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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CEO

"패션회사 임원 고정관념 깨니 매출 쑥쑥"

"패션회사 임원 고정관념 깨니 매출 쑥쑥"
권병국 LG패션 상무, 가죽조끼에 오토바이로 매장 순찰
기사입력 2010.09.17 15:15:35 | 최종수정 2010.09.18 13:06:22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직함 LG패션 VZ(Value Zone) 사업ㆍ통합소싱 총괄 상무. 임무는 LG패션 의류의 생산ㆍ판매ㆍ유통 총괄. 나이 53세.`

오십 줄 넘은 대기업 임원인 데다 유행의 선봉 LG패션에 몸담고 있다면 으레 깔끔한 타이에 잘 빠진 정장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이 남자는 상상을 초월한다.

타이 대신 해골 박힌 십자가 목걸이, 쫙 빠진 정장 대신 가죽 조끼에 현란한 무늬의 찢어진 티셔츠를 걸치고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검은색 고급 중형차가 있어야 할 자리에 할리데이비슨 바이크가 놓여 있다. 이 업종에서 `폭풍질주`로 불리는 권병국 LG패션 상무다.

"절대 `폭풍질주` 아니거든요. 전 꼭 시속 80㎞로만 달려요. 그 애칭도 우리 직원들이 아니라 다른 매장 직원들이 붙인 거예요."

벌써 할리 3년차. 할리를 말할 때 눈빛이 반짝이는 걸 보면 이미 심각한 할리 중독 상태에 빠진 게 틀림없다.

"할리를 타지 않을 때도 엔진 소리를 듣고 출근하느냐"는 `중독 등급` 진단용 질문을 살짝 던졌다. "당연하죠. 이놈(로드킹) 엔진 소리는 심장박동 같거든요. `부당당` 소리를 듣지 않으면 일이 손에 안 잡혀요"라는 말이 돌아온다.

말은 이렇게 해도 그는 일 중독이다. 사실 할리 역시 일을 위한 마케팅용이다.

그는 TNGT와 여성용 `TNGT W`, 타운젠트까지 3개 브랜드를 총괄하며 동남아와 중국 생산공장까지 소싱해야 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그는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할리를 타고 대리점 현장 시찰에 나서고 있다. `폭풍질주` 애칭도 이때 얻은 것이다. 현장의 소리를 듣고, 이를 기획에 반영하니 일의 능률도 오른다.

그의 할리 시찰 효과는 쏠쏠하다. 작년까지 적자였던 타운젠트는 올해 5월 흑자를 기록하면서 턴어라운드했고, TNGT 역시 8월 말 흑자로 돌아섰다.

"에이, 할리 탄다고 매출 오르면 패션회사 임원들 다 할리 타고 다니게요?(웃음) 그냥 대리점 점주들이 `아, 본사 임원이 이렇게 현장을 챙겨주는구나` 하고 생각하는 정도일 거예요"

그의 할리 스토리는 눈물겹다. 처음 할리맨이 되겠다고 결심한 건 3년 전. 가장 큰 벽은 역시 부인 정윤 씨(45)를 설득하는 문제였다. 뜯어말리던 정씨는 이제 권 상무와 함께 할리를 타고 있다.

부부 할리족이 된 셈이다. 함께 할리를 즐기면서 부부관계가 좋아진 건 말할 것도 없는 일. 다툼이 있다가도 `할리` 얘기만 나오면 어느새 화기애애해진다며 웃는다. 부담이 되는 건 정씨가 부쩍 할리를 사달라고 조르고 있는 것. 하나에 5000만원은 각오해야 하니 더 열심히 벌어야 한단다.

도대체 권 상무를 푹 빠지게 한 할리의 매력은 뭘까. 우문 아닌 우문을 던졌더니 기다렸다는 듯 답변이 날아든다.

"밥을 왜 먹느냐고 물으면 신 기자는 어떻게 답할 거예요? 할리는 생활이에요. 제 존재의 이유가 돼버린 거죠. 가만히 들어보세요. 이 소리. 심장이 뛰지 않나요?"

그러면서 액셀러레이터를 당긴다. 부당당. 심장이 뛰기는커녕 시끄럽기만 하다.

어쨌거나 그는 이제 캐나다 할리 투어까지 계획하고 있다. 시기는 내년. 물론 LG패션 홍보를 위한 장기 투어다. 로키산맥을 3박4일 일정으로 탐방하기로 하고 이미 함께할 할리 동지를 모집 중이다.

[신익수 레저 전문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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