타블로 학력 의혹 사건(?)은 어찌 보면 해프닝 정도로 치부해도 될 일이었다.

   
헌법재판소는 미네르바 박대성씨(위)를 기소한 법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무엇이 이들을 치우치지 않게 만들었을까? 또는 이들에게 편향된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강하게 주입하는 경우에도 왜 많은 사람이 동요하지 않았을까. 2010년 지방선거에서도 흥미로운 움직임이 있었다. 선거가 가까이 다가오자 당국은 각 언론사에 댓글 실명제를 요구하기 시작했는데 몇 곳에서 아예 댓글을 막아버렸다. 당시 블로그 기반의 블로터닷넷이나 몇몇 인터넷 신문들은 실명제를 시행하느니 아예 댓글을 닫아버리겠다고 속속 선언하고, 실제로 선거 기간 댓글 실명제를 전면 거부했다.

그러고 나서 몇몇 언론사들은 ‘소셜 댓글’이라는 플랫폼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다. 자사 플랫폼이 아닌 특정 서비스 업체의 시스템을 댓글 플랫폼으로 사용하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 서비스와 연동시키자는 아이디어였다. 댓글을 자사 사이트 기능으로 제공하지 않을 경우에 대한 제약 조건은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았으며, 트위터 등 해외 서비스에게는 실명제를 강제하기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댓글에서 욕설이나 일방적인 비난·비방이 감소하고 있다고 말한다. 무엇이 악플을 달게 하는 것일까. 트위터와 연동된 댓글이나 언론사 익명 댓글이나 모두 실명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똑같은데 말이다.

‘소셜 댓글’이 자체 정화되는 까닭

여기에서 힌트가 나온다. ‘소셜’한 관계 속에서 자신이 노출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터무니없거나
상식적으로 용인되기 어려운 발언을 하기 힘들 것이라는 점이다. ‘소셜’ 서비스는 지극히 개인적
사용성을 보이는 데다, 누적되어 쌓여가는 개인의 발언을 담아두는 데이터베이스라는 점에서 자신을
숨기려야 숨길 수 없다는 것이다. 더 영향력 있게, 더 많은 사람에게 보일 이야기를 하려면 자신이
그만큼 노출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셈이다.

언뜻 보기에 실명을 달고 의견을 말하는 것은 매우 당당한 것 같다. 그럼 왜 실명을 걸고 ‘나 누구
찍었소’라고 말하는 것은 불법일까. 익명은 현대 자유민주주의가 제시한 ‘당당하게 말하는 방법’ 중
 하나이며,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점은 중학교 사회 시간에 졸지만 않았어도
 알 만한 내용이다.

웹 2.0 기반의 자유로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미네르바 사건이 2008년에 있었다. 그로부터 2년여가
지난 12월28일 헌법재판소는 미네르바를 기소할 때 적용했던 법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여기저기에서 ‘온라인이 대혼란에 빠질 것’이라며 걱정이 태산인가보다. 그들에게는 무지몽매한
국민이 득실거리는 인터넷이겠지만 인터넷은 신뢰 있는 정보를 유통하는 자가 더 많은 힘을 가지게
 되는 ‘소셜지성’의 단계가 막 시작되고 있다. 이것은 익명의 다수가 말하는 것이 좀 더 진실에
가깝다는 ‘집단지성’보다 한 걸음 더 진보된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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