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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하려면 기존 보도채널 처분` 조항 주주권익 침해는 없어야

종편하려면 기존 보도채널 처분` 조항 주주권익 침해는 없어야
17년간 쌓아올린 성과 평가받아야 … `장르 전환` 유예기간 필요
기사입력 2010.08.18 17:21:51 | 최종수정 2010.08.18 19:57:43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기존 보도채널을 보유한 사업자가 종합편성채널(종편)에 신규 진출하려면 기존 방송사업을 처분해야 한다는 종편 기본계획안이 주주 권익과 경영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엄정한 심사를 거쳐 종편 사업권을 따내더라도 기존 보도채널의 사업권을 어떤 유예기간도 없이 사실상 조건 없이 반납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는 기존 방송사업자의 재량권을 박탈한 `독소 조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17년 전 어느 신문사도 거들떠보지 않던 국내 케이블 불모지 시장에서 케이블방송산업을 키우고 혹독한 인고의 세월을 견뎌온 주주들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17일 방송통신위원회가 공식 접수한 `종편ㆍ보도채널 선정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MBN, YTN 등 기존 보도채널 사업자가 새로운 종편이나 보도채널을 중복 소유하게 될 경우는 기존 채널을 처분하도록 했다.

방통위가 제시한 세부 절차는 이렇다. 기존 보도채널 사업자가 종편 선정작업에 참여해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는 단계에서 기존 방송사업을 어떻게 처분(양도나 폐업 등)할지를 담은 방안을 제출해야 한다.

종편 심사위원회는 기존 채널에 대한 처분계획의 적정성과 실현 가능성을 심사하게 되며 처분계획을 제출하지 않으면 관련 심사항목을 과락 처리한다.

정부가 `승인 최저점수제`를 도입키로 한 이상 한 항목이라도 과락되면 탈락한다.

또한 기존 보도채널 사업자가 신규 종편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기존 방송사업의 처분`이 완료된 후 종편 승인장을 내주게 된다. 문제는 이 부분이다.

기존 보도채널을 처분한 후에야 종편 사업권을 부여한다는 건 사실상 기존 채널의 폐업을 염두에 둔 발상 아니냐는 게 미디어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방송업계의 한 관계자는 "십수년간 건전 경영을 통해 좋은 평판과 브랜드를 쌓아온 보도채널을 한순간에 `제로` 베이스로 포기하라는 건 해당 사업자와 주주들에게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MBN이 대표적인 사례다. 1995년 케이블TV 출범 당시 29개 채널 가운데 주인이 지금까지 바뀌지 않은 곳은 MBN이 유일하다. 급변하는 케이블TV 환경 속에서 꾸준히 흑자경영을 유지하면서 황무지와 다름없던 유료방송시장을 개척했다. 15여 년간 40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단행했다.

만약 매일경제 종편 컨소시엄이 종편 사업권을 획득하고 MBN 사업권을 백지 상태로 처분해야 한다면 대다수 MBN 외부 주주들의 권익을 일방적으로 외면하는 처사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존 채널 처분을 완료한 뒤 신규 종편 사업권을 내주는 형식이 아니라 기존 사업권의 처분 유예기간을 부여해 처분 방식을 사업자가 선택할 수 있는 재량권을 충분히 보장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종편 사업권을 획득하면 보도채널에서 종편채널로 장르를 전환하는 절차가 원만하게 진행되도록 보장하는 게 사유재산권을 인정한 자본주의 정신에 부합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기존 채널의 선 처분 후 승인장 교부`가 아니라 신규 사업권을 교부한 후 일정 유예기간에 종편으로 장르 변환 기회를 준 후 이게 제대로 안되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도준호 숙명여대 교수는 "특정 방송사업자의 방송국 수를 제한하는 것은 사실상 소유 규제"라며 "외국에선 이 같은 규제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도 교수는 "방통위는 중복 소유 규제의 근거로 방송의 다양성 등을 내세우고 있다"며 "하지만 종편 희망 사업자들이 모두 여론 형성과 관련된 신문사라는 점에서 특정 사업자만 차별하는 규제라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방통위 측은 이러한 `보도프로그램 중복 소유 규제`에 대해 법적 규정이 없는 건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신규 종편ㆍ보도채널의 진입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건 아니라는 주장이다. 특정 사업자의 진입을 배제하는 건 아니라는 해명이다.

김준상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은 "기존 보도채널 사업자가 종편에 신청해 선정되지 않으면 기존 사업권을 처분하겠다는 계획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고 종편 사업권을 따내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양한 방송사업자의 진입 기회를 터준다는 근본 취지를 살리면서도 종전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가 쌓아올린 성과를 한순간에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윤상환 기자 / 황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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