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확인된 `차이나파워`]
中, 희토류 수출금지 등 `원자탄급 보복`…日 하루만에 `항복`
G2로 재편되는 세계
中 "영토문제 양보 없다" 초강수
美, 동아시아 외교분쟁 적극 개입
日ㆍ아세안과 '反中전선' 추진
입력: 2010-09-24 17:09 / 수정: 2010-09-25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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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권 분쟁에서 전면적인 경제전쟁으로 확산돼온 중 · 일 분쟁이 일본의 사실상 백기투항으로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일본은 "억류 중인 선장을 무조건 석방하라"는 중국의 요구를 전격 수용한 후 고위급 회담 등을 통해 문제 해결을 시도할 계획이지만 일단 기가 꺾인 이상 중국에 끌려다닐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을 넘어 'G2'로 떠오른 중국의 힘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그러나 위안화 절상과 엔고,중국의 아세안국가들과 영유권 분쟁 등 민감한 현안들은 아직 해결되지 않아 미 · 중 · 일 3국 간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하루 만에 두 손 든 일본
일본은 그동안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으로 억류한 중국인 선장의 구속 기일을 연장하면서 중국에 맞대응해왔다. 23일(현지시간)에는 미국에서 열린 미 · 일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끌어내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의 무차별적인 강경 공세가 경제부문으로까지 확대되자 하루 만에 두 손을 들었다. 더 이상 사태를 장기로 끌고갈 경우 엔고로 휘청거리는 일본 경제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현실적인 고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전날 중국은 첨단산업의 필수 소재인 희토류 금속의 대일 수출을 중단했고,도요타자동차 등 일본 기업들의 불법행위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또 중국인들의 일본관광을 사실상 중단시키고 군사시설을 불법적으로 촬영했다며 일본인 4명을 구속했다. 아사히신문은 이와 관련,"중국이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중단한 것은 일본 산업의 생명선을 차단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앞으로 중국이 에너지 환경산업 분야의 기술 교류 중단,공공사업 입찰에서의 일본 기업 배제 등의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당면한 엔고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본국채를 대거 매입하고 있는 중국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도 작용했다.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은 "일본과 중국의 관계 악화는 세계 경제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양국은 침착하게 이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경제문제와 영토문제 분리 대응
중국은 최근 미국과 일본에 철저하게 차별적으로 대응했다. 미국에는 유화적인 제스처를 구사했지만 일본에는 초강경 자세로 일관했다. 특히 희토류의 대일 수출금지는 "영토분쟁을 경제적 분쟁으로 확대한 것으로,사태를 크게 악화시킬 수 있는 조치"(월스트리트저널)였다. 그러나 영토문제에서 물러설 경우 장기적으로 다민족인 중국의 붕괴까지도 초래할 수 있다는 중국 지도부의 절박함이 이런 강경조치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반면 위안화 절상문제를 둘러싼 미국과의 갈등에서는 유연한 자세를 보였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이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의 위안화 환율이 낮아 미국에 대량실업이 발생하고 있다"고 하자 "당신은 수백만의 대졸 실업자와 극빈상태의 도시빈민 그리고 군 제대자 등 8억명의 직장을 찾아줘야 하는 나보다 낫지 않느냐"고 대꾸했다. 위안화 절상압력을 넣고 있는 미국에 대해 이해를 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원 총리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협력과 상생을 강조하는 데 힘을 쏟았다.
그러나 중국의 분리대응 전략에도 변수가 생겼다. 24일 열린 미국과 아세안 10개국 간의 정상회담이다. 만일 영유권 분쟁지역인 남중국해의 난사군도와 시사군도 문제를 다자간 협의로 풀자는 커뮤니케 등이 만들어질 경우 중국은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지게 된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만일 반중(反中) 전선이 형성되면 중국은 모든 카드를 총동원해 강력히 저항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중국 영토문제에 계속 개입
미국은 중 · 일 영유권 분쟁에서 노골적으로 일본의 손을 들어줬다. 마이크 멀린 미 합참의장은 이날 "분명히 우리는 매우 강하게 그 지역(동북아)의 동맹국인 일본을 지지한다"고 언급했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도 "우리는 동맹으로서의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비록 일본이 이날 중국인 선장을 석방함으로써 한발 물러났지만 미국은 여전히 중국이 관련된 지역문제에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지역의 영토 · 영해분쟁에 발을 담그기 시작한 미국의 외교군사적인 전략에는 복선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그동안 최대 골칫거리인 이란의 핵개발 저지와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서 중국의 지원을 이끌어내려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중국을 움직일 마땅한 지렛대가 없었다. 하지만 워싱턴 외교가는 중국 관련 핵심 이슈에 미국이 적극 개입함으로써 지렛대를 만들 수 있게 됐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중국에 위안화 절상 협력을 요구하면서도 외교문제 개입을 늘리는 미국의 행보를 '꿀(honey)과 식초(vinegar)를 버무린' 대응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김태완 기자/베이징=조주현 특파원/워싱턴=김홍열 특파원
tw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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