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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승화된 ‘일상의 관찰’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관찰하기’展 둘러보기

예술로 승화된 ‘일상의 관찰’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관찰하기’展 둘러보기 2010년 07월 26일(월)

사비나미술관은 여름을 맞아 지난 21일부터 8월 29일까지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관찰하기’展을 선보이고 있다. 지식융합의 시대에 필요한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해주는 전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관찰력의 대가였다. 그는 다른 예술가처럼 있는 그대로 묘사를 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사물을 보기 위한 법을 익히기 위해 끊임없이 관찰하고 탐구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다빈치처럼 섬세하게 일상을 관찰하고 기록하며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작가 12인의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현대미술작품 50여점을 만나볼 수 있다.

문자를 시각화한 작품에서 운율과 리듬 느껴져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관찰하기’展의 작품들은 정직한 관찰, 문자의 연상, 우연한 걸작, 놀라운 발견이라는 4가지 주제로 나눠 전시되고 있다.

‘정직한 관찰’은 있는 그대로의 형태를 치밀하고 정확하게 관찰한 작품이다. 관람객은 작품을 보는 순간 단번에 무엇을 의미하는 알 수 있다.

▲ <네 개의 상추> 박재웅 作(시계방향으로) 정물이 시들어가는 모습을 세밀하게 관찰해 묘사한 작품.  ⓒ사비나미술관

박재웅 작가의 ‘네 개의 상추’, ‘피망과 브로콜리’는 식물의 변화를 민감하게 포착해 그려진 세밀한 그림이다. 서서히 말라가는 식물 속에서 인간의 생·노·병·사의 철학을 담은 것이다. 특이한 점은 작가 자신이 그렸던 그림 속 식물도 함께 전시된다는 점이다. 이미 수분이 증발해 말라버린 모습을 그대로 전시해 ‘생성과 소멸’ 이란 자연의 법칙을 관람객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문자의 연상’이란 주제에서는 고산금, 장준석, 정승운 작가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이들의 작품은 문자의 형태와 구도를 가지고 독특한 시각 이미지를 연상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고산금 작가의 ‘경향신문’, ‘무진기행’은 각 문자 텍스트를 시각화한 작품이다. 판넬에 진주알이나 스테인레스 구슬을 박아 이미지를 형상화 했으며, 관람객이 보는 것만으로도 문장의 리듬과 운율을 느낄 수 있다. 독서광이었던 고산금 작가는 한 때 시력을 상실했다가 되찾은 적이 있다. 그가 시력을 되찾으며 제일 먼저 한 행동이 책을 찾는 것이었다. 이 작품은 당시 책을 보는 순간의 강렬한 느낌을 담았다. 고산금 작가는 “문자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한 페이지 하나하나가 이미지로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정승운 작가의 ‘무제’는 양쪽 벽면에 ‘집’과‘숲’이라는 글자를 만들어 실로 촘촘히 연결한 작품이다. 사람의 공간과 자연의 공간이 분리될 수 없는 하나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장준석 작가의 ‘Fantasiless’는 ‘꽃’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화사하게 만개하는 꽃을 이미지화했다.

▲ <무진기행 1> 고산금 作 소설 무진기행의 한 페이지를 시각화한 작품.  ⓒ사비나미술관

일상의 소재가 번뜩이는 아이디어 작품으로

‘우연한 걸작’은 일상에서 우연하게 발견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창작된 작품들이다. 작가들은 우연히 발견한 현상이나 상황, 사물을 포착하고 변형시켜 전혀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냈다. 여기에서는 구현모, 최헌, 김미형, 방명주 작가가 작품을 선보였다.

구현모 작가는 긴 다리의 거미를 우연히 보고 그 자태가 마치 무용수의 움직임과 닮아있음을 발견했다. 그는 ‘Moonlight’에서 월광 소나타와 함께 거미를 무용수로 등장시켜 동영상을 찍었다. 작가의 재치와 상상력을 엿볼 수 있다.

