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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선 공대생이 디자인 배워 … 통섭으로 창의력 키워야” [중앙일보]

“미국선 공대생이 디자인 배워 … 통섭으로 창의력 키워야” [중앙일보]

2010.08.23 00:12 입력 / 2010.08.23 09:57 수정

MIT 출신 벤처기업가 3인, 잡스·벤처를 논하다
윤송이 엔씨소프트 부사장 `아이폰 상상 못한 제품 아냐, 상상을 현실로 만든 게 중요`
고정석 일신창업투자 대표 `대기업만 해외로 나가나…벤처, 이상·목표 높게 잡아야`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 `음악·문화에 빠졌던 잡스…고리타분한 한국교육선 글쎄

올 들어 벤처 인증을 받은 업체가 2만 개를 넘어서고 10년 전 벤처붐의 주역들이 업계로 돌아오는 등 벤처업계가 활기다. 지난해 11월 국내에 상륙한 애플 아이폰이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이하 앱)시장과 소프트웨어에 대한 관심을 자극한 때문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스마트폰 충격은 ‘애플 같은 혁신기업이 왜 우리나라에는 출현하지 못하느냐’는 자성도 불러일으켰다. 고정석(53) 일신창업투자 대표, 김동식(40) 케이웨더 대표, 윤송이(35) 엔씨소프트 부사장이 최근 한자리에 모여 혁신벤처의 리더십과 주변 생태계에 대해 논했다. 이들은 미국 과학기술 및 벤처산업 인재의 산실인 MIT대학 동문이다. 안정된 직장을 뒤로하고 모험 비즈니스(벤처)에 종사한다는 공통점도 지녔다. 기자가 질문을 던지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고정석 일신창업투자 대표(왼쪽)와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가운데)가 함께 대담 중인 윤송이 엔씨소프트 부사장의 말을 듣고 있다. [전민규 기자]
-애플 질주의 원동력은 기술이 아니라 전략이라는 말이 있다.

▶고정석 대표=최고 기술이 꼭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건 아니다. 가령 아이폰의 터치스크린 방식은 원래 있던 것이다. 다만 표면에 강화유리를 쓴 탓에 유리가 깨지면 소프트웨어가 날아갔다.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CEO)는 옛 기술을 적용하면서 스마트폰을 안정적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전략의 승리인 것이다.

▶김동식 대표=잡스는 학창 시절 공학 못지않게 예술과 문학에도 관심을 쏟았다. 악기 연주도 했다. 이런 다양한 체험이 융·복합에 능한 ‘전략가 잡스’를 만들었다. 한국의 고식적인 교육 시스템에서 그와 같은 ‘창조형 CEO’가 나오기 어렵다.

-교육 시스템을 어떻게 바꿔야 하나.

▶고=미국 브라운대 화학공학과엔 역사학 교수가 있다. 공학으론 설명하기 힘든 직관을 가르친다. 미 컬럼비아 공과대 1년생은 디자인 과목을 꼭 들어야 한다. 창의력과 융·복합 통섭(統攝)의 감성을 키우기 위한 것이다.

▶윤송이 부사장=미래산업은 좋은 기술만으로 되는 건 아니다. 감성적 이해가 따라야 한다. 융통성과 창의력은 튼튼한 기본기에서 나온다. 우리나라엔 공과대를 나오고도 미적분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많다.

-실패한 기업인에게 기회를 주는 문화가 절실하다.

▶김=잡스처럼 실패를 많이 한 기업인도 드물다. 1985년 자기가 설립한 애플에서 쫓겨났고, 와신상담 창업한 교육용 컴퓨터 업체 ‘넥스트’도 신통찮았다. 하지만 애플은 97년 잡스를 다시 불러들여 기회를 줬다. 우리도 ‘패자부활전’을 활성화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모험과 도전을 꺼리는 분위기가 생겼다.

▶김= 벤처의 매력은 ‘위험을 극복하면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엔 ‘롤 모델’이 적다. 벤처기업에서 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으로 큰 그런 사례 말이다. 성공 사례가 드문데 젊은이들이 패기가 없다고 몰아세우는 건 잘못됐다.

▶고=창업을 기피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2001년 벤처 거품이 꺼질 때 어땠나. 창업자뿐 아니라 가족·친지까지 곤욕을 치렀다. 연대보증 같은 제도를 없애야 한다.

-잠재력을 돌보지 않은 투자 관행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고=초창기 업체에 투자하는 게 쉽지 않다. 벤처펀드의 운용 기간은 5~7년이다. 그런데 벤처기업이 창업한 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덴 평균 8년 걸린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창업 기업에 투자하겠나.

-투자금을 모을 때 기업공개(IPO)에 의존하는 것도 문제라는 건가.

▶고=1년에 IPO 하는 기업 수는 많아야 100곳이다. 이래선 돈이 절대 돌 수 없다. 벤처업계의 바닥까지 돈이 돌려면 인수합병(M&A)이 활성화돼야 한다. 그러면 규모가 작고 업력이 짧아도 (미래가치를 담보로) 돈을 벌 수 있다. 미국 나스닥의 투자 유형을 보면 80%가 M&A고, 20%가 IPO다.

-스마트폰 바람이 불면서 IT 생태계가 바뀌고 있다. 무얼 준비해야 하나.

▶윤=글로벌 시장을 상대하는 서비스가 쉬워졌다. 소비자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른 서비스를 접할 기회가 많아졌다. 우리의 서비스·콘텐트 산업도 글로벌 경쟁체제로 바뀌어야 한다.

▶고=아이폰은 삼성·LG·SK 같은 국내 대기업에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을 심어줄 것이다. 중소·벤처 업체도 이상과 목표를 높여 잡아야 한다. 대기업은 해외로 나가고, 중소·벤처기업은 국내에서 잘 버텨주면 된다는 발상은 순진하다. 규모를 막론하고 21세기 기업은 세계시장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

글=이윤찬 이코노미스트 기자
사진=전민규 기자

*기사 전문은 23일 발매되는 중앙일보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1052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MIT 동문 3인은 …

◆고정석 일신창투 대표=서울대 경영학과와 KAIST를 나와 MIT 경영대학원에서 경영전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1년 벤처캐피털 업체인 일신창업투자의 대표로 부임했다.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한양대 기계공학과를 나와 MIT에서 기계공학 석사를 받았다. 97년 국내 1호 민간 예보업체 케이웨더를 설립했다. 날씨 관련 스마트폰 앱 개발 면에서도 국내 선두권이다.

◆윤송이 엔씨소프트 부사장=서울과학고를 2년 만에 나와 KAIST를 수석졸업했다. 6~8년 걸린다는 MIT대학 미디어랩을 3년6개월 만에 끝내 최연소 여성박사가 됐다. 게임개발업체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와 결혼해 지난달 두 번째 아들을 낳았다. 이 회사 최고전략책임자(C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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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고정석
(高晶錫)
[現] 일신창업투자 대표이사사장
1957년
김동식
(金東湜)
[現] 케이웨더 대표이사
1970년
윤송이
(尹송이)
[現] 엔씨소프트 부사장(최고전략책임자(CSO))
197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