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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생태계/지식

끈적끈적 접착제의 비밀 접착제의 원리와 그 안에 숨겨진 창의성

끈적끈적 접착제의 비밀 접착제의 원리와 그 안에 숨겨진 창의성 2010년 10월 18일(월)

휴대폰, 자동차, 비행기, 우주선의 공통점은? 바로 접착제다. 오래 사용한 제품 일부가 떨어진 것을 붙이거나 어린 시절 만들기 할 때 사용한 것이 전부인 듯 느껴지는 접착제는 생각보다 많은 물건들에 사용되고 있다.

접착제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모든 물건들을 결합할 때 못이나 나사, 쐐기 등을 사용해야 했을 것이며 그만큼 제품의 견고함이나 효율도 떨어졌을 것이다. 접착제의 기원은 인류가 도구를 사용한 구석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무려 20만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화석에서 박달나무로부터 얻을 수 있는 타르가 발라진 것을 발견한 것이다. 나무에서 얻은 끈적끈적한 물질을 도구에 발라 접착제로 사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 외에도 소나무에서 얻을 수 있는 송진은 옛 인류에게 좋은 접착제로 사용됐다.

과학과 기술이 발달하면서 접착제를 사용하기는 더욱 간편해졌으며 성능 또한 좋아졌다. 게다가 용도에 따른 종류까지 다양해졌다. 순식간에 굳어 강력한 접착력을 보이는 순간접착제나 간단히 떼고 붙일 수 있는 스카치테이프를 비롯, 포스트잇에 사용되는 접착제도 있다. 또한 우주선과 같이 더욱 견고함을 요하는 곳에 사용하는 접착제들도 있다.

접착제의 기본, 빈틈을 메워라

▲ 접착제는 인력이 강한 고분자 화합물로 물체 사이의 빈틈을 채워 넣는 원리다.  ⓒSuperGlueCorp
대부분 ‘끈적끈적 하다’ 라고만 알고 있는 접착제가 서로 다른 물체들을 붙일수 있는 원리는 무엇일까. 접착제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바로 ‘틈’을 매우는 것이다. 모든 물체는 아무리 매끄러워 보이는 것이라 할지라도 사실 매우 울퉁불퉁한 표면을 가지고 있다. 파리가 앉아도 미끄러질 것 같이 잘 닦은 장식장 표면도 현미경으로 확대해 관찰하면 거친 표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두 물체를 붙이면 그 사이엔 수많은 틈이 존재하기 마련. 이 틈을 채워주는 것이 접착제의 기본원리다. 틈을 채워 마치 하나의 물체가 된 듯이 만드는 것이다. 모든 분자들 간에는 ‘반 데르 발스 힘’이라는 인력이 작용하게 된다. 틈을 가득 메운 분자와 물체들 사이에 이런 인력이 작용해 서로를 붙잡아 둘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틈을 아무 물질로나 채운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반 데르 발스 힘은 어떤 물체든지 견고히 붙일 만큼 강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접착하려는 물체의 무게, 표면 재질 등에 따라서 요구되는 접착력이 달라지기 때문에 각각 적절한 방법을 이용해야 한다.

이에 틈을 메우는 물질로 다른 분자들과 강력하게 결합하는 고분자 화합물을 사용하게 된다.

고분자 화합물을 이용한 다양한 접착제

원리는 이렇지만 이용하는 방법에 따라 접착제의 종류는 다양하다.

우선 고분자를 용액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액체상태의 풀이 있다. 이는 사용하기 편리하지만 접착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두 번째로는 처음엔 저분자 상태였다가 중합반응을 통해 고분자로 변형돼 접착력을 가지는 접착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순간접착제가 바로 이것이다. 찰랑거리는 액체 상태로 존재해 접착력을 의심하게 되지만 우선 밖으로 노출되면 공기 중의 수분과 반응해 중합반응을 일으켜 고분자가 된다.

이 반응이 매우 빠르기 때문에 순간접착제라 부르고 있다. 하지만 만약 뚜껑을 잘 닫지 않는다면 공기의 수증기와 접촉해 굳어버릴 수 있다. 순간접착제가 나오는 입구 부분이 단단히 굳어 사용에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분자 고체를 가열해 녹여서 접착제로 이용하는 것도 있다. 흔히 사용하는 ‘글루 건’이 그것이다.

