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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삶’ 과연 가능한가 김형효 교수, 자연적 본능의 회복 강조

‘행복한 삶’ 과연 가능한가 김형효 교수, 자연적 본능의 회복 강조

2010년 03월 02일(화)

인문학과 과학이 서로 협력, 미래를 만들어가는 인문강좌 행사가 최근 줄을 잇고 있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행사는 한국연구재단이 주최하는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 학문 간 경계를 넘어, 세상과 대화를 시도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엿보이고 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석학들이 진행하는 인문강좌를 연재한다. [편집자 註]

석학 인문강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 모두가 행복한 삶을 추구해왔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 행복한 삶에 대해 오랜 기간 동안 논증을 계속해왔다. 과연 인간에게 행복한 삶이 가능한 것인가…….

27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에서 김형효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는 4명의 토론자들과 함께 지난 4회에 걸쳐 진행된 그의 ‘존재와 소유’ 강의에 대해 종합토론회를 가졌다.

▲ 27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종합토론 방식으로 진행된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 

이날 종합토론에서 김형효 교수는 “존재와 소유를 두 개의 별개의 것으로 보려는 인간의 오랜 습성”에 대해 큰 우려를 표명했다.

존재와 소유는 별개의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가짐의 이중적 태도와 직결된다는 것. “같은 돈이라도 남들 앞에서 과시용으로 생각하면 소유가 된다. 반면 그 돈을 사용해 자기 존재의 힘을 극대화하고자 한다면 그 돈은 존재론적 의미를 담고 있다”며 존재와 소유를 마음의 이중적 태도로 보아줄 것으로 주문했다.

행복은 존재 능력의 극대화로부터...

김 교수는 또 (그동안 인간이) 인간중심적 윤리사상과 종교사상 때문에 자연적 본능을 많이 오해해왔고, 동물적 본능을 무조건 나쁜 것으로 폄하해왔지만, 자연에는 불필요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좋은 본능, 나쁜 본능 등의 분류는 인간중심적인 교육이 가져다 준 망상에 불과하다. 자연세계는 인간사회처럼 도덕이 필요 없다”며 그의 ‘존재와 소유’ 철학을 전개해나갔다.

이날 종합토론은 박찬국 서울대 교수, 최진덕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장승구 세명대학교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석한 가운데 정해창 한국한중앙연구원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다음은 이날 토론 중에 있었던 일문일답 내용.

▲ 어떤 삶이 ‘행복한 삶’인가.

“자기 존재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삶이다.”

(김 교수는 이전 강의에서 존재인가 또는 소유인가의 결정은 인신(人身)이 자연적 상태에 놓여 진 것인가, 아니면 사회적 상태에 놓여 진 것인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했다.)

▲ 소유가 없이 존재만으로 인간의 기본적 생활과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가.

▲ 김형효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존재와 소유를 두 개의 별개의 것으로 보려는 인간의 오랜 습성이 문제다. 존재와 소유는 별개의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가짐의 이중적 태도와 직결된다.

사회생활에 필요한 돈을 무조건 소유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같은 돈이라도 남들 앞에서 과시용으로 생각하면 소유가 된다. 반면 그 돈을 사용해 자기 존재의 힘을 극대화하고자 한다면 그 돈은 존재론적 의미를 담고 있다.”

▲ 자연적 본능을 말씀하셨는데, 본능 중에도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있다. 자연적 본능이란 좋은 자연적 본능을 회복시킨다는 의미인가.

“우리는 그동안 인간중심적 윤리사상과 종교사상 때문에 자연적 본능을 많이 오해해왔고, 동물적 본능을 무조건 나쁜 것으로 폄하해왔다. 그러나 자연에는 불필요한 것이 없다. 좋은 본능, 나쁜 본능 등의 분류는 인간중심적인 교육이 가져다 준 망상에 불과하다.”

자연세계는 인간사회처럼 도덕이 필요 없어

▲ 그러면 본능적 삶에 비도덕적 위험성은 없다는 의미인가.

“그것 역시 자연적 본능을 비도덕적인 것으로 규정한 인간중심주의 망상의 의거한 것이다. 자연세계는 인간사회처럼 도덕이 필요 없다.”

▲ 우주심으로서의 본능과 인간의 사회적 지능이 다 함께 공유하는 것이 이익이라 하셨는데, 오늘날 기업이 시장에서 추구하는 이익 개념과 동일한 것인가.

▲ 질문하고 있는 서울대 박찬국 교수 
“이익은 존재론적 실상이지, 공상이나 망상이 아니다. 우리가 그동안 도덕주의 탓으로 이익을 오직 이기적인 것으로만 여기고, 도덕주의자들이 이익 대신에 의리 또는 정의라는 개념을 가르쳐왔다.

그러나 의리나 정의는 시간과 공간에 따라 해석이 다르고, 사람마다 해석이 제 각각이다. 그래서 의리와 정의 때문에 시비가 생기고 전쟁이 일어난다. 존재론적 사유에서 중요한 것은 이기배타(利己排他)적인 소유론적 이익을 자리이타(自利利他)적인 이익으로 바꾸는 것이다. 기업을 너무 도덕주의적 개념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 원시반본(原始返本)에 대해 원시적 본능, 불성과 신성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하셨다. 부연 설명을 부탁한다.

“원시반본은 인간이 복잡한 지능적 사회생활을 하기 이전의 자연적 마음을 말한다. 루소는 모든 악이 사회생활에서 시작됐다고 했는데, 그 말은 참으로 철학적으로 적절한 표현이다.”

▲ 원효대사의 금강삼매경(金剛三昧經)과 유학의 중용(中庸)은 언뜻 비슷해 보인다. 근본적인 차이는 무엇인가.

“유교의 중용은 양극단을 잡아서 그 가운데를 쓰는 논리다. 불교의 중도사샹은 이중긍정으로 유교의 중용과 유사한 데가 있지만, 궁극적으로 어떤 이중성에 집착하여 그 가운데만 매달리는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 비선비악(非善非惡)처럼 이중부정의 태도를 취한다.”

미래 각광받을 철학은 해체철학과 동양 노장학

▲ 철학과 종교와의 관계는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는 종교는 신앙을 중시하는 사상이 아니라 최고의 지혜로운 가르침을 말한다. 철학은 다만 그런 종교의 가르침이 참일 수 있는가를 비판적으로 보는 관점을 말한다.”

▲ 현재 서양철학의 한계성과 동양철학의 유용성을 간단히 설명해 달라.

“서양 철학의 한계성은 사회적 지능의 한계성과 같다. 그동안 인류는 문명사회가 전통적 자연과 다른 길을 밟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특히 서양철학은 그 길에 박차를 가해왔다. 사회적 지능 대신에 자연적 본능의 길을 인간이 회복해야 한다면, 서양의 해체철학과 동양의 불교, 노장학이 새로운 미래 철학으로 각광받을 것이다.”

▲ 포스트 모더니즘 이후의 철학 사조는 어떤 것이 되겠는가.

“포트스 모더니즘은 매우 오래 갈 것이다. 그 이후는 예측할 수 없다.”

▲ 대학입시가 현재 과잉경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김 교수의 ‘존재와 소유’ 철학을 통해 해답을 찾을 수 있을는지 궁금하다.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지금처럼 소유의 증대를 위한 방편이 돼서는 안 된다. 대학공부가 남들을 지배하기 위한 방편이 아니라 자기 존재의 힘을 극대화하는 방편이 돼야 한다.”

이강봉 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0.03.02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