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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체계/상상력

영화로 살펴보는 자연재해와 과학 재난에 대처하는 끊임없는 노력

영화로 살펴보는 자연재해와 과학 재난에 대처하는 끊임없는 노력 2010년 09월 10일(금)

태풍을 비롯한 자연재해는 한 번 발생하면 막대한 피해를 동반한다. 이 때문에 인류에게는 재앙이지만, 역으로 스펙터클한 볼거리와 서스펜스, 재난을 극복하는 주인공의 영웅담으로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들에게는 구미가 당기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자연재해를 모티브로 차용한 할리우드 고전을 꼽는다면 1939년 제작된 영화 오즈의 마법사(빅터 플레밍 작)를 꼽을 수 있다. 오즈의 마법사는 회오리 바람에 휩쓸려 오즈의 나라로 내던져진 도로시의 모험을 그린 작품이다.

트위스터, 토네이도의 핵을 쏴라

오즈의 마법사를 눈여겨봤던 장 드봉 감독은 1996년 영화 트위스터를 연출했다. 트위스터는 어린 시절 트위스터라는 회오리 바람에 아버지가 날아가는 것을 목격한 주인공 조가 토네이도를 연구,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한다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토네이도는 라틴어 ‘tornare(돌다)’에서 명칭이 유래한 것으로 매우 강하게 돌아가는 가늘고 긴 깔때기 모양의 회오리 바람을 일컫는다.


자료 수집을 위해 조는 토네이도 내부의 풍속, 기온, 압력 등의 수치를 계측할 수 있는 계측기 ‘도로시’를 개발, 도로시를 토네이도 속에 설치하려고 노력한다. 토네이도 계측기 도로시는 실제로 토네이도 연구가들이 궤도를 측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기인 T.O.T.O에 대한 감독의 오마주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사용된 관측기기인 도로시는 토네이도와 같은 소규모 기상현상을 관측할 때는 이용할 수 있지만 최근 한반도를 강타한 곤파스와 같은 태풍을 관측하는 데는 이용할 수 없다. 태풍은 토네이도보다 훨씬 강력한 위력을 가지는데, 그 에너지가 1945년 일본 나카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약 만 배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태풍 관측에는 여러 국가에 걸친 레이더, 항공기, 인공위성 등 다양한 첨단장비를 이용한다. 이를테면 레이더를 통해 태풍의 위치를 추적하고 자동기상관측자료를 통해 현황을 파악하는 방식이다.

기술의 혜택을 누리는 것은 부자 뿐?

한편 투머로우(2004, 롤랜드 에머리히)는 지구온난화를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이다. 급격한 지구온난화로 인해 남극, 북극의 빙하가 녹고 바닷물이 차가워지면서 해류의 흐름이 바뀌게 되고 결국 지구 전체가 빙하로 뒤덮인다는 것이 영화의 줄거리이다.

지구온난화는 인류의 공동 대응과제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지구가 온난화되고 있느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치열한 논쟁거리 가운데 하나이다. 유엔 기후변화정부간위원회(IPCC)의 2007년 제4차 보고서의 자료가 왜곡됐다는 의혹이 지난 연말 제기돼 이른바 ‘기후게이트’로 확산됐으며, 최근 국제아카데미위원회(IAC)는 지난달 30일 기후게이트를 조사한 결과 보고서에 오류가 있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이후 2012(2009)를 통해 스펙터클과 노아의 방주를 적절히 버무렸다. 인류의 재앙을 간파한 선진국들이 일부 부자들에게만 현대식 노아의 방주에 승선할 수 있는 승차권을 비밀리에 판매한다. 가난한 주인공 일행은 우여곡절 끝에 승선에 성공하고 이를 통해 부자와 빈자가 인류 종말에 앞서 극적 화해를 이룬다는 것이 영화의 기둥 줄거리이다.

영화는 평단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미래 기술의 혜택(현대식 노아의 방주)이 단지 부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는 부자들이 자신들의 복제인간을 통해 인공장기를 구입, 불로장생을 꿈꾼다는 내용을 그린 아일랜드(2005, 마이클 베이 작)와 일맥상통한다. 이 같은 설정은 할리우드가 지속적으로 재생산하는 메시지 가운데 하나로써 자본주의의 최전선인 미국이 단지 자본논리에 의해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파하는 역할도 한다.

동물의 공격, 환경오염에 따른 필연 될 수도

이밖에 태풍이나 지진, 해일 등과 같은 재난뿐만 아니라 동물의 공격을 소재로 한 재난영화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서스펜스 스릴러의 대가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 새(1963)는 인류를 공격하는 새와 이에 대응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영화 새 이후 정체불명의 괴생물체의 공격을 다룬 수많은 아류작이 제작됐는데 이러한 작품들의 공통점은 이들 괴생물체의 탄생이 인류의 무분별한 환경오염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비슷한 예로 한국영화 괴물(2006, 봉준호 작)은 한강에 버린 포르말린으로 돌연변이를 일으킨 괴물고기를 그린 영화이다.

한국형 재난 블록버스터로는 해운대(2009, 윤제균 작)를 꼽을 수 있다. 해운대는 2004년 전 세계를 충격으로 몰고 간 인도네시아 쓰나미를 모티브로 제작됐다. 지진해일 일명 쓰나미는 해역지진이 발생해야 가능한데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83년과 93년 두 차례 일본에서 발생한 쓰나미(지진해일, 각각 7.7, 7.8 규모)로 인한 피해를 입은 바 있다.

기상위성 천리안, 수치예측모델 등 첨단장비 무장

자연재해를 예측하고 막기위해 우리나라는 지난 6월27일 발사된 통신해양기상위성 ‘천리안’을 시험운용 중에 있다. 천리안은 앞으로 7년간 동경 128.5도의 적도 상공 3만 6000킬로미터 고도에서 지구와 같은 속도로 자전하면서 기상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천리안위성은 태풍, 집중호우 등의 위험기상 감시와 초단기예보지원, 수치예보모델의 입력 자료 활용, 예보지원과 기후분야 활용 등에 이용된다.

기상자료가 수집되면 이를 ‘수치예보모델’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예측자료를 산출한다. 수치예보모델은 전 지구적으로 정지궤도 기상위성과 극궤도 기상위성자료를 수집해 자료동화에 활용한다. 국가기상위성센터는 상세한 위성관측 및 분석자료를 이용해 수치예보모델의 입력자료 생성을 지원하고 있다.

수치예보모델은 그 계산량이 방대하기 때문에 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슈퍼컴퓨터가 필요하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예보의 정확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이 슈퍼컴퓨터 자체가 아니라 슈퍼컴퓨터에서 구동되는 수치예보모델 프로그램의 성능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기상예보가 빗나갈 때 받는 ‘슈퍼컴퓨터로 테트리스 게임이나 하고 있냐’라는 비난은 기상청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하기도 하다.

그런데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100% 완벽한 수치예보모델의 탄생은 불가능하다. 정확한 기상예보를 위해서는 예보관의 역량도 중요하다는 얘기다. 대략 기상예보 정확도는 수치예보모델성능 40%, 관측자료의 양과 질 32%, 예보관역량 28% 순이다. 기상청은 영국의 선진 수치예보모델을 도입해 우리 환경에 맞게 조정해 사용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9년에 걸쳐 독자 수치예보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성규 객원기자 | henry95@daum.net

저작권자 2010.09.10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