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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지구의 동반자, 달의 과학 달력, 갯벌에서 생명체까지…

 

영원한 지구의 동반자, 달의 과학 달력, 갯벌에서 생명체까지… 2010년 07월 15일(목)

달은 인간의 기억이 미치지 않는 오래된 과거부터 지구와 함께 해 왔다. 인간들은 거의 모든 밤마다 달을 볼 수 있었고, 하나의 신 또는 태양과 짝을 이루는 거대한 존재로 상상해왔다. 그로 인해 관련된 신화나 전설이 만들어 졌고, 달은 매우 신성한 존재로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 왔다.

▲ 바라만 보고 있어도 신비감을 주는 달은 고대 부터 많은 신화와 전설의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과학과 기술이 발달하면서 달은 그저 지구의 중력에 구속된 작은 위성의 하나라는 것이 밝혀졌고, 우주선과 인간을 보내는 등 활발한 연구가 진행됐다. ‘달에는 다른 생명체가 살고 있을 것이다’, ‘달은 빛을 내는 큰 구슬이다’ 등의 상상들이 달 탐사와 연구로 거짓임이 드러났고, 신비한 달빛은 그저 지구 주위를 돌며 태양 빛을 반사하기 때문이라는 알게 됐다.

하지만 달에 대한 경외심과 신비감을 가지고 있던 시간이 더 길었기 때문인지, 여전히 달은 우리에게 특별한 존재로 남아있기도 하다. 보름달이 뜨는 날을 명절로 정하는 나라들이 많으며 밤에 가장 밝게 빛나는 천체이기 때문에 여전히 신비감을 주기도 한다. 그로 인해 많은 소설이나 영화 등에서도 달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붉은 보름달이 뜨는 날 괴물이 나타난다거나 보름달을 보면 늑대로 변하는 늑대인간을 주제로 한 이야기들이 그것이다.

이렇게 달은 여전히 인류에게 큰 의미를 가진다. 원시 인류들에겐 신격화의 대상이었으며 종교가 되기도 하고 어두운 밤, 길을 안내해주는 작은 태양이기도 했다. 이런 달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인류에겐 또는 지구에겐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그리고 달이 우리에게 준 영향을 어떤 것들이 있을까.

29일 12시간 44분. 달이 만든 한 달

우선 달이 인류에게 미친 가장 큰 영향은 바로 시간이다. 태양은 뜨고 지지만 얼핏 보면 큰 변화가 없다. 때에 따라 고도가 변하기도 하지만 옛날의 인류가 계산하기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또한 너무 밝은 태양을 바라보고 연구하기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하지만 달은 그렇지 않다. 밝기는 하지만 눈이 부실 정도는 아니며, 오히려 밤중에 똑바로 쳐다보고 있으면 정신이 몽롱해 질 만큼 아름다운 빛을 낸다. 그리고 달은 매일 그 모양이 변한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다.

태양과 달의 상대적인 위치가 달라지면서 달에서 태양빛을 반사해 지구로 보내는 부분의 모양이 주기적으로 변한다. 달 전체가 빛나는 보름달에서 점점 빛나는 부분이 줄어들어 하현달, 그믐달을 거치고 다시 초승달과 상현달을 거쳐 보름달이 될 때까지, 지구에서 봤을 때 그 주기는 29일 12시간 44분이 걸린다. 현재 인류가 사용하고 있는 한 달의 주기다. 이렇게 달은 인류에게 하루하루를 묶어 한 달을 만드는 개월의 개념을 가져다 줬다.

▲ 달의 위상변화를 보고 개월의 개념을 만들었다.  ⓒalexanderandthings.com

달이 에너지도 얻게 해준다

달이 원시 인류에게만 영향을 준 것은 아니다. 지금도 우린 달의 존재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조력발전이다. 조력발전은 조수간만의 차로 발생하는 수위차를 이용해 에너지를 얻는 방법으로 이 조수간만의 차가 달에 의해 발생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밀물과 썰물이 달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이다. 모든 물체 사이에는 서로 잡아당기는 만유인력이 존재하는데 이 때문에 지구의 70%를 덮고 있는 물이 달에 이끌려 움직이는 것이다.

물론 조수간만의 차는 달 뿐만이 아니라 태양의 인력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하지만 태양에 의한 효과는 달의 효과의 반절에도 못 미치는 47%정도에 불과하다. 게다가 달은 지구를 하루에 한번 공전하기 때문에 매일 그 효과가 나타나지만 지구는 태양을 일년주기로 공전하기 때문에 효과가 매우 천천히 일어난다. 즉, 달이 없었다면 기조력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 했을 것이다.

