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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Study] 피자헛, 한국서 위기 어떻게 살아났나

[Case Study] 피자헛, 한국서 위기 어떻게 살아났나
기사입력 2010.08.27 16:33:50 | 최종수정 2010.08.27 17:17:20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생각열기

미국 피자회사 피자헛은 1985년 한국에 피자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피자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여세를 몰아 피자헛은 승승장구했다. 90년대 중반까지 대적할 만한 경쟁상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토종 브랜드인 미스터피자와 배달 전문피자인 도미노피자가 한국인 입맛을 찾아내며 막강한 경쟁사로 부상한 것이다. 급기야 피자헛 성장률이 둔해지고 시장마저 잠식되기 시작했다. 이에 피자헛 본사는 삼성전자 마케팅 전무와 야후코리아 대표이사를 지낸 기업회생 전문가 이승일 씨를 2008년에 구원투수로 투입했다. 이 대표는 어떤 조치를 취했을까.

◆ 피자헛 포지셔닝을 분석하다

= 이 대표에게 닥친 현안은 피자헛이 나아갈 방향을 찾는 것이었다. 이 대표는 잘나가던 피자헛이 "왜 이렇게 됐는지"에 초점을 맞춰 현상을 분석해봤다.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정확한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회사 내에는 상당한 암초가 산적해 있었다. 회사 매출이 둔해지고 있음에도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파악 되지 않고 있었다. 과거 관행에 젖어 대응조차 못하고 있었으며 문제점을 계량적으로 분석하는 프로세스도 없었다.

네 가지 문제점이 도출됐다. 첫 번째 문제는 시장을 제대로 읽지 못한 데 있었다. 피자헛은 그때까지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다수를 위한 메뉴` 개발에 매달리고 있었다. 반면에 경쟁사들은 20대 여성을 표적으로 한 타깃 마케팅에 주력해 시장을 바꿔놓고 있었다.

두 번째 문제는 매장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데 있었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인구, 1인당 국민소득 수준에 비해서 유사 국가보다 피자 가게 수가 두 배나 많은 상황이 됐다. 이 같은 상황 변화 속에서 피자헛은 마켓 포지셔닝을 정확히 해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로 인해 피자헛은 갈수록 정체의 늪에 빠지고 있었다.

세 번째 문제는 고객 기호 변화에 대한 대응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피자헛은 그동안 두툼하고 약간 기름지면서 토핑이 풍부한 피자에 매달려 왔다. 하지만 피자맛에 대한 고객 취향이 변하고 있었다. 피자헛은 이에 대한 대응이 부족했던 것이다. 특히 세계인 입맛에 맞는 피자가 아니라 한국인 입맛을 공략한 피자를 제대로 개발하지 못했던 것이다.

네 번째 문제는 피자 가격이 비싸 가격에 대한 저항감이 크다는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피자헛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같은 문제점을 도출해낸 이 대표는 회사 체질 개선에 나섰다.

◆ 직원들 마인드셋을 바꾸다

= 이 대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직원들 마인드셋을 바꾸는 일이었다. 피자가 잘 팔리려면 매장 직원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본사 직원 지원이 중요함에도 본사와 매장 간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이 대표는 직원들 생각을 바꿀 수 있는 대안으로 `역삼각형 조직`을 내놓았다.

일반적인 회사 조직을 거꾸로 뒤집어 고객 중심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역삼각형 맨 위쪽에 고객을 정점으로 매장 직원과 일반 사원들-임원-사장 순으로 권력구조가 다시 짜였다. 동시에 이 같은 `역삼각형 조직` 개념이 조직 안에 스며들도록 다양한 제도를 도입했다.

현장 매장 요청에 대해 본사에서는 무조건 `예스(yes)`를 한 뒤 대안을 찾아 해결하도록 했다. 임원들이 매장 3~5개를 직접 맡아 관리하는 `매장 후원제`를 도입했다. 사장은 물론 임원들에 대해 주1회 매장 근무를 의무화했다. 이 대표까지 주2회 매장에 나가 배달과 설거지까지 도와주며 소통을 시도했다.

몇 개월이 지나자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과거 권위적이던 본사 직원들 자세가 바뀌고 본사와 매장 간에 소통이 되기 시작했다. 매장에 있는 직원들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 성과측정지표를 만들다

= 이 대표는 직원들 마인드셋을 바꾸면서 동시에 경영 전반에 걸친 업무 프로세스를 계량화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고객에게 주문을 받고 30분 안에 배달해주는 비율이 몇 %인지, 피자 한 개를 생산하는 데 드는 원가구조는 어떻게 되는지, 서빙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몇 분인지 등 대부분 경영활동을 수치화했다. 이를 통해 성과측정지표(KPI)를 만들어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기 시작했다.

매주 임원회의 때마다 KPI를 공개하고 개선이 부진한 부분에 대해 집중 토론했다. KPI가 도입되자 매장에서도 수익성에 더욱 신경 쓰기 시작했다. 사내 곳곳에서 수익성 개선활동이 일어났다. 심지어 매장 임차료까지 협상했다. 이 결과 인력 운용이 매우 효율적으로 바뀌었다.

이 대표는 어떤 부분에서 개선활동이 이뤄지고 있는지, 어떤 업무가 효율적으로 바뀌었는지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 맛과 가격혁명을 일으키다

= 이 대표는 비용 절감과 업무 효율성 향상만으로는 회사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이 대표는 제품 맛 개선에 주력했다. 이 결과물로 지난 4월 말 탄생한 것이 `더 스페셜(The Special) 피자`다. 출시 3개월 만에 100만판 판매를 돌파할 정도로 대박상품이 됐다.

손으로 두드려 만든 `찰도우`에 다섯 가지 메뉴을 골라 먹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한국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았다. 피자값 거품을 빼 파격적으로 한 판에 1만5900원으로 낮췄다.

6000원에 피자를 먹을 수 있도록 `스마트 런치`를 선보였다. 2만3000원에 피자, 샐러드, 파스타까지 다 먹을 수 있도록 `스마트 디너`도 내놓았다.

`피자는 비싸다`는 가격에 대한 소비자 저항을 `피자는 맛있고 저렴하다`는 컨셉트로 바꾸는 시도를 한 것이다. 피자헛이 이처럼 원가를 낮출 수 있었던 요인은 KPI를 통해 원가 개선을 해내는 한편 제품 퀄리티를 획기적으로 향상시켰기 때문이다.

2년에 걸친 소스와 치즈에 대한 연구를 통해 맛과 가격 두 가지 밸류를 동시에 충족시킨 것이다. 이 결과 음식업 매출성장률이 둔해지고 있음에도 피자헛은 최근 30~40%씩 늘고 있다. 주말에는 60%까지 늘 정도다.

이 대표는 "점심 때 또는 빨리 점심을 해결해야 할 때 등 다양한 상황에 맞춰 고객 가치를 충족시켜주는 전략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맛과 가격 두 가지에서 지속적으로 가치를 창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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