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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일본

일본 10대들, 한국 아이돌에 열광하는 이유는?

일본 10대들, 한국 아이돌에 열광하는 이유는?
샤이니·시크릿 공연에 티켓 매진 행진…소녀시대·카라 노래 술술
매력적 외모에 오랜 훈련으로 쌓은 실력, 따라하고 싶은 패션감각에 매혹
하니Only
“요즘 대세는 ‘샤이니’와 ‘동방신기’구요. 장근석도 엄청 인기예요”

한 손에는 인기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민호 얼굴이 새겨진 부채를 들고, 최근 인기있는 한국 스타들에 대해 무엇이든 척척 대답하는 그들은 아직 볼에 통통한 젖살이 그대로인 도쿄의 여고생들이었다.

일본 10대들이 한국 아이돌에 빠져들고 있다. 유튜브에 올라온 한국 아이돌 그룹의 뮤직비디오나 방송프로그램을 보고 한류팬이 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유튜브는 화질은 좀 떨어지지만 공짜로 시청할 수 있다. 일본 10대들은 시간날 때마다 유튜브를 들락거리며 한국 아이돌 그룹의 신곡을 따라부른다.


지난 2일 인기 아이돌 그룹 ‘샤이니’와 ‘f(x)’, ‘시크릿’ 등이 도쿄를 찾았다. 소녀 아이돌의 농촌 체험을 다룬 버라이어티 <청춘불패>의 홋카이도 편 방영을 앞두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자리였다. 5000석의 도쿄국제포럼은 빈 자리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공연이 결정되고 티켓이 판매되기 시작하자마자 그 자리에서 거의 매진이 되었다는 후문이다. 1년 전부터 꾸준히 일본 활동을 해 온 ‘샤이니’ 팬이 많았지만, 세 팀 모두 데뷔한 지 얼마 안 된 그룹인데도 불구하고 매진을 기록했다는 것은 일본내 한국 아이돌 파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공연이 시작하기 전까지 일본의 팬들은 MP3 플레이어에 담긴 한국 아이돌의 음악을 듣고,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면서 들뜬 모습이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멤버의 이름이나 얼굴, 메시지가 담긴 응원도구를 잔뜩 싸들고 오기도 했다.

얼핏 보기에도 관객의 반 정도는 학생으로 보이는 10대, 20대 초반이었다. 기자가 만난 여고생 팬들은 “학교에서도 케이팝(한국 노래)를 즐겨듣는 학생들이 많아요. 대부분 유튜브를 통해 한국 가요 프로그램을 보고, 신곡을 접하죠”라며 일본에서 한 번도 공연한 적이 없었던 ‘시크릿’의 노래를 따라불렀다.

그녀들이 응원하는 그룹은 ‘샤이니’. 그 중에서도 태민, 민호를 좋아한다고 했다. 라이브 무대를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지만, 유튜브를 통해 매일같이 샤이니 무대를 보고 있다는 그들은 “열심히 하는 모습, 순수함, 착하고 친절한 느낌이 좋다”며 볼을 붉히기도 했다.



공연은 약 두 시간에 걸쳐, 세 아이돌 그룹의 공연과 토크쇼, <청춘불패> 하이라이트 영상 등으로 꾸며졌다. 일본 팬들은 멤버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환호했다. <청춘불패> 게스트로 등장했던 온유, 민호도 스테이지에 등장해 관중들을 사로잡았다. ‘샤이니’는 앵콜무대에서 2집 타이틀 ‘루시퍼’를 선보이기도 했다. 관객들은 무대가 막을 내리고도 한참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요즘 일본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화두는 단연 케이팝(K-POP)이다. ‘한류붐을 넘어선 한류’, ‘신(新)한류’, ‘네오(neo) 한류 엔터테인먼트’ 등 이를 부르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일본 매스컴들은 이런 현상을 이전에 드라마로 불어닥친 한류와 구분하여 특집을 내놓고 있다.

특히, 한국의 걸그룹 열풍이 뜨겁다. 올 들어 한국 걸그룹의 일본 진출이 붐을 맞으면서 일본인들도 깜짝 놀라는 눈치다. 물론 이전에도 일본에 진출한 한국 걸그룹이 있긴 했다. 2004년 4인조 걸그룹 ‘슈가’가 일본의 전설적인 인기 아이돌 ‘SPEED’를 배출한 토이즈팩토리를 통해 데뷔했고, ‘쥬얼리’가 90년대 후반 인기 여성 솔로 가수 구라키 마이가 소속돼 있는 스튜티오에서 일본어 앨범을 냈다. 그러나 뚜렷한 성과를 거둔 그룹은 없었다.

