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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전문가

[DT 시론] 스마트워크, 사회적 준비 필요하다

[DT 시론] 스마트워크, 사회적 준비 필요하다



이정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입력: 2010-08-19 22:04

지식정보사회라는 미래상을 제시하면서 숨가쁘게 발전하여 온 전기전자와 컴퓨팅 관련 산업이 실제로는 그 부가가치의 면에서 지속되기는 어렵지 않나 하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산업혁명을 유발시킨 증기기관이 산업혁명을 드라이브하기는 했지만 변화가 자리잡으면서는 뒤로 물러나고 이를 활용한 다른 부가가치산업이 총아로 등장하였던 것과 같은 현상이 정보혁명에 있어서도 재현될 것이라고 예견되기도 한다. 반도체 및 이와 관련된 전자기기의 획기적인 발전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그 고부가가치성이 얼마나 갈지, 전략적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절박감에 대한 뉴스들도 많았다.

이렇게 조금은 힘들어 보였던 전기전자산업의 돌파구로서는 사실 텍스트끼리 연결하는, 컴퓨팅 전문가가 보기에는 별거 아니었던, HTTP 관련 기술들을 사람들이 급격히 받아들이면서 인터넷이 활성화된 점이 그 첫 번째다. 두 번째 돌파구는 아울러서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휴대폰과 무선통신산업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해 온 것에 기인한다. 세계 인구가 70억이지만 휴대폰가입자수는 40억을 넘어섰다. 무선전화와 인터넷은, 각자 별도로, 지난 20여 년 동안 숨가쁘게 성장해 오면서 전기전자와 컴퓨팅산업을 뒷받침하여왔다.

스마트폰은 기술의 발전상에 비추어 보면 따라잡기 힘든 뛰어난 신기술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아이폰 사용자들도 애플리케이션의 풍부성이나 무선랜망의 접속을 장점으로 꼽지 기술적인 혁신성이나 수월성을 꼽지는 않는다. 비교적 쉬운 기술인 아이폰의 등장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스마트폰의 시장이 전기전자와 컴퓨팅 관련 산업의 또 다른 돌파구를 형성하고 있다. GPS가 장착된 스마트폰을 통해서 위치기반 서비스나 증강현실 등을 손쉽게 구현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들이 등장하고 있고 통신사들은 그 동안 미루어만 왔던 무선랜 지역을 앞다투어 확장하고 있으며 3G 모바일 망을 통한 데이터 통신 정액제를 내어 놓고 있다.

바로 지금이 인터넷과 통신의 컨버전스가 본격화되는 시발점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급격히 증가해가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길거리에서 이메일을 확인하고, 캘린더의 일정을 동기화하고, 전철 안에서 채팅을 하고 게임을 한다. 개발업체들은 정보전달과 정보교환에 초점이 맞추어진 커뮤니케이션 기능들을 넘어서 기업 기간망에 접속하여 서버에 액세스할 수 있는 기업용 모바일 오피스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모바일 오피스가 비즈니스의 미래이고 개인의 활동범위를 넓히고 자유롭게 할 것이라는 광고와 홍보가 나오고 있다. 국한된 장소에서 업무를 보던 것에서 그치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볼 수 있는 환경이 조만간 구축되게 될 것이라는 또 다른 핑크빛 미래가 제시되면서 정보혁명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힘입어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는 지난 달 `스마트워크활성화전략'을 발표하였다. 2015년까지 전체 노동인구의 30%까지 스마트워크 근무율을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 노동가능인구를 2500만명으로 추산하면 이 중 750만이다. 스마트워크 센터를 2015년까지 공공형 50곳, 민간형 450곳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대형 아파트 단지에는 주민공동시설로 스마트워크 센터의 건설을 의무적으로 포함시킨다고 하고 이를 위한 육아시설의 건립도 아울러 추진한다고 한다.

업무에 대한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없애고 산업혁명이후 오랜 기간 동안 유지되어온 9~5에 얽매지 않고 근무시간과 개인시간의 구분을 없애고 개인을 자유롭게 한다는 기술적 가능성을 본 것이다. 하지만 이는 기술적인 문제들의 해결뿐만 아니라 많은 사회적 변화를 동반하는 사업이다. 기술적으로 급박한 정보보호와 보안의 문제도 선결과제이기는 하지만 개인과 업무간의 스필오버(Spill Over)로 야기되는 개인과 사회의 문제는 그 파급효과가 상상 이상일 것이기 때문이다. 스마트워크가 활성화되면 아직 미결의 과제인 비정규직 관련 이슈도 다시 검토하여야 할 것이고 산재와 보상, 인사평가제도의 변화, 커리어 관리의 문제 등 사회적인 면에서 비즈니스 적인 면에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러한 문제들을 미리 제기하는 것이 태동하는 모바일 오피스와 스마트워크 사업의 의미나 취지를 흐릴 가능성은 있지만 충분한 사전적 고려가 없이 추진한다면 역사적으로 기술우월주의의 성공률이 높지 않았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우려가 된다. 이러한 문제를 충분히 인지하고 심사숙고하지 않은 상황에서 모바일 오피스와 스마트워크라는 기술적 트렌드에 끌려만 간다는 것은 너무 안일하다. 왜냐하면 실제로 문제가 발생하면 그 영향이 심각할 것이고 그 대응이 늦어지면 더욱 더 심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간 기술개발에 주력하여 온 모바일 폰, 피쳐폰 기업들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새롭게 등장한 애플에 밀리는 것이 기술적인 측면보다는 소프트한 사고의 부족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인프라와 기기관련 기술들이 개발이 되었다고 해서 그 기술적 가능성 만을 보고 급히 추진하는 것은 이전의 기술우월주의의 실패사례들을 답습하는 것 아닐까 하는 것이 단순히 나의 우려로 끝난다면 좋겠다.

디지털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