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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가, EBS 강의에 무너질까

학원가, EBS 강의에 무너질까

한국경제 | 입력 2010.03.16 18:32 |

EBS강의, 수능 70% 반영에
학생들 관심 폭발적 증가
학원가선 "사교육 수요 여전"


지난 주말 인터넷 수능강의 홈페이지인 EBSi에는 '끊김 현상이 갑자기 늘었다'는 수험생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동영상 다운로드 횟수가 이틀간 100만938건으로 전 주에 비해 134%나 증가해 서버가 견디지 못한 탓이다. EBS에 접속자가 갑자기 많아진 이유는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지난 10일 "EBS 수능강의 내용이 수능시험에 70% 또는 그 이상 반영될 것"이라고 밝힌 탓이다. 이런 가운데 사교육 업계는 "EBS가 하면 얼마나 하겠느냐"며 콧방귀를 뀌고 있다. 교과부는 "이번엔 다르다"고 벼르고 있다. EBS발 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교육당국 "사교육 잡는다"

교육당국은 EBS를 '사교육 저격수'로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김규태 교과부 평생직업교육국장은 "종전에도 EBS로 수능을 대비할 수 있다고 홍보했지만,이번에는 실행 수준이 예전과 다르다"고 전했다. 이전에는 EBS와 수능이 직접 연계된 문항이 전체의 30% 수준이었지만 앞으로는 70% 이상으로 만들겠다는 것.교육계는 같은 지문이나 거의 동일한 유형 등을 사용할 경우 '직접 연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학교현장은 안 장관의 발언에 즉각 반응하고 있다. 서울 이대부고에 다니는 고3 학생 이모양(18)은 "학교 쉬는시간에 EBS 수능 강의를 다운받아 보는 친구들이 많아졌다"며 "전에 비해 화질도 좋아지고 최상위권 강좌도 늘었다"고 평가했다. PMP · 전자사전 등에 대한 수요도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BS 강의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자 EBS 측은 부랴부랴 서버 증설 등 늘어난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교과부는 방송통신위원회와 협의해 수신료에서 EBS가 가져가는 비율(현재 2.8%)을 높일 방침이다.

◆사교육 업체들은 '콧방귀'


사교육 업체들의 생각은 다르다. 일시적으로 EBS에 눈길이 쏠릴 순 있지만 시험 경쟁이 사라지지 않는 한 사교육 수요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2004년 교육인적자원부가 EBS에서 수능문제를 내겠다고 밝혔지만 사교육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학습 효과도 남아 있다.

손은진 메가스터디 전무는 "70%가 EBS에서 나오더라도 나머지 30%를 맞출 수 있도록 더 좋은 강의를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메가스터디 주가는 안 장관이 발표한 10일 10.80% 하락했지만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아예 EBS강의나 교재를 1차 자료로 삼아 보충강의를 하는 식으로 교육하겠다는 업체도 있다. 이영덕 대성학원 이사는 "정부 당국에서 이 정도로 얘기한다면 수험생들도 불안해서 EBS를 보지 않겠느냐"며 "우리는 재수학원에서 EBS에 대한 보충교재를 만들어 가르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