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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명사

李 대통령 만난 중소기업 대표 무슨말 쏟아냈나

李 대통령 만난 중소기업 대표 무슨말 쏟아냈나
"총수 생각 바뀌어야 中企 쥐어짜는 월급사장 없어져"
기사입력 2010.09.08 17:29:49 | 최종수정 2010.09.08 20:24:30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이명박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중소기업 대표들을 초청해 조찬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김영철 한국캐릭터산업협동조합 이사장(맨 오른쪽)을 비롯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8일 오전 청와대 조찬 간담회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돼 당초 예정된 시간을 1시간30분이나 넘기고서야 끝났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중소기업 대표들은 "오전 7시부터 8시 30분까지 예정됐던 간담회가 10시가 다 돼서야 끝났다"며 "중소기업계 현안을 대통령 앞에서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고 전했다.

서병문 비엠금속 대표(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 이사장)는 "대통령이 중소기업 대표들 발표 내용을 경청하고 개선책 마련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며 "13일 대기업 총수들과 간담회를 한 뒤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표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해수 염색공업협동조합연합회 이사장(대한염직 대표)도 "당초 중소기업 대표 7명만 발표를 하기로 예정돼 있었지만 참석자 전원이 발언할 기회를 얻었다"며 "대통령도 대체로 중소기업 대표들 의견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 대표 모임인 중소기업중앙회는 이 같은 요구 사항과 함께 대ㆍ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자발적인 추진 현황을 함께 발표했다.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자율적인 원가 혁신 운동을 실시하고 있으며, 부품 공급 가격을 낮추고자 올해 30개 이상 협동조합에서 원자재 공동구매를 벌이고 있다는 등 네 가지 내용이 골자다.

또 내년부터 조합별로 `뿌리산업 기술연구회`를 발족해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100개 이상 업종 간 융ㆍ복합 기술도 함께 발굴해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을 비롯해 업종별 대표인 협동조합 이사장들과 1~3차 협력업체 대표들이 함께했다.

◆ 납품단가 연동제부터 시작

= 중소기업인들은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촉구했다.

서병문 이사장은 "대ㆍ중소기업 상생은 대한민국이 공정한 사회가 되면 자연스럽게 이뤄질 사안이다. 하지만 아직 공정하다고 보기에 미흡한 면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공정 거래를 위한 정책을 꾸준히 개발해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과의 차별 규정에 대해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최선윤 강릉초당두부 대표(연식품공업협동조합 이사장)는 "농수산물 유통과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중소기업들이 두부 생산을 위해 들여오는 수입 대두에 정부가 수입 이익금을 부과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대기업의 고유 품목인 제분과 옥수수는 부과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 다 같은 중소기업 아니다

= 중기업과 소기업, 영세기업에 대해 세분화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주대철 세진텔레시스 대표(정보통신공업협동조합 이사장)는 "영세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이들을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 경쟁이나 입찰에 의하지 않고 상대편을 임의로 선택해 체결하는 계약 방식인 수의계약이 좋은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기업 부당 행위에 대해 현재는 공정거래위원회만 견제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공정위가 침묵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중소기업중앙회에도 불공정 거래에 한해 공정위처럼 고소ㆍ고발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달라"고 촉구했다.

◆ 대기업 총수 생각이 바뀌어야

= 대기업과 중소기업 동반 성장을 위해서는 전문경영인이 아닌 이른바 `오너`의 생각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모 인사는 "대통령이 재벌 총수를 직접 만나서 설득해 달라"면서 "월급을 받는 사장은 실적을 잘 내서 좋은 계열사를 맡아 가는 게 최대 목표인데 실적을 높이려면 결국 거래하는 중소기업을 쥐어짜야 하는 것 아니냐. 총수가 생각을 바꿔 CEO들에게 전해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에서 동반 성장 정책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위반했을 때 과징금이 대기업의 이익보다 적다면 이를 쉽게 어기게 된다면서 형식적으로 과징금을 부과할 것이 아니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나왔다.

현실적으로 중소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난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인력난 문제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대다수 중소기업에서 공통적으로 나왔다.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입사해서 숙달이 될 만하면 이직을 하므로 중소기업은 이중 인력난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모 중소기업인은 "한 번 입사하면 제대로 교육받을 기회가 없어 기업과 함께 발전하기 어렵다. 중소기업 종사자들에게 교육 기회를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 중소기업 대표는 "최근 들어 금융과 관련해 좋은 정책이 많이 나왔다. 그러나 설비에 투자할 시설자금 금리는 아직 좋은 혜택을 못 받고 있다"며 "그런 부분에 섬세하게 신경을 써 달라"고 호소했다.

[이진명 기자 / 이상덕 기자 / 강다영 기자 / 사진 = 박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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