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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수다떨기] 모바일 시대에 대처하는 정부의 거꾸로 마인드

[IT수다떨기] 모바일 시대에 대처하는 정부의 거꾸로 마인드

  도안구 2010. 03. 08 (0) 뉴스와 분석 |

풍경 하나. 3월5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장.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금 우리사회에서 가장 경계해야할 것은 포퓰리즘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재원부담을 고려하지 않은 무상급식 확대 주장, 일률적인 정년연장 요구, 그리고 세종시를 둘러싼 논란 등이 그 사례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과천에서 광화문 오는 경우가 많은데 하루 두 번만 오면 얼이 빠진다”면서 “실무자도 결재서류를 가지고 광화문까지 와야 해 이 비용을 계량화하면 말로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프레시안 : 윤증현 “4대강 대신 복지예산 늘리자고? 대답은 No!”)

풍경 둘. 같은 날 프레스센터. 방송통신위원회는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이통사, 단말기 제조사, 포털의 CEO가 참석한 가운데, ‘무선인터넷 활성화를 위한 CEO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통사들은 사업자별로 따로 운영하고 있는 앱스토어(T스토어, SHOW 스토어 등)를 통합 운영하는 방안을 내놓고, 올 6월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TF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공동의 ‘앱 센터’를 설립해 이통사와 콘텐츠 사업자가 협력하고, 1인 기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최시중 위원장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이통사-단말기제조사-인터넷(콘텐츠) 사업자가 상생 협력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업자들이 이를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방통위, “이통사 마케팅비 매출 22% 넘지마”)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전혀 다른 이슈를 놓고 오간 얘기들이지만, 하나같이 개운치 않은 씁쓸한 생각을 들게 한다.

먼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 세종시에 대한 정치적 입장과는 상관없이 IT분야의 기자 입장에서 보면 아쉬운 대목이 많다. 서울과 과천으로 나뉘어 있는 정부 조직 탓에  발생하는 비효율성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는데, 이런 문제를 해결할 해법은 눈을 조금만 돌려보면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 민간 기업들은 세계 시장을 놓고 말 그대로 ‘피 말리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시장이 있으면 기업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중앙에 인재를 포진시켜 놓고 세계 시장의 흐름을 따라잡는 시대에서, 적절한 분산시스템을 구축해 현지에서 문제를 해결토록 하고 있다. 세계를 대상으로 본사와 지사간에 얼마나 효율적이고 빠른 의사결정 시스템을 가지고 있느냐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다. ‘리얼타임 엔터프라이즈’는 이런 상황을 대표적으로 표현 말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해야 하는 기업들을 위해 IT진영이 권하는 시스템이다.

기업들은 적절한 분산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는 것이 생존의 열쇠라고 인식하는 상황인데, 정부 부처는 분산된 조직때문에 문제가 많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셈이다. 아쉽다. 특히 전자결재시스템까지 만들어 놓고 있는 정부가, 더구나 유무선통합 시대에 실무자가 장관이 움직이는 곳까지 매번 따라와 결재를 받아야 하는지 말이다.

많은 해외 기업들이 왜 스마트폰을 적극 활용하는 지 살펴볼 일이다. 해외 고위 공무원들의 손에도 들려 있는 스마트폰이 정작 스마트폰을 만드는 나라의 고위 공무원들의 손에는 없는지 살펴볼 일이다. ‘보안’ 문제가 있으면 해법을 찾으면 된다. 일자리 만들기에 주력하는 주무 부처 수장으로서, 왜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모바일 기술이 시장을 들썩이게 만들고 있는 지 체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될 것이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참여한 무선인터넷 활성화를 위한 CEO 간담회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는 애플이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로 대변되는 새로운 모바일 생태계의 거인들에 맞서 우리나라 이동통신사, 제조사, 인터넷 사업자가 힘을 합치길 바랬고, 일부 통신사들은 아예 통신사간 협력한 ‘앱스토어’에 대해 논의해보겠다고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통신사들이 협력해 통합 앱스토어를 만들 수 있을까. 과연 그길이 우리나라 무선인터넷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해법일까.

돌이켜 보자. 그동안 우리나라 통신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우리나라 사용자들은 스마트폰을 싫어한다”고 해 왔다. ‘출시해봐야 제품이 안팔렸다’고 했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출시된 지금 어떤가. 올 연말까지 국내 스마트폰이 450만 대 가량 개통될 것이라는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갑자기 우리나라에 신인류라도 등장한 것인가.

그동안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철저히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외면해 왔다. 스마트폰은 내 손안의 PC로 불린다. 사용자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구해 원하는 대로 설치할 수 있다. 세계가 스마트폰에 열광하고 새로운 서비스와 모델들을 만들고 있었지만, 우리나라만 예외였다. 스마트폰이 없던 게 아니었다. 하지만, 사용자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구해도 스마트폰에 설치될 수 없도록 제조사를 관리해 왔다. 소비자들이 원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통신사들이 ‘스마트’한 폰을 원하지 않았던 것이다.

모바일 웹에 대한 개방 요구는 계속돼 왔다. 하지만 이 또한 이통사들은 철저히 외면해왔다. 문제가 제기되면 정부가 나섰지만 시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많은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은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이고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없었다. 모바일 바람을 타고 해외 서비스가 자연스럽게 국내에 이식되고 있는 상황을 보라. 국내 최대 포털 NHN 조차도 모바일의 광풍을 쫓아가기 바쁘다.

이동통신 시장의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은게 누구인가. 애플이다. 또 구글이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전열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모바일 운영체제를 선보였다. 휴대폰 1위 업체인 노키아도 심비안이라는 모바일운영체제의 오픈소스화를 선언했다. 삼성전자도 바다라는 독자 플랫폼을 만들어 내고 있다.

새로운 생태계을 이끌고 주도하고 있는 주체가 누구인가. 통신사업자들인가, 아니면 제조사나 서비스 업체들인가.

혁신을 일으키는 주체가 누구인지 잘 살펴볼 일이다. 정부의 정책과 지원은 혁신의 주체가 누구인지부터 살피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행여나 통신사 주도의 생태계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면 정부의 정책은 현실과 동떨어진 헛발질이 될 우려가 높다는 말이다.

왜, 우리는 세계 시장의 흐름과는 점점 더 멀어지려 하는지, 두 장관이 앞장서 지금부터라도 백지에서 다시 살펴보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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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안구

IT 분야 중 소통과 관련된 내용에 관심이 많다. 일방 소통에 익숙하다보니 요즘 시대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정말 제대로 된 소통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