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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소셜 마케팅

소셜미디어, 의료계 풍토를 바꾼다

소셜미디어, 의료계 풍토를 바꾼다 의사∙환자 간 의료정보 인터넷에서 공유 2010년 09월 14일(화)

지난해 11월 구글은 ‘독감동향(flu trends)’이라는 검색서비스를 선보였다. 세계 각지에서 올라온 ‘독감’과 관련된 검색어를 지역별로 파악한 다음, 그 빈도수에 따라 독감 유행 수준을 ‘매우 높음’에서부터 ‘매우 낮음’까지 5단계로 분류해 유행수준이 매우 높은 지역부터 독감을 미리 예방하자는 취지였다.

독감과 관련된 용어인 발열, 몸살, 기침 등에 대한 검색이 늘어나면 해당 지역의 독감 유행 등급이 올라간다. 구글 검색 시스템을 이용한 사례 중 한 경우에 불과하지만 최근 미국에서는 이 서비스가 정부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독감 예보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구글의 ‘독감동향’ 서비스는 지난 2월 대서양 연안 중부지역에서 독감이 확산될 것이라는 정확한 예측을 내놓았는데, 이는 CDC보다 2주나 앞선 것이어서 사회적으로 큰 화제가 됐다.

의사∙환자간 양방향 커뮤티케이션 가능

이런 소셜미디어 활용은 최근 현상이 아니다. 오래 전부터 인터넷에는 의사의 개인 블로그나 환자들의 모임인 환우회 등의 홈페이지, 카페, 블로그 등이 있어 왔으며, 이를 통해 다양한 의료정보를 교환해왔다. 그러나 참여자들 대부분이 환자∙의사에 국한돼 있어 일반인들의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 PatientsLikeMe의 Community, 2004년 시작해 2010년9월현재 65만여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스마트폰의 도입 등으로 상황이 크게 변했다. 환자와 의사는 물론 일반인들까지 다수 참여자들이 실시간,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지는 쪽으로 소셜미디어가 급속히 진화해나가고 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WebMD’나 ‘Google Health’ 등의 건강 포털, ‘PatientsLikeMe’, ‘CureTogether’ 등의 소셜네트워크 사이트는 환자가 직접 건강 상태, 질병 증상, 치료법 등을 기록하도록 하고 있다.

‘PatientsLikeMe’와 같은 사이트에서는 환자 본인뿐 아니라 관심을 가진 누구라도 데이터를 쉽게 해석해 환자의 상태를 즉각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래프 등을 이용한 시각화를 지원하고 있다. 이렇게 온라인상으로 기록된 개인의 의료∙건강 정보(PHR)는 의사가 오프라인으로 환자를 직접 진료할 때 충분한 참조 자료가 될 수 있다.

환자 개인의 건강 이력서(Health History)는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일종의 새로운 데이터베이스화가 가능하다. 데이터베이스화시킨 정보는 의미 있는 임상 데이터가 되고 이 DB를 확보, 활용하려는 제약회사, 정부, 연구기관 등 관련 집단의 수요가 생겨나고 있다. 

‘PatientsLikeMe’와 ‘Inspire’ 등은 임상 시험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소셜미디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임상 데이터를 익명으로 처리한 후 관심 있는 제약회사, 대학 등에 판매하고 있다.

노바티스, 소셜미디어 통해 DNA 샘플 확보

일례로 제약회사인 노바티스(Novartis)는 2008년 다발성 경화증 관련 신약의 임상 연구를 위해 ‘PatientsLikeMe’로부터 임상 시험 지원자를 모집했다. ‘PatientsLikeMe’는 또 연구 프로젝트를 위해 1천500명의 루게릭병 환자를 대상으로 50개의 DNA 샘플을 제공받기도 했다.

▲ DailyStrength에서는 회원들끼리 서로 도움이 되는 사람에게 Hug 등을 선물하고 이를 통해 평판관리를 하도록 하고 있다. 

의사 중심의 소셜미디어는 환자 중심의 소셜미디어에 비해 그 수가 적은 편이다. 그러나 최근 의사들 간의 네트워킹, 토론, 교육 등에 초점을 맞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매체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Sermo’는 미국 전역에 약 11만5천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의사 전문 소셜미디어다. 이를 통해 의사들은 신약·신기술, 치료에 대한 최신 견해를 교환하고, 필요한 경우 실시간 설문조사를 수행하기도 한다.

의사들 또한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정보를 빨르고 깊이있게 습득해 진료에 활용하기 위한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소셜미디어 공간은 특정 임상 사례를 두고 토론을 하거나 전문적인 자문을 얻는 목적으로 매우 유용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정 진료과 중심의 전문가를 위한 소셜미디어로는 ‘radRounds’를 예로 들 수 있다. 방사선과 전문의 및 방사선사를 위한 사이트로, 다양한 영상진단 관련 자료를 공유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외에 의료 관련 전문 위키인 ‘AskDrWiki’는 의사·간호사·의대생의 온라인 망으로 활용되고 있다.  

향후 소셜미디어의 역할이 크게 확장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의학 교육과 수련이다. 미국의 St. Luke’s 병원, UNC 병원 등은 트위터로 수술을 생중계하는 데까지 이르고 있다.

미국 정부 역시 소셜미디어 활용에 매우 적극적이다. CDC(질병통제예방센터) 등 공공보건 기관들은 일반 대중에게 올바른 의료 관련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트위터와 같은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미 2009년 신종플루가 확산되기 시작했을 때 CDC는 ‘DailyStrength’, ‘Sermo’ 등과 연합해 협력체계를 구축한 바 있다. FDA 등 많은 공공기관들 역시 페이스북, 마이스페이스 등 다수의 회원이 모이는 소셜미디어 사이트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시시각각 발생하는 의료 관련 사고나 이슈에 대해 설명하고 계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환자들의 집단 영향력 확대현상 뚜렷

보건∙의료 분야의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미 오프라인 상에서 백혈병, B형 간염 등 특정 질환을 중심으로 많은 환우회가 결성돼 있는데, 이와 같은 환우회는 조직력을 바탕으로 의료 환경에서 집단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 MedHelp는 의사 전문가 그룹을 두고 환자들을 상담하고 있다. 

이들은 의료서비스에 대한 만족도 개선, 의료비 관련 정책 변화 등과 관련해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여론을 형성해 나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환자 발언권과 영향력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LG경제연구원 고은지 책임연구원은 “치료를 담당하는 의사 입장에서도 이들 환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효과적인 치료 및 관리 방법을 함께 고민해 나가는 것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라며 “실제 질환 치료에 있어서도 다수의 의료 전문 인력과 환자가 팀을 형성해 접근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셜미디어의 도입은 의사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과거 의사들이 자신들의 커뮤니티 내 소통에만 주력했다면, 이제는 환자와의 대화와 소통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건강·의료 정보를 쉽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 많은 관심과 역량을 쏟고 있다. 

최근에는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빠른 정보 전달 및 전문 정보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지면서 환자들이 자신의 질병을 미리 연구, 자체적으로 진단까지 내리고 오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환자들이 보유한 정보는 의사의 전문적인 지식과는 질적으로 차원이 다르겠지만, 의사 입장에서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연구해야 하는 환경이 되고 있다.

이강봉 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0.09.14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