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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크리에이터

허영만 화백 작품 기념하는 전시회 ‘길’

허영만 화백 작품 기념하는 전시회 ‘길’

 경향닷컴 손봉석 기자 paulsohn@khan.co.kr
“저는 진화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우리 모두 진화 합시다.”

‘식객‘, ‘타짜’, ‘날아라 슈퍼보드’ 등으로 유명한 만화계의 거목 허영만 화백의 만화인생을 기념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21일 오후 서울 코엑스 그랜드컨퍼런스룸에서 진행된 제14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의 특별 전시로 <길, 허영만 특별전> 오픈식이 열렸다.

이 자리는 수줍은 시골 청년으로 상경해 한국 만화계의 중심적 존재가 된 그의 삶과 작품들을 기리는 자리로 작년 SICAF 대상 수상자에 대한 예우로 마련됐다.

허 화백은 전시회를 여는 소감을 밝히던 중 “수십년 전 매년 5월이면 ‘불량 만화’라는 낙인이 찍혀 우리 작가들의 작품이 화형을 당하고 있는데 이제 십수년째 매년 강남대로에서 이렇게 기념전이 열리는 것을 보니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표현했다.

허 화백은 또 “우리 모두가 계속 앞으로 진화해 나가 길 바란다”며 “저는 진화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우리 모두 진화 합시다”라고 자리를 함께한 동료들과 후배들에게 감사를 나타냈다.

이날 기념식 자리에는 원로 만화가 이향원씨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후배의 기념전을 찾아 의미을 더했고 원로만화가 조관제씨와 이두호, 김동원 작가도 참석해 함께 축하했다.

만화가협회 회장인 김동화 작가는 “어떤 만화가는 독자의 집 근처까지 다녀 오고, 어떤 만화가는 대문 앞까지 다녀오는 작품을 그린다면 허 화백은 그 집 뒤의 산과 나무까지 닿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김 작가는 “허 화백은 그림이나 글이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 경쟁자로 내가 나은 점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한 분”이라며 자신의 장발머리를 흔들어 보인 후 “그래도 머리카락은 내가 더 많다”고 조크를 던지기도 했다.

25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회에는 그의 실제 작업실을 재현해 놓은 공간이 만화 팬들에 관심을 끌었다.

또 그의 작품 속 주인공들이 함께 모여 관람객들을 향해 인사하는 그래픽 설치물과 만화 원고 속에서 편집된 다양한 그림들이 전람회 형식으로 전시되고 있다.

특히 관람을 하고 밖으로 나가는 길에는 허 화백의 그림체로 그려진 가출을 감행한 중년남성들의 캐리커처 모습에 자신의 얼굴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는 익살스런 구조로 마무리를 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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