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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생태계/지식

농업강국 네덜란드 또다른 비결 `곤충`

농업강국 네덜란드 또다른 비결 `곤충`

◆ Agrigento Korea 제3부 ◆

#. 네덜란드 슈퍼마켓에서 파는 채소의 포장에는 특이한 표시가 있다. 해충을 잡는데 사용한 곤충과 농약의 사용비율이다. 농약을 10% 섞은 파프리카(1.2㎏) 가격은 1.27유로(약 1970원), 100% 천적곤충 제품은 1.69유로(약 2620원)다. 곤충을 사용한 제품이 600원 이상 비싸지만 인기다. 슈퍼마켓에서 농약만 사용한 농산품은 찾을 수 없었다.

농업강국 네덜란드의 곤충농업 실험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이미 천적곤충을 사용한 채소가 진짜 `유기농`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건강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곤충 사용비율이 높은 제품을 구입한다. 로테르담에서 만난 슈퍼마켓의 한 직원은 "아이를 둔 주부들은 값이 20~30% 비싸더라도 해충 박멸에 곤충을 더 많이 사용한 농산물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곤충산업을 이끄는 대표기업은 로테르담 외곽에 위치한 코퍼트사. 세계 천적곤충 시장 중 50%를 차지하는 1위 업체로 전체 매출액 중 80%가 수출이다. 최근 호황이다보니 현재 한국 등 18곳인 해외 지사를 5년 안에 25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수출책임자인 아드 반 더 마렐 씨는 "정부정책 방향이나 소비 트렌드가 친환경이 되면서 곤충시장도 계속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곤충산업은 천적곤충을 비롯해 약제나 전시, 애완용 등을 포함한 전체 곤충시장 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1조원가량으로 추산된다.

특히 친환경 농작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곤충산업에는 전 세계에서 1만개가 넘는 업체가 경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가운데 천적곤충 분야가 유망한 이유는 잠재력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곤충은 130만종에 이르지만 상업화된 것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이나 일본에서 곤충을 지상 최대 미개발자원으로 꼽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심지어 세계 1위 코퍼트가 제품화한 천적곤충 수도 35종에 불과할 정도다. 따라서 누가 해충에 맞는 천적을 자연에서 더 빨리 발견해 이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느냐에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

한국도 이미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 업체인 세실은 천적곤충 분야에서 코퍼트와 바이오베스트(벨기에)의 뒤를 잇고 있다. 세실은 상업화한 천적곤충 29종을 보유하고 있고, 작년에는 천적농산물 재배와 유통을 위한 자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곤충산업 규모는 2008년 1000억원에서 오는 2015년에는 3000억원 시장으로 커질 전망이다. 국내에서 개발된 천적곤충도 2008년까지 24종에 불과했지만 2013년에는 40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최만영 국립농업과학원 박사는 "미국의 골드러시 시절 금광을 먼저 발견한 사람이 임자였던 것처럼 곤충산업도 해충에 효과적인 천적곤충을 빨리 찾아내면 주인이 될 수 있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로테르담 =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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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5 19:26:57 입력, 최종수정 2010.07.25 20:4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