그렇다면 6년이 지난 지금은 왜 한국 걸그룹들이 데뷔도 하기 전에 일본에서 이처럼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일까? 일본의 남성 잡지 는 최근 ‘한국 여자 아이돌에 요주의!!’라는 특집을 내고, 한국의 걸그룹이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를 이렇게 분석했다. “일본 아이돌이 귀여운 것에 비해, 한국 아이돌은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예쁘다. 모델급의 신장과 스타일도 매력적이다. 외모만 봤을 때는 아이돌 같지 않은데 하는 행동이나 말할 때 표정은 소녀의 귀여움을 간직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소녀시대’나 ‘카라’는 이제까지 한국 가요에 관심없었던 일본 남성을 매료시키고 있다”

한국 걸그룹이 혹독한 훈련을 통해 뛰어난 실력을 갖췄다는 것도 인기 원인으로 꼽힌다. 잡지는“한국 걸그룹은 뛰어난 퍼포먼스 능력을 갖고 있다. 조금 서툴고 아마추어 같은 면을 귀엽게 보는 일본과는 달리 한국은 노래와 춤을 완벽하게 소화해야 인정을 받는다. 소속사는 아이돌을 데뷔시키기 전에 하루에 8~12시간씩 레슨을 받게 하고, 적어도 3년간 공을 들인다”고 분석했다. 신곡을 낼 때마다 이미지를 바꾸고, 귓가를 맴도는 후렴구를 넣어 중독성이 강한 노래를 부른다는 것도 한국 걸그룹이 일본팬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로 거론된다.

일본 엔터테인먼트 전문 월간지 <닛케이 엔터테인먼트>는 한국과 일본의 유행 차이가 급속하게 줄어든 점을 꼽았다. 올 여름, 일본 정식 데뷔를 앞두고 있는 5인조 걸그룹 ‘카라’의 소속사 ‘DSP 미디어재팬’은 <닛케이 엔터테인먼트>에서 “메이크업, 헤어스타일, 패션 등 한일 간 스타일 차이가 사라지고 있다. 일본 여성들도 한국 아이돌을 보고 ‘귀엽다, 닮고 싶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일본 시장에는 R&B나 힙합을 추구하는 여성 아이돌이 거의 전무한 점도 이유로 꼽힌다. 일본인들이 이제까지 보지 못한 파워 넘치는 여성 아이돌의 매력에 신선한 자극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잡지는 남성 아이돌이 멤버 각자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팬들에게 다가가는 데 비해, 여성 아이돌은 비주얼, 음악성, 패션성에서 일본 10대, 20대를 매료시키고 있다고 보았다.

일본 미디어에서 주목하고 있는 한국 걸그룹은 누구일까? 잡지는 ‘소녀시대’ ‘카라’ ‘티아라’ ‘브라운 아이드 걸스’ 이효리 등을 꼽았다. ‘소녀시대’는 제이팝(J-POP)에 가까운 팝 사운드라며 일본에서 인기가 가장 높다고 평가했다. 이효리는 한국 아이돌 개념을 바꾼 주인공이라며 ‘한국의 아무로 나미에’라고 평가했다. 잡지가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곡은 ‘소녀시대’의 ‘Gee’. 동영상을 한 번 보면 푹 빠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포미닛’, ‘카라’, ‘티아라’에도 주목했다. 특히 ‘포미닛’은 귀여운 외모와는 정반대의 압도적인 퍼포먼스와 노래 실력, 여자가 봐도 멋진 매력이 특징이라고 전했다.

JP뉴스 안민정 기자/e뉴스팀

<한겨레>가 일본 뉴스 전문 포털사이트 <제이피뉴스>(JPnews.kr)와 제휴해 일본 소식을 전달합니다. 전여옥 의원과 ‘일본은 없다’ 재판을 벌여 지난 1월13일 2심에서 승소한 재일 언론인 유재순씨가 <제이피뉴스>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원문을 보시고자 하시는 분은 아래에 있는 바로가기를 누르시면 <제이피뉴스>의 해당 기사로 이동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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