뗐다 붙였다, 자유자재 접착 메모지 포스트잇

▲ 포스트잇은 강한 접착제와 약한 접착제를 동시에 사용해 우수한 기능성을 띈 상품이다. 
이렇게 접착제는 단단하게 고정시키는 것이 그 목적인만큼 강한 접착력들을 가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잘 떨어지는 접착제’는 당연 인기가 없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통념을 뒤집은 발명품이 있으니 바로 3M사의 스카치테이프와 포스트잇이다.

이 둘은 그 용도에 불편함이 없는 접착력과 부착면이 뗀 후에도 지저분해 지지 않는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많은 사랑을 받는 필수 사무용품에 속한다.

이에 스카치테이프와 포스트잇은 브랜드명 임에도 불구하고 투명테이프와 접착식 메모지를 대표하는 대명사가 돼 버렸다. 게다가 포스트잇은 강한 접착제를 개발하려다가 실수로 만든 약한 접착제를 이용한 것으로 수많은 시도와 기발한 창의성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져 있다.

포스트잇과 스카치테이프에 사용한 접착제는 바로 감압성 접착제로 고분자물질을 적당한 용매에 녹인 것이다. 이것을 접착하고자 하는 면에 대고 압력을 가해주면 용매들이 날아가고 고분자들이 접착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약한 접착제를 사용했기 때문에 종이가 붙어있기엔 무리가 없고 쉽게 떨어져 유용하다. 중요한 것은 부착 면에 접착제가 남아있지 않아 깨끗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포스트잇의 인기 비결이기도 하다.

이것은 접착제를 발라 놓은 원리에 그 비밀이 있다. 종이와 약한 접착제 사이에 강한 접착제가 들어있는 것이다. 이에 약한 접착제는 강한 접착제에 이끌려 종이에 항시 붙어있게 되는 것이며 부착 면에 묻지 않는 것이다. 이 접착제들을 종이의 두께에 변화가 없도록 매우 얇게 바른 기술이 위대한 발명을 불러온 것이다.

자연에서 힌트를 얻은 접착제들

헌데 포스트잇의 단점인 약한 접착력이 강해진다면 어떨까. 접착력이 강해 매우 견고히 붙어있을 수 있지만 떼어내고 싶을 때는 쉽게 떨어지는 접착제. 불가능할 것 같지만 실제로 그런 것이 있다. 작년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된 나노 접착패치가 그것이다.

이는 매끄러운 유리위에서도 미끄러지지 않고 걸어 다니는 도마뱀의 발을 보고 만든 것이다. 도마뱀의 발바닥에 있는 수백만 개의 미세섬모는 엄청난 인력으로 어디든 붙어있을 수 있게 해 준다. 이를 나노기술로 재현해 만든 것이 나노 접착 패치다. 무거운 무게도 버틸 수 있으며 어떤 면에든 부착가능하다. 심지어는 물속에서도 부착력을 가진다. 또한 일정 방향으로 잡아당기면 쉽게 떼어낼 수 있으며 부착 면에 이물질이 묻지 않는다.

게다가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일반적인 접착제들과는 다르게 오염물질 배출이나 독한 냄새도 없다. 풀이나 본드처럼 쉽게 발라서 사용하지는 못해 접착‘제’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접착기술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다.

▲ 최근 국내연구진이 홍합이 분비하는 홍합접착단백질로 세포 접착제를 개발했다.  ⓒLamiot

이 외에도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천연접착제와 같은 새로운 접착제들이 계속해서 연구·개발되고 있다. 최근엔 국내 연구진에 의해 기존의 것 보다 효과가 좋은 세포접착제가 개발된 사례가 있다. 세포접착제는 우리 몸의 세포나 조직들을 붙일 수 있는 접착제다. 일반적인 화학 접착제를 생각하면 매우 위험하게 생각될 수도 있지만 이 접착제는 대부분 인체에 무해한 성분으로 이뤄져 있다.

포스텍의 차형준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세포접착제는 홍합이 분비하는 접착단백질을 이용한 것으로 기존의 것보다 인체 친화적이고 생체 활성도가 2배 이상 높다고 한다. 이미 지난 2007년에 홍합접착단백질을 대량 생산하는데 성공했으며 이번에 이를 이용한 접착제를 개발한 것이다. 이것이 상용화 된다면 의학 분야에서는 물론 연구용이나 상업용으로도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라 기대된다.

조재형 객원기자 | alphard15@nate.com

저작권자 2010.10.18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