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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혁에게 최고 피칭 선물한 SK 김광현

양준혁에게 최고 피칭 선물한 SK 김광현

경향신문 | 대구/이용균기자 | 입력 2010.09.19 19:58

일본 프로야구의 전설 중 하나인 기요하라 가즈히로는 은퇴식을 마친 뒤 상대 투수를 향해 감사의 말을 남겼다. "모든 공을 최고의 직구로 승부해 줘서 고맙다"라고.

SK 김광현도 야구장을 떠나는 대선배 양준혁(41·삼성)에게 최고의 선물을 했다. 전심전력의 투구. 자신이 가진 최고의 투구로 양준혁을 상대함으로써 양준혁이 정말 최고의 타자였음을 인정했다.

양준혁의 은퇴경기가 열린 19일 대구구장. 삼성-SK전을 앞두고 양준혁에게 경기 출전 소감을 물었다. 양준혁은 "솔직히 김광현에게 강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양준혁은 이날 경기 전까지 2007년 김광현이 데뷔한 이후 14타수 2안타에 그쳤다. 2안타 중 1개는 홈런이었다. 양준혁은 "그게 광현이가 데뷔하던 날 때린 것"이라고 했다. 실제 김광현은 프로야구 데뷔전인 2007년 4월10일 양준혁에게 홈런을 얻어맞았다. 김광현의 프로데뷔 첫 피홈런이었다.

하지만 양준혁은 "내 야구 철학은 쉽게 아웃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도 광현이에게 삼진은 당한 기억이 없다"며 웃었다.(사실은 1개) 최고 투수가 던지는 최고의 공이지만, 괴롭히겠다는 의지였다.

그래서 SK 선발 김광현에게 물었다. '정말 전 타석을 삼진으로 잡을 생각이냐'는 질문에 김광현은 "마음대로 다 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씩 웃으며 몸을 풀러 외야로 향했다.

김광현이 보여준 웃음의 비밀은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곧 풀렸다.

김광현은 1회초 2사 뒤 양준혁이 타석에 들어서자 마운드에서 발을 모으더니 모자를 벗었다. 그리고 허리를 깊숙히 굽혀 양준혁에게 인사를 했다. 은퇴하는 대선배를 향한 존경의 의미였다.

그리고, 김광현은 기어를 바꿔넣었다. 초구 148㎞ 직구가 바깥쪽 꽉 찬 곳에 꽂혔다. 전성기 시절 양준혁이라도 쉽게 치기 어려운 공이었다. 2구 슬라이더가 예리하게 꺾이며 파울. 3구째 낮게 깔리는 슬라이더에 양준혁의 방망이가 돌았다. 3구 삼진이었다.

4회초 2번째 타석에서는 공이 더 빨랐다. 1-1에서 3구째는 150㎞가, 4구째는 151㎞가 찍혔다. 양준혁은 5구째 또다시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김광현은 이전 인터뷰에서 "양준혁 선배를 상대로 삼진 3개를 잡고 싶다"고 했다. 3번째 타석에서 또다시 150㎞ 직구가 바깥쪽에 꽂혔다. 4구째 바깥쪽 직구에 또다시 양준혁의 방망이가 돌았다. 3타석 모두 헛스윙 삼진이었고, 최고 타자를 위해 최고 투수가 선물한 최고의 공이었다.

김광현은 8회 2사 만루에서 송은범으로 교체됐고 더 이상 양준혁과의 맞대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3타석 3삼진.

< 대구/이용균기자 noda@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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