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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전문가

[디지털세상] SW엔지니어가 없다

[디지털세상] SW엔지니어가 없다

정정기 모바일리더 대표

입력: 2010-08-10 21:50

이제 소프트웨어(SW) 엔지니어링은 3D를 넘어 4D까지 진화하는 등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장에서 SW엔지니어들을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관련 산업은 점점 성장해 가는데 양질의 인력은 점점 사라지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창업한지 10년이 지나 회사는 꾸준한 성장 일로를 걷고 있지만 창업 첫 해 공채로 채용한, 성장성과 잠재력이 충분했던 그 젊은이들이 회사에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현실이 오버랩 된다.

1990년대 후반 국내에 벤처 붐이 불면서 컴퓨터공학 전공에는 인재들로 넘쳐났다. 그들은 선배들의 대 성공을 보면서 미래를 꿈꿨으나 현실은 냉담했다. 코스닥에서 벤처 거품이 빠지면서 그들의 롤 모델이었던 이들은 부도나 횡령 등으로 법적 처벌을 받거나 소위 `출구전략'으로 피인수합병을 선택하며 쓸쓸히 떠났다. 그 후 최고 인기학과 중 하나였던 컴퓨터공학의 문을 두드리는 젊은이들의 발길은 현저히 줄었다.

2년 전 많은 글로벌 IT 기업이 있는 실리콘밸리에 출장을 갔을 때 일이다. 당시 현지 기업인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방문했을 때 한국인 출신 엔지니어를 만날 수 있었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주요 글로벌 IT기업에는 스탠퍼드나 UC버클리 등 명문대학교에서 학위를 받고 취업에 성공한 한국인 유학생들이 많다. 이른바 성공한 인재라 할 수 있는 그는 가족과 해외에서의 생활 문제로 사실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국내에 있는 지인들은 국내로의 복귀를 적극적으로 말려서 망설여진다고 했다. 그도 국내 SW엔지니어로서 생활이 어떤지 대충 짐작하고 있는 듯 했다.

실리콘밸리 소재 글로벌 기업들은 대학 캠퍼스와 같은 환경을 마련하고 직원들이 자유롭게 일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직원들에 대한 관리가 시간 중심이 아닌 결과물 중심으로 이뤄져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한다. 이러한 환경에 익숙한 한국인 인재들에게는 창의적이어야 할 SW엔지니어마저 시간의 틀에 넣고 관리하는 국내 현실이 못내 아쉽다 못해 안타까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불과 20년 전 국내에서 반도체 산업이 태동을 할 때 해외에 나가있던 많은 반도체 엔지니어들이 국내로 복귀한 사례가 있지만 이는 사명감이나 애국심에 의존한 것이었다. 그러나 밀레니엄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막연한 사명감과 애국심만을 강요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그들에게도 이전 세대들과 마찬가지로 당연히 국내에서 활동하며 조국의 기업에 기여하고 싶고 토종 제품을 글로벌화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충분히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장벽으로 느껴지는 국내 현실, 이들이 돌아와 마음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이는 외국에서 돌아온 반도체 엔지니어들의 기여로 국내 반도체 산업이 전 세계적인 브랜드가 됐다는 점에서 더욱 필요한 것이다.

한 달 전 10년 이상 SW분야에 애정을 갖고 분석을 해왔던 유명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만나서 한 시간 동안 이야기하면서 심한 논쟁을 벌였다. 그는 국내 SW기업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은 듯 했다. 필자가 이야기하는 SW기업으로서의 비전에 대해 조목조목 부정적인 이야기만 했다. 결국 상호 평행선이 그 날의 만남은 나중에 누가 옳은지 두고 보자는 말로 맺었다. 그렇다. 국내에서 SW사업을 하는 기업인으로서 현실은 인정해야 한다. 현재 국내 SW 기업 중 해외에서 자리를 잡은 회사는 많지 않고 앞으로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고 글로벌화가 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는 현실에 직면했기 때문에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지 오래다. 어느 업체든지 해외 진출 성공을 통한 글로벌화가 이뤄지면 다른 기업들도 그 뒤를 따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과 기업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인재를 확보하는 일이 최우선적으로 선행돼야 한다. 회사의 직원들이 더 좋은 근무 환경에서 일하며 창의성과 효율성, 생산성을 높여나갈 수 있도록 힘써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이 마련되면 국내 대학의 주요 컴퓨터공학 전공에 학생들이 몰려들고 해외 거주 SW 엔지니어들도 앞다퉈 국내로 복귀해 일하려 할 것이다. 앞으로도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향후 10년 내에는 국내에 글로벌 SW기업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그러한 미래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