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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명사

[이슈와 전망] 과학벤처로 `산업의 숲` 키우자

[이슈와 전망] 과학벤처로 `산업의 숲` 키우자


이상희 국립과천과학관장

입력: 2010-08-29 21:43

지난 90년대 수많은 이공계 대학생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벤처붐을 기억하는가? `IT벤처붐'으로도 불리던 당시에 많은 이공대생들은 스티브잡스와 같은 미국 실리콘밸리 영웅들의 업적을 부러워하며, 아이디어와 기술로써 성공신화를 만드는 꿈을 꾸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중소기업청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 벤처기업의 수는 2만 개를 넘어서 10배가 넘는 성장을 하였으며 국내 GDP의 8.0%, 수출의 3.2%, 고용의 3.2%를 담당하게 되었다.

하지만, 언뜻 성공적으로 보이는 이러한 벤처산업의 성적표에도 불구하고, 미래 벤처창업의 주체인 대학 내의 사정을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과거 대학에서 그야말로 도전정신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청년 벤처창업 열풍은 경제 불황으로 인한 극심한 취업난으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수도권 대학 내 벤처창업 동아리 수는 지난 2003년 100여 개에서 2008년 이후 50% 가량 줄어들었고 남아있는 동아리마저도 회원 수가 대폭 줄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정도이다. 그나마 대학생 창업이 이뤄져도 손쉬운 분야에 집중돼 창업의 질과 사업성이 떨어지고 있고, `취업용 창업'이라는 자조적인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혁신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한 `기술창업'보다는 손쉬운 창업 아이템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한편, 취업 및 경제관련 동아리의 사정은 정반대이다. 실업에 대한 위기가 확산되면서 대학생들은 취업에 유리한 경력을 쌓고 영어시험을 준비하는 일명 `스펙'만들기 관련 동아리에 몰리고 있다. 특히, 경영경제 동아리는 들어가는 데에 재수 혹은 삼수가 필요할 만큼 큰 인기를 얻고 있으며, 인문사회과학대 학생은 물론 이공대생 마저도 취업을 위하여 이러한 종류의 동아리 문을 두드리고 있다.

대기업을 커다란 `나무'에 비유한다면 벤처기업은 그저 작은 `나무'가 아닌 하나의 `씨앗'으로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뜻있는 이공계 학생들이 인간을 이롭게 하는 새로운 과학기술의 적용에 대한 순수한 `욕구'과 `열정'을 집약시켜 만든 벤처라는 조그만 `씨앗' 하나는 그저 하나의 씨앗으로 자라나지 못하고 썩어버릴 위험도 있다. 하지만 한번 싹을 틔우고 자라나 수많은 가지와 잎사귀를 만들면 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릴 커다란 `나무'로도 성장할 수 있다. 벤처기업들만으로도 국내 GDP의 8%를 책임지고 있다는 점도 대단하지만, 그들이 연매출 수 백조 원에 달하는 삼성과 같은 거대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이다.

우리 청소년들에게는 대학입학이라는 한국사회 속 절체절명의 인생목표를 위해 꿈과 상상력이 억제된 채, 입시를 위한 과중한 교육을 받던 시절이 있다. 그 `창의성의 늪'을 헤쳐 나오면서도 잃어버리지 않은 이 땅의 많은 젊은이들의 소중한 벤처정신은 이미 자랄 대로 자란 대기업이나 공기업과 같은 커다란 `나무'에 비하면 볼품없는 하나의`씨앗'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왕이면 이 어려움 속에서도 하나의 `씨앗'이 큰 `나무'로 무럭무럭 자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이 땅에 꿈으로 가득 찬 많은 씨앗들이 심어져 모두가 싹을 틔워 커다란 숲이 되면 얼마나 행복할까? 이를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봄기운으로 충만한 사회적 토양을 만드는데 솔선수범 해야 한다.

디지털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