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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 시론] `미래의 인터넷` 국가전략 세워야

[DT 시론] `미래의 인터넷` 국가전략 세워야
장석권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ㆍ정보통신정책학회장

입력: 2010-08-29 21:43

`데이터 트래픽 최대 33배'`모바일오피스 시대의 개막'`모바일 원더랜드, 데이터 고속도로 건설'…. 최근 언론을 장식하는 기사들이다. 발단은 단연 스마트폰이다. 이들 현상은 다각도로 해석될 수 있지만, 그 핵심은 간단하다. 통신이 음성을 넘어, 이제는 스마트 폰ㆍ스마트 오피스ㆍ스마트 TVㆍ스마트 워크 등의 컴퓨팅 애플리케이션으로 확대발전하고 있다는 것.

그렇다면, 문제는 없을까? 불행하게도 문제가 많다. 도로망을 예로 들어 보자. 도로에는 차선ㆍ신호등ㆍCCTVㆍ하이패스 등이 설치되어 있고 혼잡도로의 우회를 유도하는 각종 지능형교통시스템(intelligent transport system)이 운용되고 있다. 또한 버스와 같은 대형 대중교통 이용을 촉진하기 위한 전용차로제의 도입과 함께, 지하철과 버스간의 환승이 가능한 연계운용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 차선위반ㆍ중앙선 침범ㆍ주정차 위반ㆍ음주운전 등을 방지하는 법적 제재와 함께, 유료도로 건설, 혼잡통행료 부가 등 다양한 도로운용 효율화 제도가 운용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현재의 인터넷은 어떠한가? 이른바 미래 스마트 세상의 인프라로 역할을 해야 할 인터넷에서는 거의 상식적이랄 수 있는 이런 기본적 운용체계와 제도가 잘 보이지 않는다. 교통사고에 대비한 갓길도 없으려니와, 전용도로를 무단 통행하는 차량도 많고, 임의적 우회로를 구성해서 도로 감시와 통제의 눈을 피하는 일도 허다하다. 더 나아가 차량이 도로를 지나간 흔적을 지우는 시도까지 일어나고 있고, 차량을 식별하기 위한 차량번호는 있되, 트래픽 모니터링은 양지보다는 음지에서 불순한 동기로 이루어진다.

구간 구간별 투자자와 소유자가 다른 다소유 공공인프라로서 갖추어야 할 공평하고 합리적인 역할분담 역시 불분명하기는 마찬가지다. 예컨대, 서로 인접한 지자체가 각자 도로를 건설하여 서로 연결 개통하였다고 하자. 그러면 지자체는 타 지자체 차량이 자기 지역의 도로를 얼마나 이용하고 있는지 제대로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타 지자체 차량이 영리목적의 차량인지, 아니면 비영리목적의 차량인지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지자체별 정확한 도로이용 통계를 낼 수 있고, 이 통계를 기반으로 도로건설 재원의 합리적 조달방안과 상호 협력적 운용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현재의 인터넷은 이런 측면에서도 두루뭉술하다.

속도제한이 없는 독일의 아우토반은 젊은 폭주족이 항상 부러워하는 대상이다. 속도에 관한 규제가 없어 무정부세상으로 보이기도 하나, 사실은 숨은 운용원칙이 있다. 바로 위험감수는 스스로의 책임이라는 것. 아우토반에 진입하여 괘속의 속도감을 즐기려면, 목숨을 거는 위험을 감수하라는 것이다. 이 원칙하에서는 안전한 도로에서 속도제한을 받는 것과, 목숨을 건 위험한 도로에서 무제한의 속도를 즐기는 것은 동등하다.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높은 위험을 감수하는 것과, 위험을 감수하기 싫어 낮은 수익을 택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경제운용의 핵심 메커니즘이다.

그런데, 만일 법제도의 미비와 운용시스템의 결여로, 저위험/고수익이 기회주의적으로 가능해 지면 어떻게 될까? 바로 소수의 저위험/고수익을 위해, 다수가 고위험/저수익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게 될 것이다. 아우토반에 폭주족만을 위한 전용차선을 설치하느라 일반도로의 관리를 소홀히 하는 격이라고나 할까? 이러한 현상이 보편화된다면, 이것이 과연 정의로운 디지털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컴퓨터통신망으로 출발한 인터넷은 이제 하나의 사회매체로서 동등접속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그 공간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새로운 서비스, 새로운 상품, 새로운 일자리, 새로운 경제사회시스템을 창출해 내는 고도의 경제사회인프라로 발전해 가고 있다. 따라서 저변의 정신도 초기의 인터넷 정신을 계승하되, 공공성과 공정성과 경제적 효율성 기반위에 생태계 전반의 가치창출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확대발전해 가야 한다. 더욱이, 산업지배력을 가진 소수의 글로벌 IT기업에 의해, 새로운 인터넷 패러다임이 훼손되거나 가치배분이 왜곡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네트워크 사회의 발전수준을 감안할 때, 미래지향적 인프라 건설을 위해 새로운 가치패러다임을 균형적 시각에서 모색할 수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우리 한번 주도권을 가지고 미래의 네트워크를 연구개발하고 생산해서 모범적으로 운영해 볼 생각은 없는가? 그래서 부의 쏠림현상을 가속화시키는 인터넷이 아니라, 전세계 모든 국가가 공평한 혜택과 부를 누리는 차세대 인프라를 창조해 보고 싶지 않은가? 겉으로는 부러워하나 속으로는 멸시하는 IT강국 코리아가 될지, 존경속에서 배우고 싶은 모범적 IT강국 코리아가 될지, 그 선택은 전적으로 우리 네티즌, IT기업, IT정책자, 그리고 정치권의 올바른 IT인식에 달려 있다.

디지털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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