생태계의 보고 갯벌, 생명체의 근원일 수도

조수간만의 차는 조력발전뿐만 아니라 생태계에도 영향을 줬다. 물이 빠졌다 들어오는 것을 반복하면서 갯벌이 생겨났는데, 이 갯벌은 습지대와 함께 ‘지구의 콩팥’ 이라고도 불린다. 갯벌이 하천에서 유입되는 오염물질들을 정화시켜주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해양 생물들이 살고 있는 갯벌은 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하다. 연안에서의 어업활동 90%가 갯벌에서 이뤄진다.

게다가 태풍이나 홍수의 피해를 완화시켜주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여러 방면에서 인류에게 유익한 지형이다.

달의 기조력에 의한 영향으로 생명체가 탄생했다는 견해도 있다. 조수간만의 차가 나타나면서 물이 빠진 갯벌에 웅덩이가 남았고 여기 존재하던 많은 유기물들이 결합해 DNA를 만드는 핵심 역할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초기 생명체가 바다에서 시작돼 지표면으로 올라올 때, 그 절충지대인 갯벌을 거쳤을 것이라 예상된다. 지금도 바다와 육지가 수시로 바뀌는 갯벌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생명체들이 살아가고 있다. 달이 없었다면 생명체가 존재조차 하지 못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달이 없었다면 하루가 6시간?

▲ 조수간만의 차로 만들어진 갯벌. 생태계의 보고이며 오래 전 생명체탄생의 근원이라는 추측도 있다. 
달이 일으키는 이 기조력은 또 한 가지의 엄청난 일을 해낸다. 매일 같이 달라지는 밀물과 썰물의 조수의 차는 지구가 자전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수시로 해수면의 높이가 변하면서 지구 전체적으로 봤을 때 출렁이는 바닷물이 지구 자전을 방해한 것이다. 지구 자전에 브레이크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물이 심하게 출렁 거리는 바다에서 움직이기 힘든 것을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이 효과는 매우 미미하게 느껴진다. 달에 의해 길어지는 자전주기, 즉 하루의 길이는 100만 년에 15초정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의 나이는 100만년엔 비교도 안 될 45억년이라는 억겁의 시간이다. 이것으로 계산하면 지구의 하루는 현재 약 18시간이 길어졌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물이 언제부터 존재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지구의 생성과 가까운 시기에 생성 됐다는 의견이 많다. 그렇다면 초기 지구는 하루의 길이가 약 6시간 정도였다고 추측할 수 있다.

만약 달이 없어서 여전히 하루의 길이가 6시간이라면 수시로 변하는 온도에 유기체들이 쉽게 적응하지 못해 생명체가 나타나기 힘들었을 것이다. 또한 나타났다 하더라도 낮이 3시간 밖에 되지 않는데다 달이 없는 밤은 어두워서 생활 자체가 힘들었을 것이다. 수시로 변화되는 환경에서는 진화론적 입장으로 봤을 때 생물체들이 지금처럼 다양하고 발달된 종으로 진화하기엔 무리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영원한 지구의 동반자, 달

이렇게 달은 알게 모르게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줬다. 어찌 보면 어두운 밤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 것도 달 덕분이며, 관찰하기 쉬운 달로부터 천문학이 발달했을 지도 모른다. 움직임의 주기가 매우 더디고 복잡한 별들에 대해 알기 전에 달의 움직임을 보고 천체의 운행에 대한 기본을 깨우쳤을 것이다. 해가 없는 밤에 길잡이 역할을 해주고 시간을 알게 해줬으며 1년을 열두 달로 나눠 농업을 발전시키는데도 큰 역할을 했다.

태양계에 있는 약 240개의 위성 중 다섯 번째로 큰 위성인 달이 목성이나 토성에 비해 왜소할 정도로 작은 지구와 함께 있는 것도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토성과 토성의 가장 큰 위성인 타이탄의 질량비율이 1/4000 인 것을 감안하면 달이 지구의 1/81.3 의 질량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지구와 달의 조합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보이게 한다.

덩치에 맞지 않게 지구 옆에서 머무는 달로 인해 지구는 많은 영향을 받았고, 인류는 더할 나위 없는 도움을 받았다. 밤하늘에 떠있는 달을 볼 때마다 그 존재에 고마워해야하지 않을까.

조재형 객원기자 | alphard15@nate.com

저작권자 2010.07.15 ⓒ ScienceTimes