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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 /게임, 스마트 모빌리티, AR VR

게임중독 치명적 20代

게임중독 치명적 20代
주변사람 제어 느슨해지면서 중독 심화
일정시간 지나면 `게임 강제중단` 필요
카이스트는 늦은 밤엔 서버 중단 조치

결혼한 지 1년 된 김수영 씨(가명ㆍ32) 하루는 지옥 같다. 평소 온순한 성격이 마음에 들어 결혼한 남편이 실은 게임중독자였기 때문이다. 결혼 전에 13일 동안 가출해 PC방에서 밤을 새우며 게임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지만 당시엔 `외롭고 힘들어 잠깐 그러는 거겠지`하고 넘겼다. 하지만 결혼 후에도 남편 행동은 달라지지 않았다. 김씨는 "집에서라도 하면 말리겠는데 결혼한 지 한 달 되는 날부터 며칠씩 안 들어와 PC방에 찾으러 다니기가 일쑤"라며 한숨을 지었다. 그러는 동안 김씨 남편이 다니던 회사에서는 해고 통지가 날라와 벌써 그만둔 직장이 2군데다.

최근 게임중독으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게임에 빠져 석 달 된 딸아이를 돌보지 않아 아이가 굶어죽는가 하면, 게임에 빠진 20대는 게임을 그만하라며 말리는 어머니를 죽이는 패륜도 서슴지 않았다.

이런 극단적인 사례는 일부 특이한 사람들 얘기가 아니다. 최근 게임중독자 숫자가 상당하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인터넷중독자 수는 199만9000명으로 중독률은 8.8%에 이른다. 아직 청소년 비율이 40% 이상이지만 이들을 그대로 방치하면 문제는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 `나이 들면 괜찮아지겠지`라고 생각하지만 20대에 문제가 더 심각해지는 사람이 많다.

전문가들은 게임을 좋아하는 10대 청소년이 `20대 터널`을 잘못 보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중증 중독자가 된다고 지적한다. 어기준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 소장은 "학생 때는 부모, 가족이 있었지만 20대 초반에는 행동을 제어할 사람이 없다"면서 "이 시기에 중독성이 심화된다"고 말했다. 일례로 카이스트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밤이 되면 서버를 다운시킨다. 밤새워 게임을 하는 학생들 때문이다.

최근 청년 실업률이 높아지는 것도 20대 중증 게임중독자를 양산하는 원인이다. 직장 없이 소일거리를 찾다 자연스럽게 게임에 빠지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현실에서 채워지지 않는 욕구를 보상받기 때문에 더 빠져들게 된다.

20대 게임중독자들이 결혼을 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주변에 챙겨야 할 사람이 많아지지만 이들은 사회적 관계에 대한 관심이 낮다. 김현수 신경정신과 의사는 "중독은 사회적 관계를 잊게 하기 때문에 현실에서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챙기지 못하게 한다"면서 "밥 먹을 때를 잊는 것은 물론 자기 자식까지도 잊는 것이 게임중독"이라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게임중독성은 약물중독과 비슷할 정도라고 지적한다.

그래서 예방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게임에 한 번 중독되면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현실에서 도피하지 않도록 청년 구직활동을 지원하고 청소년에게는 건전한 여가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게임에도 중독을 방지할 장치를 마련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예를 들면 게임을 할 때 일정 시간 이상 연속으로 게임을 하면 오히려 게임 레벨이 떨어지게 만드는 방법, 또 일정 시간이 지나면 게임이 꺼지게 만드는 `셧다운`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재화 기자 / 김명환 기자 / 윤형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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