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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모바일 인력 빼가기 `업계 비상`

삼성 모바일 인력 빼가기 `업계 비상`

아이폰 쇼크 이후 '묻지마식' 스카웃… 임원 등 집단이탈 KT 불만

최경섭 기자 kschoi@dt.co.kr | 입력: 2010-07-18 23:16

삼성전자가 모바일 개발자들을 싹쓸이하며 인력시장의 `블랙홀'로 부상하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 산업을 구성하는 핵심 모바일플랫폼(OS), 애플리케이션, 콘텐츠 핵심 인력들이 대거 삼성전자로 이동하면서, 국내 모바일 개발인력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전자의 이같은 핵심인력흡수는 소프트웨어, 콘텐츠 등 국내 모바일 개발인력 저변이 취약한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어, 전체 모바일산업 인력 수급에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더욱이 자본력과 근무여건이 취약한 중소 벤처 모바일업체들로서는 수년간 공 들여온 핵심 엔지니어들이 삼성으로 이탈하면서 사업기반마저 위태로운 실정이다.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 김경선 회장은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기회는 많아졌지만,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이 개발자들을 몰아가면서 정작 시장에서는 쓸만한 사람들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모바일 전문가 영입 행태를 이른바, `묻지마식' 스카웃으로 평가하고 있다. 아이폰 쇼크가 삼성전자를 강타한 이후, 스마트폰의 핵심 플랫폼인 OS 개발자에서부터, 소프트웨어 개발자, 게임, 영상 등 콘텐츠 기획, 개발자에 이르기까지 인력영입작업이 광범위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 초 모바일 앱 및 콘텐츠 발굴을 책임지고 있는 미디어솔루션센터(MSC) 인력을 대대적으로 충원하면서 인력스카웃에 시동을 걸었다.

이에 따라 MSC 인력은 올 초 까지만 해도 200여명 수준에서 최근에는 600여명으로 세배 가량 늘었다. 특히 KT 서비스육성실장 출신인 강태진 전무를 영입하면서, 통신, 미디어, 소프트웨어, 콘텐츠 분야에서 핵심 전문가로 통하는 인력을 대거 영입했다. MSC는 전문가 영입작업을 계속해 올 연말에는 1000여명까지 늘릴 예정이다. 이들 MSC 인력들은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갤럭시S 작업을 통해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향후 차세대 스마트폰 개발과정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SK텔레콤과 500억원을 공동 투자해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설립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모바일 개발자 지원사업을 통해 전문인력 확충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이외에도 삼성 계열사인 삼성SDS가 티맥스코어 인수에 나서는 것도, 독자적인 모바일 OS인 바다를 강화하기 위한 인력영입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평가다.

이처럼 모바일 개발인력의 삼성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핵심 전문가들을 내주고 있는 통신, 모바일 벤처업체들은 `삼성 비상령'이 내려졌다. 최근에는 KT 이석채 회장이 나서서 삼성의 인력 빼가기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한편, 모바일 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중소 벤처업체에서도 자체 핵심인력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나섰다.

KT는 지난 3월 삼성전자가 강태진 전무를 빼 내간 이후에도 KT의 인력 빼가기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한바 있다. 이미 KT 미디어본부 인력 10여명이 기존 연봉의 두배에 이르는 조건으로 삼성전자로 이적했고, 모바일 오피스 등을 담당하는 기업영업단 인력의 이동도 우려되고 있다.

중소, 벤처업체들은 더 상황이 심각하다. 특히, 기존에 삼성전자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업체들은 핵심인력이 삼성전자로 빠져나가면서, 주력 사업 자체가 큰 위기를 받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다.

한국무선인터넷연합회(MOIBA) 김경선 회장은 "대기업들이 단기적으로 전문인력을 빼가는 정책보다는 정부나 대기업, 관련 업체들이 중장기적인 전략하에 모바일 전문가들을 육성하기 위한 시스템 정비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최경섭기자ㆍ박지성기자 ks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