▲ <꿈> 김미형 作 벌레 먹어 구멍 난 잎을 그대로 사용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냈다.  ⓒ사비나미술관

김미형 작가의 작품을 보면 그 관찰력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다. 그는 가을에 떨어지는 낙엽들이 도로변 한구석에 모여 있는 것을 발견하고 수집하기 시작했다. 구멍이 숭숭난 낙엽들이 인위적 구멍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조형적 감각이 뛰어나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김미형 작가는 이를 활용한 ‘꿈’, ‘변해가는 K의 얼굴’ 등 29점의 작품을 이번 전시회에 출품했다.
 
최헌 작가의 작품도 번뜩이는 관찰력이 돋보인다. ‘Good Night’은 비 오는 날 차에서 새는 기름과 도로변의 빗물이 섞이는 것을 보고 만들어낸 작품이다. 그는 서로 섞이지 않는 액체를 혼합한 마블링 작업으로 환상적인 화면을 연출했다. 그리고 그것들을 이미지화해 마치 우주의 신비로운 모습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방명주 작가는 ‘매운땅’이라는 작품에서 재래시장 한 켠에 수북이 쌓여있는 고춧가루를 광활하고 메마른 붉은 사막으로 변신시켜 놓았다.

▲ <매운땅> 방명주 作 재래시장 한 켠에 수북이 쌓여있는 붉은 고춧가루 더미를 이미지화한 작품.  ⓒ사비나미술관

여러 의미가 포함된 창의적 작품들

‘놀라운 발견’이란 주제로는 김재홍, 양대원, 이중근, 함연주 작가가 작품들을 선보였다.

함연주 작가의 작품 ‘Dreamer’에서는 큰 창틀에 실들이 엉켜있다. 그리고 그 안에 반짝이는 무언가가 날아오르는 모습이 비상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재미있는 것은 창틀에 반짝이는 실들이 작가의 머리카락이라는 점이다. 금방 끊어져 버릴 것 같은 머리카락이 사실은 탄력이 좋다고 한다. 작가는 이를 비상을 표현하는 소재로 사용했다.
 
김재홍 작가의 ‘업저지’는 여느 동강의 풍경화와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고개를 90도로 꺽어서 보면 마치 데칼코마니를 한 듯 보인다. 업저지는 ‘아기를 업은 댕기 딴 처녀’라는 뜻으로 관람객이 다른 자세를 취해 보면 그 형상을 알아볼 수 있다.

마치 벽지와 같은 느낌을 주는 이중근 작가의 ‘종’은 조선시대 왕실의 의복을 한 인물로 채워져 있다. 이 인물들의 얼굴 부분은 사실 작가의 얼굴로 채워져 있어 익살스러움을 느끼게 해준다.

양대원 작가의 ‘의심-숲’이라는 작품은 편견에 갇혀 숨어있는 인간을 표현했다. 어항과 자연의 풀이 어우러진 모습이다.

다양한 전시 행사 및 연계 프로그램 준비

사비나미술관에서는 전시 부대행사 및 전시연계 교육프로그램도 함께 진행 중이다. 우선 어린이와 청소년 프로그램은 2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관찰’을 테마로 한 다양한 미션 수행형 체험으로, 전시의 기획의도와 전시 출품작들을 이해해 보는 교육프로그램이다. 화·수·목요일 오후 3시30분부터 5시30분까지 진행된다. 두 번째는 창의력 개발 어린이 맞춤형 전시투어다. 미술관의 전시작품을 에듀케이터와 함께 관람하며 전시작품 속의 비밀을 파헤쳐 본다. 이 프로그램은 목·금요일 오후 2시에 시작해 50분간 진행된다.

일반인 대상 프로그램도 있다. 전시 기획의도와 출품작에 대한 전시해설 프로그램이 휴관일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4시에 진행되고 있다.

▪ 전시기간 : 2010. 7. 21 - 8. 29 (월요일 휴관)
▪ 전시장소 : 사비나미술관 전관 (1층, 2층, 지하1층)
▪ 문의전화 : (02) 736-4410


김연희 객원기자 | iini0318@hanmail.net

저작권자 2010.07.26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