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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제품인데 안 팔린다? 뼈아픈 실패 경험한 혁신제품들의 문제점

뛰어난 제품인데 안 팔린다? 뼈아픈 실패 경험한 혁신제품들의 문제점 2010년 10월 15일(금)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 2009년 5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 10년간 기술적으로 실패한 10대 제품’을 선정해 보도했다. 이 제품들은 글로벌 대기업이 개발을 시도했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새로운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시장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사라져버린 아쉬운 제품들이었다.   

그중 하나가 ‘세그웨이(Segway)’다. 1인용 운송수단인 ‘세그웨이’는 도시의 출퇴근 광경을 바꿀 가장 혁신적인 제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더구나 애플의 스티브 잡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같은 사람들의 투자를 이끌어낼 만큼 이 제품은 출시 전에 큰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세그웨이’는 기술적으로 매우 뛰어난 제품이었다. 스스로 균형을 잡는 지능적인 메커니즘을 이용, 탑승자가 넘어지지 않도록 했으며, 몸을 앞뒤로 기울이기만 하면 자동으로 나아가거나 방향전환이 되고 정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기대를 모은 제품의 판매량은 참담하기만 했다. 18개월 동안 판매량이 고작 6천 대 정도에 불과했다.

고객들이 스스로 알아서 구매할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은 그동안 뼈아픈 실패를 경험한 혁신제품들을 열거하면서 이들의 실패 원인을 ‘더 나은 쥐덫의 오류(Better Mousetrap Fallacy)’라는 말로 설명했다. 품질이 더 좋은 쥐덫을 만들어 팔면 고객들이 스스로 알아서 제품을 구매할 것이라는 기업들의 제품 중심적 사고를 꼬집는 표현이다.  

▲ 1인용 운송수단인 '세그웨이(segway)'. 큰 기대를 모았으나 마케팅 실패로 쓴 잔을 맛보아야 했다. 
‘세그웨이’ 실패의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이 제품을 개발한 사람들은 소비자들이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때 이 제품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속도 문제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이 제품을 구입해 사용해본 후 “인도에서는 너무 빠르고 차도에서는 너무 느리다”는 불만을 터뜨렸다. 도심 출퇴근 광경을 바꿀 것으로 예상했지만, 멋진 정장을 차려 입은 사람이 ‘세그웨이’를 타고 출근하는 모습은 어딘가 어색하기만 했다.

더구나 1천만원이 넘는 가격과 1회 충전으로 39km까지만 주행할 수밖에 없었던 배터리 문제 등은 스티브 잡스 등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창조적 혁신 제품을 ‘나홀로 제품’으로 전락시키기에 충분했다.

웹밴, 8억 달러 투자 후 2년 만에 파산

미국 전역에 걸쳐 26개 지역에 물류 센터를 설립하고, 주문 받은 물건을 소비자 집 앞까지 신속하게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시도한 온라인 수퍼마켓 ‘웹밴(Webvan)’은 1999년 미국은 물론 세계 유통업계 관계자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웹밴은 수퍼마켓에서 계산하기 위해 줄 설 필요도 없고, 힘들게 물건을 들고 다닐 필요도 없으며, 가격 비교 사이트에서 가장 싼 가격을 찾을 수 있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었다. 상품평을 보고 물건을 고를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으로 꼽혔다.

웹밴은 소프트뱅크, 세쿼이어 캐피털, CBS 등으로부터 8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끌어 모으면서 업계 전문가들로부터 수년 안에 온라인에서 가장 각광 받는 식료품 소매상이 될 것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 온라인 수퍼마켓 '웹밴(Webvan)' 물류센터. 큰 성공을 기대했으나 2년 만에 문을 닫았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사업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자금난 등의 원인으로 파산한 것. 웹밴은 현재 사용자의 행동이나 습관 등의 변화를 유도하지 못해 실패한 대표적인 혁신사례로 꼽히고 있다.

웹밴이 실패한 이유는 너무 간단했다. 그동안 소비자들이 보여온 쇼핑 습관을 쉽게 바꿀 것이라는 지나치게 앞서 간 믿음 때문이었다.

소비자들은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의 쇼핑 습관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그들은 온라인으로 주문을 해놓고 배달을 기다리는 것보다 슈퍼마켓의 번잡함을 더 좋아했다. 웹밴 직원이 과일을 골라 주는 것보다는 소비자 스스로 과일을 확인하면서 보다 더 맛있고, 신선한 과일을 고르는 것을 더 좋아했다.

애플 컴퓨터는 개인용 컴퓨터 역사에 큰 획을 그을 수 있었던 획기적인 제품을 실패작으로 만든 뼈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지금은 PC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거의 없지만, 이 컴퓨터가 첫 선을 보인 것은 1983년이었다.

애플의 신제품 ‘LISA(Local Integrated Software Architecture)’는 그야말로 미래 세계를 바꿔놓을 확고부동한 혁신제품이었다.

‘LISA’의 기능은 당시 상황에서 화려함의 극치였다. 사상 최초로 마우스를 장착했으며, 현재 모든 컴퓨터의 표준이 된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 동시에 두 가지 이상의 작업을 처리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 운영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애플, 최초 개인용 PC 제품 2년 만에 단종

그러나 애플은 이 놀라운 제품을 출시 2년 만인 1985년 단종해야 했다. 이유는 높은 가격 때문이었다. ‘LISA’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통합 오피스 시스템 운영에는 대용량의 저장장치가 필요했다.

당시 최대 용량인 1MB의 메인 메모리, 그리고 양면 860K 5.25인치 플로피 드라이브 두 대를 내장했는데, 이로 인해 LISA 가격은 1만 달러로 뛰어 올랐다. 소비자들은 PC 성능에는 관심을 보였지만, 높은 가격을 매우 부담스러워 했다. 소비자들이 LISA로부터 눈을 돌렸고 애플이 자랑스럽게 내놓은 놀라운 혁신제품은 고작 2만 여대 판매량을 기록한 채 단종의 운명을 받아들여야 했다.

▲ 세계 최초의 PC 제품인 애플의 'LISA'. 성공을 확신했지만 2만 여대를 팔고 사라졌다. 
컴퓨터 네트워크의 선구자인 밥 메트칼프는 “발명은 꽃이고, 혁신은 잡초”라고 말했다. 발명이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꽃과 같은 존재라면 혁신은 일시적인 흥분을 가져오는 데 그치지 않고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퍼져가는 잡초와 같은 존재라는 의미다.

한마디로 혁신은 잡초처럼 널리 퍼지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신제품은 단지 새롭다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되고 대중들에게 널리 수용돼야 한다.  

LG경제연구원 정재영 책임연구원은 “혁신적인 신제품이 대중들에게 널리 수용되는 과정에서 넘어야 할 몇 가지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그 중 하나가 ‘캐즘(Chasm)’인데 이는 제품이 출시돼 직면하는 초기 시장(Early market)과 그 이후에 전개되는 주류 시장(Mainstream market) 사이의 간극을 말한다.

제프리 무어가 발견한 이 간극은 초기 시장의 성공이 항상 주류 시장의 성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주류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워 주기도 한다.

이강봉 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0.10.15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