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켓 생태계/Contents Technology

세계 지배 노리는 ‘일본산 채소종자’ 고품질 종자 수출 남미, 호주 등으로 확대

세계 지배 노리는 ‘일본산 채소종자’ 고품질 종자 수출 남미, 호주 등으로 확대

2010년 10월 04일(월)

글로벌 종자 기업들 간의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채소종자 수출로 무역수지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한국, 일본과 같은

식량 수입국도 종자개발을 통해 식량생산의 근간이 되는 종자를 수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말해주는 것이다.

3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채소종자의 경우 수입이 많았던 2000~2002년을

제외하면 매해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무역수지 흑자폭도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종묘 검사를 위한 일본 정부의 채소경작지.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지난 2005년 14억3천5백만 엔, 2009년 8억7천1백만 엔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했는데, 일본은 상당부분의 해외 채소종자를

 해외 생산기지에서 채종해 반입하기 때문에 실제 순 수입액은 훨씬 적을 것으로

예상되며, 또한 무역흑자 폭도 훨씬 큰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과 중국, 일본 채소종자 주 고객 부상

지난 2009년 일본은 72억8천9백만 엔 어치의 해외 채소종자를 수입했으며,

81억6천만 엔 어치의 일본산 채소종자를 수출해 8억7천1백만 엔 어치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채소종자 수출액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09년 수출액 81억6천만 엔은 1990년과

 비교해 1.7배가 늘어난 것인데 특히 아시아 지역 수출이 크게 늘고 있다.

1990년 기준 아시아 지역 수출비중이 39.2%였으나, 1995년 53.4%, 2009년에는

68.1%로 상승했다.

이는 아시아 국가들의 국민소득 향상으로 고품질 채소 소비가 확대됐기 때문인데,

 특히 한국과 중국은 1990년대 초반까지 수출비중이 각각 5%, 2%에 불과했으나,

2009년에는 각각 22%, 16%로 증가해 일본 채소종자 수출의 주 고객으로 부상했다.


최근 들어 일본은 채소종자 수출을 칠레, 호주, 뉴질랜드 등 다른 대륙권으로

 확대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 1990년 1억5천만 엔에 불과했던 일본 채소종자

수입액이 2009년 4억1천6백만 엔으로, 1990년 일본 채소종자 수입액이 7천만 엔에

불과했던 칠레는 2009년 8억7천800만 엔으로 늘어났다.

일본의 채소종자 시장은 종자회사가 농협 혹은 채종농가에 원종을 배포해 종자를

생산한 후, 생산된 종자를 도매점, 소매점 등을 통해 판매하는 전형적인 민간중심

유통구조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사카타, 다끼이, 카테코 등의 민간 대형

종묘회사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이들 기업들이 글로벌화하면서 그 힘을

발휘하고 있다.

1913년에 창설된 사카타 종묘회사는 2009년 매출액이 454억 원에 달하는 등

글로벌 종자기업 가운데 세계 8위를 기록하고 있다. 사카타는 채소종자, 농업 및

원예부문 제품을 생산∙유통∙판매하고 있다. 또 조원녹화, 온실공사, 농업시설공사

설계 등의 사업도 수행하고 있다.

1835년 창설된 다키이 종묘회사는 2008년도 매출액이 413억 엔으로, 사카다보다

조금 낮은 순위인 세계 8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회사 역시 채소종자를 주종 품목으로

 초화, 잔디, 화훼묘 등을 생산∙유통∙판매하고 있으며, 조원공사나 비료, 농약 등

 농자재 전반에 걸쳐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식량자급률 최하위지만 채소종자는 최강국

일본의 채소종자와 관련,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Global Industry Analysts는

 세계 종자시장에 관한 포괄적 보고서 ‘Seeds: A Global Strategic Business

 Report’를 통해 2010년 일본의 채소종자 생산액이 6억3천104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오는 2015년에는 2009년 대비 45.1% 늘어난 8억6천1백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전체 종자 생산액 가운데 채소종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9년 대비

 31.5%에서 2015년 34.4%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eeds: A Global Strategic Business Report’에 따르면 2010년 예상되고 있는

 일본의 종자 생산액은 19억7천400만 달러에 달하고 있다. 이는 2009년 대비

 4.5%가 늘어난 것이다. 이중 채소종자가 6억3천104만 달러로 가장 많고,

원예종자가 5억1천573만 달러, 곡물이 3억4천869만 달러 순이다.

보고서는 일본의 종자 생산량이 급증해 오는 2015년에는 2009년 대비 32.7%

늘어난 2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식량 자급률이 세계 최하위 수준을 맴돌고 있는

식량부족 국가다. 쌀이 남아돌지만 쌀 생산량을 줄일 수 없어 강제 휴경제를

실시할 정도로 식량 확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채소종자를 비롯한 종자시장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일찍부터 종자 확보와 새로운 품종개발에 노력을 기울여왔기 때문이다.

다키이 종묘회사의 경우 가장 큰 규모인 시가현 연구농장을 비롯, 와카야마, 나가노,

 이바라키, 시오지리, 나가누마 등 일본에만 총 6곳에 연구농장을 보유하고 있다.

해외에도 많은 농장을 갖고 있다. 한국 여주를 비롯 미국과 프랑스, 네덜란드, 태국,

 인도네시아 등 6개국에 연구농장을 두고, 이들 연구농장에서 많은 수의 전문

육종가들이 신품종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지역별 풍토와 소비자

취향에 맞는 품종을 개발, 이를 상품화하는 과정이다.

과거에는 일본 전역에 같은 품종을 공급해왔지만, 지금은 일본 내 지역에 따라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종자들을 공급하고 있다는 것이 다키이 측의 설명이다. 이를테면 가지를 공급할 때 가느다란 형과 두툼한 형을 구분해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현재 다키이에서 판매하고 있는 멜론 종자는 씨앗 한 개에

50 엔을 받고 있다. 매우 높은 가격이다.

세계 10개 종자기업 중 일본이 2개

현재 세계 10대 종자기업은 미국이 3개사, 독일과 일본이 각각 2개사, 스위스,

 프랑스, 덴마크가 각각 1개사를 갖고 있다. 10개 기업의 종자 매출액은 148억 달러로

 전체 종자시장의 약 67%를 차지하고 있다. 소수의 다국적 회사가 유용한 형질을

 독점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들 기업 간에도 경쟁이 워낙 치열해 인수∙합병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더 많은 유전자원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종자회사들 간의 싸움이 국력싸움으로 비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한국은 그동안 정부 주도의 식량작물 보급종 사업을 통해 일반 농가에 종자를

공급해왔다. 그러나 국내 농가의 종자 갱신율이 40%대에 머물고 있어, 선진국

수준인 70%대에 훨씬 못 미치는 실정이다. 우량종자 공급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종자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정부 보급종의 민간이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지금 국내에는 일본처럼 뚜렷한 종묘회사가 부재한 상황이다.

IMF 사태 이후 많은 종묘회사들이 다국적 종묘회사에 M&A 됐기 때문이다.

육종 기술을 갖고 있는 민간 기술인력 역시 태부족 상태다. IMF 이후 많은 육종인들이

전문적 기술과 노하우를 버린 채 다른 직업으로 이전했고, 다국적 기업뿐만 아니라

일부 국내 종묘회사에도 신규 충원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인력난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종자산업을 확대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미래 식량난이 예고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종자산업을 첨단산업화해

국가경쟁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강봉 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0.10.04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