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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진정되면 이머징시장 급성장"

"금융위기 진정되면 이머징시장 급성장"
1400조원 굴리는 JP모간 주식운용 CIO 마틴 포터
중국ㆍ인도ㆍ브라질 유망
삼성전자ㆍ현대車등 日 기업타격 덕볼것

세계 경제 양대 축인 미국과 유럽이 잇따라 글로벌 금융위기 진원지로 떠오르면서 무섭게 커버린 이머징 시장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거품론`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세계 유수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가 한국 등 이머징 시장 거품론에 대해 "아직 멀었다"는 단호한 의견을 보여 관심이 모아진다.

마틴 포터(Martin Porter) JP모간자산운용 글로벌 주식운용ㆍ멀티애셋그룹 총괄대표는 3일 매일경제신문 단독 인터뷰에서 "이머징 시장에 거품이 끼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여러 경제지표를 봤을 때 버블이라고 말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간 1조2488억달러(약 1431조원)를 굴리는 JP모간자산운용에서 글로벌 투자 방침을 최종 결정하는 CIO를 맡고 있다.

포터 대표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뒤덮었을 때 이머징 시장, 특히 그곳에 속한 금융회사들은 선진 시장과 다른 건전성을 보여줬다"며 "최근 유럽발 위기까지 넘기고 나면 이머징 시장이 선진 시장을 더욱 빠른 속도로 쫓아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포터 대표는 "글로벌 경제가 진정 국면으로 나아가서 일반 투자자들이 위험 부담을 기꺼이 질 수 있게 되면 이머징 국가의 산업과 주식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머징 시장에서도 장기적으로 중국 브라질 인도를 가장 낙관적으로 내다봤고, 동유럽 국가들은 유럽 내 공통 문제를 이유로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JP모간은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세계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도요타 대량 리콜 사태 등으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한국 대기업 등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포터 대표는 "삼성전자현대차 등 소비자와 직접 마주하는 기업에 가장 중요한 것은 브랜드"라며 "수십 년 동안 쌓아 온 일본 기업들 브랜드 이미지가 최근 타격을 입은 것은 한국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단순히 다른 기업이 망하거나 브랜드 이미지가 나빠진다고 경쟁자가 이익을 보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업체들은 반사이익을 누릴 만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영국 출신인 포터 대표는 그리스발 유럽 위기에 대해 "모두들 알고 있었지만 무시해왔던 문제가 터진 것"이라며 "유로 체제에 대한 큰 시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화는 유로화로 통합됐지만 각국 재정정책은 분리돼 있고, 고용과 임금 유연성이 경직돼 있는 문제는 이번 위기 과정에서 꼭 풀어야 할 숙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노동 경직성 문제는 언어 차이가 가장 큰 이슈"라며 "현재 그리스에서 일고 있는 대규모 파업 사태도 그리스 노동자들이 독어나 프랑스어를 잘하지 못해 자유롭게 이동하기 어렵다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유럽 위기가 글로벌 금융쇼크 수준으로 심각해지거나 장기적 문제로 심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이유로는 유럽 맹주인 독일과 프랑스가 그리스 국채를 매입하는 등 구제금융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 그리스 자체도 정부 지출을 줄이고 공무원 임금을 20% 삭감하는 등 발 빠른 자구노력을 펼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게다가 그리스는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은퇴 연령과 경제 규모 대비 조세 수준이 낮아 성장잠재력이 높다고 분석했다.

올해 적절한 포트폴리오를 묻는 질문에 그는 "주식은 좋고 채권은 보통"이라며 "주식에서 이머징은 늘리고, 미국은 유지하고, 유럽과 일본은 낮추는 게 나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 "채권은 크레딧스프레드를 활용한 신용연계상품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범주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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