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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 이름값 못한 ‘동이’ 수출에선 ‘효녀’

이병훈 이름값 못한 ‘동이’ 수출에선 ‘효녀’

경향신문 | 이영경 기자 | 입력 2010.10.12 21:36  

'사극의 대가' 이병훈 PD가 연출한 MBC 월·화극 < 동이 > 가 12일 막을 내렸다. 그러나 그 성적표는 "요즘 MBC가 엉망이잖아요"라는 김혜수의 말처럼 딜레마에 빠진 MBC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사실 '이병훈표 사극'은 늘 MBC의 대세상승을 이끌던 우량주였다. < 허준 > < 대장금 > < 이산 > 등 이병훈 PD의 전작들은 방영 때마다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다른 프로그램의 시청률까지도 따라 오르게 만드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그 덕분에 MBC는 '드라마 왕국'이라는 명성을 유지했고, 이병훈 PD는 '사극의 달인'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전작에 비하면 < 동이 > 의 성적표는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다.

< 동이 > 는 초반부터 시청률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 도망자 > < 대물 > 등 최근 기대작들은 첫회에 20%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기록한 반면 < 동이 > 는 10% 초반대로 출발했다. 이후 꾸준한 시청률 상승세를 보이면서 한때 30%를 돌파하기도 했지만 중반 이후 20%대로 하락했다. 급기야 종반에 다다르면서 SBS < 자이언트 > 에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자리를 내주는 굴욕을 당했다. 물론 이 드라마에서 이병훈이라는 흥행감독의 이름을 뗀다면 시청률 면에서 선방한 것은 사실이다.

< 동이 > 의 가장 큰 실패 원인으로는 인물구도와 스토리 전개가 전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역사 속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숙빈(한효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으나 같은 여주인공 드라마였던 < 대장금 > 과 스토리 전개 등이 차별화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탁월한 조연들인 이희도, 이계인, 정동환, 최란 등이 열연했지만 과거 이병훈 감독이 연출했던 드라마의 캐릭터와 다를 바 없어 기시감을 더했다.

늘 감초 조연을 주인공 못지않게 잘 살려온 이병훈 감독의 미덕이 발휘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한편으로는 '정통사극'을 자처한 이 드라마가 최근 유행하고 있는 '퓨전사극'에 밀린 감도 없지 않다. 역사적 사실이나 관심보다는 드라마적 재미를 추구하는 신세대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지 않았던 셈이다.

그 와중에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숙종(지진희)과 장희빈(이소연)은 각각 '깨방정' '지능형 CEO'라는 새로운 이미지로 각인됐다. 또 인현왕후 역을 맡았던 박하선도 '단아 인현'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눈도장을 찍었고, 일명 '티베트 궁녀'로 불리는 보조출연자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편 < 동이 > 는 이병훈 감독의 전작들이 그랬듯 해외 수출에서는 돋보였다.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자료인 '방송사별 수출액 상위 작품현황'(SBS 제외)에 따르면 < 동이 > 는 860만달러로 올 상반기 가장 높은 수출액을 기록했다. "역시 이병훈"이라며 무릎을 칠 만한 차기작을 하루빨리 보고 싶다.

<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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