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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에 박힌 정규교육은 결국 시간낭비"

"틀에 박힌 정규교육은 결국 시간낭비"
틀에 박힌 정규교육은 결국 시간낭비…모험심 가지고 새 비즈니스 모색해야
기사입력 2010.10.12 17:44:46 | 최종수정 2010.10.12 21:05:43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 제 11회 세계 지식 포럼 ◆

12일 아시아 최고 지식축제인 제11회 세계지식포럼이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막을 올렸다. 이날 행사장에는 행사 등록을 위해 1000명이 훨씬 넘는 인파가 몰렸다. 청중이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특별강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교육열이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에서 고교 중퇴인 제가 지식에 대한 연설을 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창조경영시대의 대표적인 `아이콘`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은 한국 청중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자신을 낮추고 청중을 치켜세우는 것으로 특유의 힘 넘치는 강연을 시작했다. 브랜슨 회장은 목숨을 건 기구 여행을 즐기는가 하면 브랜드 광고를 위해 각종 퍼포먼스로 신문 1면을 장식하는 `괴짜 최고경영자(CEO)`로 널리 알려져 있는 인물.

그는 상상력, 창의력, 도전정신으로 버진그룹을 작은 레코드가게에서 항공사, 모바일, 레저 등 30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린 대표적인 영국 기업으로 도약시켰다.

◆ 달라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 제11회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12일 한국을 처음 방문한 브랜슨 회장은 틀에 박힌 형식적인 강의를 거부했다.

이론적인 내용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을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나갔다. 가장 중점을 둔 메시지는 바로 기업가정신이었다. 브랜슨 회장은 "우리는 다른 기업들과 항상 다르게 행동한다(make difference)"며 "마케팅 또는 금융 구루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한번도 따라해 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비즈니스 전문가들의 비난에도 항상 버진만의 비즈니스 원칙을 만들어왔다"며 "지금이 이러한 기업가정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브랜슨 회장은 "최대가 아닌 최고를 추구한 것이 성공 비결이었다(We don`t strive to be the biggest, but the best)"며 "리스크를 거는 기업가정신을 발휘하라"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비즈니스 리더는 경제위기가 닥치면 감원하고, 예산을 줄이고, 투자 기회를 찾는 작업을 포기한다. 그러나 오히려 다른 기업들이 움츠릴 때가 과감하게 투자하고 리스크를 걸어야 할 시기라고 브랜슨 회장은 주장했다.

그는 "불확실성의 시대에서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며 "현명한 투자처를 찾고 새로운 기회를 발굴해 이것을 돋보이게 만들면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직원에게 월급보다 중요한 것은

= 그렇다면 대부분의 기업과 다른 길을 가더라도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브랜슨 회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며 "직원들이 회사를 자신의 것이라고 느끼게 하는 것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을 때 `직원들이 자랑스러워할 일`이어야 한다고 브랜슨 회장은 강조했다. 직원의 만족도는 곧 고객 서비스로 직결된다.

직원들이 즐겁고, 유쾌한 환경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것이 경쟁력의 원천이 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브랜슨 회장은 "만일 누군가 무리하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휴가를 보내라"며 "재택근무도 보다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버진그룹의 항공산업 진출 경험을 그 성공 사례로 들었다.

브랜슨 회장은 "버진그룹이 항공산업에 진출한 이유는 새로운 사업 모델 때문이 아니었다"며 "개인적으로 사업상 비행기를 많이 타고 다니는데 서비스가 너무 좋지 않아 항공산업에 뛰어들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당시 버진그룹 내 많은 사람도 반대했고 은행도 `또 하나의 항공사는 더 이상 필요 없다`고 비난했다"며 "그러나 나는 `또 하나의 항공사`를 만들 생각을 하지 않았고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서비스에 대한 질을 높여 운송산업을 서비스산업으로 새롭게 탈바꿈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런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선 모든 직원이 이러한 비전을 공유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어야 했다. 브랜슨 회장은 직원들과 소통을 위해 집 전화번호를 공개하면서까지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을 고민하는 과정을 거쳤다.

한편 정규 교육에 대한 질문에 그는 "좋은 교육은 물론 좋지만 그렇지 않은 정규 교육은 시간 낭비"라며 "중요한 것은 용기인데 정규 교육을 다 받고 나면 24세가 되고 대학을 떠날 때쯤 되면 모기지론, 가족과 관계 등으로 보수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한국 첫 방문 브랜슨 회장 / 금발머리에 카디건 차림때묻지 않은 괴짜 CEO

12시간27분. 제11회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으로 `처녀 비행`에 나선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한국에 머무른 시간이었다. 표면적으론 짧은 시간이었지만 워낙 강한 인상을 남겨 결코 짧은 만남은 아니었다.

대한항공편으로 12일 새벽 방한한 브랜슨 회장은 입국 표정부터 `버진`스러웠다.

그것은 `젊음` `활기참` `도전정신` `재미` 등을 함축한 표정이었다.

방한 직전 사흘 동안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와 캘리포니아주 모하비, LA에서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고 13시간가량 비행해 한국을 찾았지만 짐을 들고 입국장을 빠져나오는 모습은 여전히 활기찼다. 환갑(50년생)이라는 나이를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할 정도였다.

브랜슨 회장은 멀리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흘러내린 금발머리와 구레나룻의 모습이 입국장 안쪽에서 어른거리자 그의 모습을 알아본 몇몇 사람이 웅성거렸다. 흰색 셔츠 단추를 두 개 풀고 산뜻한 카디건에 청바지를 입은 모습은 글로벌 대기업 총수라기보다는 한국을 방문한 여행자에 가까웠다.

그가 회장으로 있는 버진(Virgin) 그룹은 `처녀`라는 뜻이다. 브랜슨 회장이 창업하면서 버진을 기업명으로 등록할 당시 회사 이름이 너무 외설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처녀`라는 이름에 집착한 이유는 버진이라는 이름이 조금 야하긴 하지만 흥미로운 데다 아무것도 없는 무(無)에서 시작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브랜슨 회장에게 버진이라는 이름은 외설적인 것과는 정반대로 `처음 그대로의 순수한 상태` `결코 누구의 손도 닿지 않은 때묻지 않고 깨끗한 상태`를 의미했다. 버진이라는 브랜드를 정식으로 등록한 후로도 회사는 전 세계 곳곳의 법정에서 이름을 방어하느라 엄청난 비용을 들였지만 그것은 브랜슨 회장이 고집한 버진의 성공에 필수적인 과정이었다.

[장용승 기자 / 문희철 기자 / 사진 = 박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