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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급과잉' 경보… 한국 '5대 산업(자동차·철강·석유화학·조선·반도체)' 비상

'글로벌 공급과잉' 경보… 한국 '5대 산업(자동차·철강·석유화학·조선·반도체)' 비상

입력 : 2010.03.01 02:24

기획재정부 내부자료 입수 중국·중동 설비 늘리는데… 美 등 선진국 소비 감소
● 자동차, 수요량 6610만대… 공급은 9510만대
● 철강, 공급 넘쳐… 2020년까지 20.5% 더 늘어
● 석유화학, 증설 물량 47% 중동지역에 몰려
● 조선, 2년후 전세계 설비 과잉률 91.7%
● 반도체, 휴대전화용 등 일부 품목 생산 과잉

자동차·철강·석유화학·조선·반도체 등 한국의 5대 주력 산업이 전 세계 공급 과잉의 충격에 노출될 위험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을 먹여 살리고 있는 이들 간판 산업이 공급 과잉으로 주저앉을 경우 '금융위기 이후'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28일 본지가 입수한 기획재정부 내부 자료로는 작년 자동차산업의 공급 과잉률은 56.7%, 철강은 37.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세계적으로 석유화학은 17.9%, 조선은 14.4%의 공급 과잉에 빠진 상태다. 반도체는 작년 초 독일의 키몬다가 파산하는 등 공급 과잉의 조정이 있었지만 우리의 주력 상품인 낸드플래시 메모리반도체(휴대전화용 반도체) 등 일부에서 여전히 공급 과잉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재작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촉발 이후 한국 경제가 선방하는 것은 이들 5대 주력 사업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중국 등 개발도상국들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이들 분야에 설비 투자를 늘리면서 글로벌 공급 과잉문제가 더욱 심화할 우려가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 나라가 생존을 위해 주요 수출산업의 생산을 늘리면서 이처럼 '글로벌 공급 과잉'이라는 또 다른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다.

더 심해지는 글로벌 공급 과잉

자동차산업의 경우 올해 사상 최대의 공급 과잉이 우려된다. 컨설팅업체 글로벌 인사이트는 올해 전 세계 자동차 수요량은 6610만대, 생산능력은 9510만대로 공급 과잉량을 사상 최대인 2900만대로 추산하고 있다.

철강·석유화학 등은 선진국이 설비를 줄이거나 유지하는 데 그치고 있지만 중국·중동 산유국 등 개발도상국들의 신·증설이 계속되면서 공급 과잉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세계 철강 공급능력은 현재 16억6000t에서 2020년 20억t으로 20.5%나 늘어날 전망이다. 석유화학산업의 지표인 에틸렌은 2008~2012년 세계 에틸렌 공급시설 신·증설 물량 중 47%가 중동에 몰려 있기도 하다.

조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발주물량이 줄어들었지만 수주에서 인도까지 약 2년6개월이 걸리는 조선산업의 특성상 기존 수주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건조능력을 계속 확충해야 한다. 조선 조사업체 클락슨은 2012년 조선산업의 설비 과잉률이 91.7%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전 세계 공급 과잉은 최악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특히 중국이 '자국 건조주의(자국 발주물량을 자국 조선소에 주는 것)'를 내세우고 있어 다른 나라의 공급 과잉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에 주는 충격과 해법

실제 작년 우리나라의 일부 주력 산업은 글로벌 공급 과잉의 큰 충격을 받았다. 다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충격에 묻혀 그 실상이 부각되지 않았다. 작년 우리나라의 수출은 13.9% 감소한 가운데 승용차 수출은 28.4%, 철강은 21.6%, 석유제품은 38.7% 감소하는 등 공급 과잉 산업의 수출 감소폭이 평균 감소 폭보다 컸다.

그나마 자동차는 우리의 주력인 소형차가 주목을 받고, 조선도 3년치 물량을 수주하고 있어서 충격이 작았던 게 이 정도다.

또 이번 충격은 중국의 기술 수준이 우리나라보다 3.8년 정도 뒤진 상황이어서 견딜 수 있었지만 위기에도 설비 투자를 늘리고 있는 중국이 조만간 기술 격차를 줄이면 우리 경제가 '글로벌 공급 과잉의 덫'의 피해를 크게 볼 수 있다는 게 우리 정부의 걱정이다. 경쟁력을 상실한 산업의 수출이 급감해 경기 침체가 오는 경우엔 단기간 내에 회복도 어렵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는 G20(주요 20개국)회의 등에서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한 범세계적 정책 공조를 요구하는 걸 검토할 계획"이라며 "70년대식 거대 장치산업이 아닌 새로운 주력 산업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공급 과잉

산업이 생산할 수 있는 능력(공급량)보다 수요량이 적은 현상을 가리킨다. 공급 과잉을 측정하기 위한 지표로 공급과잉률이 있다. 설비 100% 가동을 전제로 하고, 생산량에서 수요량을 뺀 것을 수요량으로 나눈 수치인데, 이것이 20%를 넘어서면 심각한 공급 과잉 상태로 판단한다. 공급 과잉 상태가 지속되면 시장 가격이 급락해서 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되고, 기술 경쟁력이 약한 회사의 상품은 판로를 찾지 못해 파산하며 그 나라의 수출이 급감하는 사태가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