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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얼어붙은 부동산거래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거래
1월 전국 아파트 6만2천건 거래…금융위기 수준으로
"거래없어 시세파악도 어려워요"
고양ㆍ파주 등 침체 두드러져…1월 중개업소 1977개 폐업

경기도 파주신도시 운정지구의 한 아파트 단지. 최근 서울을 비롯한 전국 주요 지역에서 주택 매매거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매경DB>
주택거래가 실종되면서 부동산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전국에서 거래침체의 도미노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집을 살 만한 사람들이 눈치를 보고 있고 저금리가 유지되면서 버틸 만한 집주인들은 호가를 낮춰가면서까지 집을 팔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살던 집이 안 팔리니 새 주택을 갈아 탈 자금 마련도 어렵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회복세를 보였던 아파트 거래량이 지난해 말부터 급속히 줄어들어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지난 1월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6만1974건으로 작년 12월 8만1961건에 비해 크게 위축됐다. 지난해 11월(8만1589건), 10월(8만7329건), 9월(9만490건)보다도 훨씬 적다. 계절적인 비수기임을 감안하더라도 금융위기가 절정이던 지난해 1월 거래량(4만9085건)에 근접하고 있다.

#1. 경기 일산 탄현에 사는 30대 회사원 박 모씨는 요즘 오피스텔을 알아보러 다닌다.

탄현에 89.1㎡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그는 지난해 8월 집을 팔려고 내놨지만 6개월 넘게 감감 무소식이다.

그래서 박씨는 3년 전 2억3000만원에 매입한 집을 최근 2억원까지 가격을 낮추는 강수를 뒀다. 그래도 여전히 매매가 안 된다.

그는 직장이 시청 인근에서 역삼동으로 이전해 이사를 가야 하는 처지다. 그는 "당초 계획을 바꿔 집은 전세를 주고 사당ㆍ방배역 주변에서 월세 오피스텔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2. 서울 수유동 공인중개사 A씨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라던 지난해 초보다도 더 거래가 없다"고 말했다. 이웃한 B중개사는 "산다는 사람은 없고 전세만 가끔 물어본다"면서 "어제는 2억원짜리 집을 1억5000만원에는 사겠다는 전화가 와서 집주인한테 말조차 못했다"고 말했다.

이 동네의 한 집주인은 "매매가 하도 없기에 돈암동 중개업소에까지 매물을 내놨는 데도 연락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주택거래가 급갑하면서 문을 닫는 중개업소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폐업한 중개업소는 1977개다. 비슷한 만큼의 중개업소가 새로 생겨 전체 숫자는 유지되고 있지만 이는 금융위기였던 지난해 1월 1584개와 비교해도 24.8% 많다.

거래 침체는 특히 주변에 신규 공급이 많은 지역에서 두드러진다.

식사ㆍ덕이지구 등 인근 고양시 일대에서 올해 1만3511가구가 공급되는 일산은 침체 현상이 뚜렷하다.

중개업소에 따르면 일산 대화동 `장성 대명` 152㎡는 1년 전 7억원 선에 거래되던 것이 요즘 6억5000만원 선으로 호가가 낮아져도 매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올해 8648가구가 쏟아지는 파주신도시도 거래 소강상태다. 교하읍 현대아파트 168㎡는 1년 전 5억4000만원 선에서 거래되던 것이 최근 4억8500만원 선까지 호가가 내렸지만 매수세를 찾기 힘들다. 토마토공인 관계자는 "매물로 내놓은 지 1년이 넘도록 팔리지 않는 물건이 많다"며 "호가가 10% 전후 내렸지만 거래는 별로 없다"고 전했다.

남양주에서는 진접지구 분양권을 구입한 이들이 기존 아파트를 대거 내놓고 있지만 매수세가 없다. 오남읍 신우아이딜1차 79㎡는 1억4500만원 선으로 6개월 만에 호가가 10% 떨어졌다. 김포신도시도 기존 주택 거래가 실종됐다.

서울도 예외가 아니다. 은평구 일대에는 은평뉴타운 후폭풍이 불고 있다. 뉴타운 입주를 앞둔 이들이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매수자가 없다. 불광동 라이프미성 155㎡가 6개월 만에 5000만원 떨어진 5억4000만원에 호가가 형성됐다.

강남도 극심한 거래 소강상태다. 잠실우성 인근 한 중개업자는 "최근 몇 달 간 성사된 거래가 별로 없다. 그러다보니 시세가 얼마라고 얘기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전했다.

개포주공 중 재건축 호재와 비교적 거리가 먼 중층 5~7단지는 중개업소 전체를 통틀어 거래량이 평형별로 한 달에 1~2건 정도에 그치고 있다. 역삼동 래미안ㆍ푸르지오 등도 중개업소 전체를 봐도 이달 들어 거래건수가 2건 정도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택시장 거래 침체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소장은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데다 수요자 관심이 보금자리주택 등에만 몰려 기존 주택 거래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며 "정부 정책 변화와 본격적인 경기회복이 없다면 침체 상황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걸 기자 / 이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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